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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02 21:40 수정 : 2008.04.06 16:35

그 스포츠 팬클럽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진은 ‘천안FC 서포터즈’ 조효철 회장.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우리가 몰랐던 팬클럽

당신에게 ‘생애 최고의 순간’은 언제인가?

누군가에게는 대학 합격일 테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결혼일 수도 있다. 아마 스포츠 팬에게는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선수가 승리하는 걸 지켜봤을 때이리라.

어떤 스포츠 팬이나 최고의 순간에 느꼈을 기쁨의 질량은 똑같을 터다. 그러나 자본의 영향력이 큰 스포츠에서 공중파의 카메라와 스포츠신문의 펜은 냉정하다. 여자 핸드볼은 뒤늦게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본 400만 관객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으니 다행일까? 카메라와 펜이 촉수를 미치지 않는 종목이 여자 핸드볼뿐이겠는가.

그러나 언론이 비추지 않더라도 관악산에는 바람이 불고 태릉에는 해가 진다. 마치 자연현상처럼, 아무도 보지 않아도 ‘스스로’ 타오르는 팬클럽이 있다. 〈Esc〉가 야구·축구·농구팬들을 부러워하지 않는 ‘작지만 열렬한’ 팬클럽을 탐방했다. 브라운관과 신문지면이 외면하는 대신, 이들이 경기장에서 선수와 느끼는 일체감은 크다. 이들은 단순히 응원만 하지 않는다. 구단이나 선수의 소속사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므로 흔히 연예인 팬클럽을 비아냥거릴 때 사용하는 ‘빠순이’라는 말은 이들에게 지독한 모욕일 뿐 아니라, 사실과 부합하지도 않는다.

물론 〈Esc〉가 이들 팬클럽을 탐방한 이유가 이것만은 아니다. 대중들이 주목하지 않고 돈이 생기지도 않는 팬클럽 활동에 열중하는 이유를 물었다. 대답은 똑 같았다. “그냥 재미로.” 이 팬들이 사는 법을 엿본다.

‘차유람 팬클럽’ 안세환 회장(왼쪽), ‘추성훈 팬클럽’ 박주훈 회장(오른쪽).


● 조효철 (맨위사진)
- 종목 : 축구 케이3리그
- 팀 : 천안 에프시 서포터스 ‘미르나래’/http://cafe.daum.net/CheonAnFC
- 그의 한마디 : 훌리건이 아닌 ‘롤리건’(훌리건의 반대말. 열렬하지만 폭력적이지 않은 축구팬)을 지향한다.
- 가장 짜릿했던 순간 : ‘서유’와 20대 60의 응원전을 벌였던 그때.

● 안세환 (왼쪽사진)
- 종목 : 포켓볼
- 팬클럽 : 차유람 선수 공식 팬클럽 ‘엔젤가더’(Angel Guarder)/http://cafe.daum.net/englishball
- 그의 한마디 : 팬클럽 활동은 늪에 빠지는 게 아니라 수영장에 빠지는 것과 같다.
- 가장 짜릿했던 순간 : 당구경기장의 룰을 벗어던지고 마음껏 응원했던 그때.

● 박주훈 (오른쪽사진)
- 종목 : 이종격투기
- 팬클럽 : 추성훈 선수 네이버 팬클럽 ‘에프시 팀 클라우드’( FC Team Cloud)/http://cafe.naver.com/chusunghun
- 그의 한마디 : 호나우지뉴를 좋아하는 건 그의 국적이 아니라 축구실력 때문이다. 추성훈도 마찬가지다.
- 가장 짜릿했던 순간 : 추성훈 선수의 손가락이 나를 가리키던 그때.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회장 연쇄인터뷰> 그 스포츠 팬클럽은 무엇으로 사는가

지난해 케이원 히어로즈 서울 대회에서 추성훈 선수가 네이버 팬클럽 회원들을 보며 웃고 있다.추성훈 네이버 팬클럽 제공

국적보다는 실력이 짜릿해요|‘추성훈 팬클럽’ 박주훈 회장

휴가 내고 일본 경기장까지 응원… 핀잔 주던 직장 동료들도 후원자로

“호나우지뉴가 브라질인이라서 좋아하는 축구팬이 있습니까? 아닙니다. 단지 축구를 잘하기 때문입니다.”

3월27일 강남의 직장 사무실에서 만난 박주훈(36)씨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성우를 해도 좋을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말했다. 그는 “추성훈이 한국인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축구팬들은 호나우지뉴가 브라질인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게 아니다. 추성훈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유독 추성훈의 국적 문제에 민감한 한국인들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그의 주장은 좀더 ‘쿨’하게 추성훈의 격투기 실력을 재밌게 즐기자는 것이다.

박씨는 이런 태도 때문에 종종 카페의 10대 회원들과 논쟁한다. 이들 어린 ‘민족주의자’들은 추성훈이 조국을 버렸기 때문에 그를 응원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박씨는 국적보다 실력을 보라고 타이른다.

평소 운동에 두루 관심이 많았던 박씨가 팬카페를 만들게 된 계기는 한 방송 프로그램이었다. 2005년 11월 방송된 <한국방송> 다큐멘터리 ‘추성훈 또는 아키야마’였다. 방송 전에 박씨는 이미 ‘추성훈’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한국 유도 대표팀에서 거듭 낙마한 추 선수는 일본으로 귀화했다. 추 선수는 귀화 직후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 대표를 제압했고, 한국의 한 스포츠신문은 ‘조국을 메쳤다’고 보도했다. 당시 박씨는 이 기사를 보자마자 ‘한국 스포츠계가 또 한 명의 인재를 버렸구나’란 생각에 혀를 찼다. 그 전까지 스포츠 팬클럽 활동 경험이 없던 박씨는 뭔가에 이끌리듯 팬카페를 만들었다.

잊을 수 없는 도쿄 아리아케 콜로시엄

‘추성훈 팬클럽’ 박주훈 회장
시작은 초라했다. 일본 이종격투기 대회인 케이원 히어로즈에서 막 활약하던 추성훈 선수가 2006년 6월 처음 한국팬들과 만났다. 이때 박씨 쪽 네이버 팬카페에서 20여명이, 다음 팬카페에서 30여명이 참석한 게 전부였다. 그는 2006년 8월 직장에 휴가를 내고 사비를 털어 찾아간 도쿄 아리아케 콜로시엄을 잊지 못한다. 사각의 링에서 추성훈과 김태영이 맞붙고 있었다. 박씨를 포함해 응원단은 단 3명이었다.

같은해 10월은 박씨에게 ‘회한의 달’로 기억된다. 추 선수와 맬빈 마누프의 경기에 초청까지 받아놓고도 못 갔기 때문이다. 그 전에 추 선수의 경기를 보고 카페 활동을 하며 남은 연차를 모두 써버린 것. 다달이 들어가는 적금을 제하고 나면 일본 왕복 비행기삯도 빠듯했다. 할 수 없이 직장에서 추 선수를 조용히 응원했다.

처음 팬클럽 활동을 시작했을 땐 다니던 보험회사에서 눈총도 받았다. 실적이 부진하면 “팬클럽 활동 탓 아니냐”는 핀잔이 쏟아졌다. 그럴수록 보란듯이 실적을 올렸다. 지금은 직장 동료들도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네이버 팬카페는 추 선수의 소속사인 팀 클라우드로부터 공식적인 지원을 받지 않는 순수하게 자발적인 모임이다. 1만3천여 회원 가운데 20대 남성이 압도적이었지만, 실제로 오프라인 모임에 열심인 팬들은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직장여성이다. 지원이 없는 대신 자유롭게 개성을 살려 응원한다. 가령 지난해 케이원 히어로즈 대회 땐 일본 선수인 미노와맨을 응원하기도 했다. 이들의 애정은 맹목적이지 않다.

박씨에게 가장 짜릿했던 순간을 물었다. 격투기 팬이라면 지난해 케이원 히어로즈 서울 대회 때 데니스 강을 누르고 로프에 올라서서 한 곳을 쳐다보며 치켜든 엄지손가락과 함께 웃던 추 선수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케이블 방송 카메라에 나오진 않았지만, 손가락이 가리킨 것은 다름 아닌 박씨의 네이버 팬카페 회원들이었다. 회원들이 준비한 ‘유도왕 추성훈’이라는 펼침막을 발견했던 것. 박씨는 “추 선수가 우리를 가리키자 응원하던 모든 팬들이 다 뒤집어 졌다”고 회상했다.

30대 중반의 남성에게 한국사회는 많은 것을 요구한다. 팬클럽 활동할 시간에 영어를 배우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게다. 그러나 박씨는 재미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라 믿는 듯하다. 그에게 팬클럽 활동이 주는 즐거움이 이런 짜릿함일 게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당구 경기중에는 팬들도 응원 구호를 외칠 수 없다. 엔젤가더 제공

‘파이팅 금지’ 깼더니 속시원~ | ‘차유람 팬클럽’ 안세환 회장

예쁜 선수 외모에 끌려 시작했다가 당구교본까지 쌓아놓게 된 사연

안세환(23)씨는 차유람 선수의 팬클럽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당구 경기가 테니스 경기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안씨가 처음으로 응원하러 갔던 2006년 인천의 한 당구 경기장. 미리 응원하러 가자는 공지를 올렸다. 인터넷에서 20여명이 참석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경기시간이 다가오는데도 경기장 입구엔 아무도 없었다. 안씨는 할 수없이 털레털레 혼자 경기장에 들어섰다. 첫 응원전에 홀로 응원하게 된 안씨는 적잖이 당황했다. 관람객은 손으로 셀 만큼 적었다. 경기가 끝나고 조심스레 차 선수에게 미리 준비한 선물을 줬더니 차 선수와 다른 당구 선수들이 안씨보다 더 놀라며 서로 소곤거렸다. “쟤는 뭐하는 애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우리나라 당구선수 가운데 팬클럽이 있는 선수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자넷 리 선수의 팬카페가 있지만, 사실상 오프라인에서 응원전을 벌이는 일은 없었다.

테니스와 비슷한 응원 매너, 오로지 박수만

‘차유람 팬클럽’ 안세환 회장
안씨는 2006년 9월 잠실 롯데월드 특설무대에서 열린 ‘트릭샷 매직 챌린지’를 보고 팬카페를 만들었다. 예술구를 치는 이 대회에서 당시 19살에 불과한 차유람 선수는 자넷 리, 김가영 선수 등 쟁쟁한 실력자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안씨도 호기심의 시작은 차 선수의 외모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거기서 멈춘다면 스포츠팬이 될 수 없다. ‘예쁜 선수가 당구도 잘 치네?’란 안씨의 의식은 ‘포켓볼이란 게 단순히 구멍에만 집어넣는 게 아니구나’란 깨달음으로 발전했다. 며칠 뒤 안씨의 방에는 당구교본이 한권, 두 권 쌓여갔다.

그러나 당구선수의 팬이 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당구경기장에서는 테니스코트처럼 조용해야 했다. 박씨는 “당구경기는 테니스 경기와 같습니다. 오로지 박수만 쳐야 하고 다른 건 안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휴대전화 울리는 소리도 금물이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처음 응원전에 오는 회원들에게 안씨는 일일이 주의사항을 적은 종이를 나눠줬다. ‘당구대 근처에 가지 말라’‘선수를 향해 파이팅을 외치면 안 된다’…. 열정적으로 ‘팬심’을 표출하는 것은 되레 응원하는 선수의 주의력을 흐트러뜨렸다.

안씨는 올해 초 일산에서 열렸던 당구 대회에서 처음으로 속 시원하게 응원했다. 토너먼트가 아닌 이벤트성 경기여서 미리 차 선수의 소속사에 “마음껏 지르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동안 못했던 팻말, 펼침막을 맘껏 흔들었다.

차씨는 군복무를 마치고 지금은 취업을 준비한다. 팬클럽 활동은 취미다. 이 취미활동이 부담이 되진 않을까? 안씨는 “팬클럽 활동은 늪이 아니라 수영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늪처럼 한없이 빠져드는 게 아니고 수영장처럼 적당히 빠져 놀다 나오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절묘한 비유법이다. 그는 포켓볼이 야구·축구는 물론 4구보다 대중적이지 않아서 공중파에서 경기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답했다. 그에게 팬클럽 활동이 주는 즐거움이 뭐냐고 물었다. 그냥 재미라는 답이 돌아왔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관람석은 썰렁하지만 케이3 리그 서포터즈들의 열정은 케이리그 못지 않다. 송정근 제공

탈 날라… 수십명 응원에 경찰 출동 | ‘천안FC 서포터즈’ 조효철 회장

피가 끓는 K3리그 ‘서유’와의 경기엔 늘 일촉즉발 긴장감

3월29일 오후 3시 충남 천안 오룡경기장. 추적추적 비가 긋는다. 케이3 리그 천안 에프시(FC)와 남양주 시민축구단의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둥 둥 …. 20명 남짓한 ‘미르나래’ 응원단의 북소리도 울려퍼진다. 신충희 선수가 남양주 시민축구단 진영 깊숙이 전진 패스를 찔러 넣었으나 아슬아슬하게 스트라이커의 발을 빗나갔다. 아! 미르나래 응원단에서 탄식이 흘러나온다. 지난해 출범 때와 달리 선수들은 순수 아마추어에서 선수 출신으로 채워졌지만, 모두 직업을 가진 생활인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90분 뒤 천안 에프시는 2 대 0으로 패했다. 벌칙차기 실축도 따랐다. 지난해부터 9개월 동안 이어졌던 12연승이 꺾이는 순간이었다.

‘천안FC 서포터즈’ 조효철 회장
승리수당으로 산삼 지급받는 선수들

케이(K)3 리그는 ‘생활축구와 엘리트축구의 만남’을 모토로 지난해 문을 열었다. 올해 열여섯 팀이 우승을 다툰다. 우승팀에게는 상금 3500만원을 준다. 영국의 5부리그와 비슷하다. 풀뿌리 축구단이라 부를 만하다. 케이3 리그 가운데 가장 운영이 탄탄하다는 서울 유나이티드 구단의 전체 운영비(선수 몸값 포함)가 케이리그 스타급 선수 한 명의 연봉에도 못미친다. 그러나 케이3 리그 선수들에게 중요한 건 상금보다 꿈이다. 선수들은 대부분 중·고·대학 시절 선수 경력이 있는 ‘세미프로’에 해당한다. 장대일 등 케이리그를 호령했던 선수들도 뛴다. 보수가 없는 팀이 대부분이다. 천안에프시 선수들은 ‘승리수당’으로 후원업체인 지리산 산삼 판매회사로부터 부모님께 드릴 산삼을 지급받는다.

이렇듯 걸음마 단계인 케이3 리그지만 조효철(30)씨는 연고팀 없이 떠돌던 때와 비교하면 행복하다. 천안이 고향인 조씨는 천안 일화가 있던 시절 천안일화 도우미 ‘일레븐플러스’회원이었다. 일화가 성남으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천안 축구팬들의 엑소더스도 시작됐다. 누구는 ‘가재는 게편’이라며 대전을 응원했다. 누구는 일화를 따라 멀리 성남까지 가서 응원을 펼쳤다. 그러나 둘 다 가슴 한편의 허전함을 지우지 못했다. 이들은 지난해 천안에프시가 출범하자 마치 연어처럼 ‘미르나래’로 되돌아왔다. 부단장인 박준수(23)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의료기기 업체에서 일하는 조씨도 사비를 털어 앰프를 마련하고 펼침막을 제작했다. 구단으로부터 어떤 공식 지원도 없었다. 조씨 스스로도 그런 지원을 거부했다. 구단의 지원과 관련해 그들만의 철저한 원칙이 있었다. 조씨는 “구단과 서포터즈는 철저하게 동반자적 관계다. 서포터즈가 구단에 종속되면 할말을 못한다”고 잘라말했다. 구단 운영이나 선수 기용에 대해 팬으로서 할말을 못한다는 것이다. 직장과 도우미 일을 병행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없는 시간을 쪼개고 연차를 냈지만 시간은 항상 빠듯하다. 올 연말 결혼할 예정인 여자친구가 자신의 이런 축구 사랑을 이해해주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조씨의 피를 가장 끓게 만드는 팀은 서울 유나이티드(서유)이다. 격렬한 응원전으로 케이3 리그에서 유명짜하다. 지난해 5월 말 천안에프시가 서울 잠실에서 서유와 원정경기를 했다. 조씨가 불참했던 이날 경기의 응원단 숫자는 2명 대 150명. 조씨 대신 부단장 박씨가 메가폰을 잡고 회원관리팀장 안종민(27)씨가 깃발을 흔들었다. 선수단마저 조촐했다. 선수들도 직장인이라 ‘베스트 11’에 후보 한 명이 추가된 12명이 전부였다. 그 경기에서 천안에프시는 0 대 0 무승부로 선전했다.

같은해 11월 서유와의 재경기 때 조씨는 조마조마했다. 상대팀 선수와 충돌해 무관중 경기 징계를 받은 적도 있는 서유의 ‘뜨거움’ 때문이었다. 오룡경기장의 특이한(?) 구조도 자칫 충돌을 부를 수 있었다. 보통 경기장은 상대 응원단이 마주보게 앉도록 돼 있지만 오룡경기장은 오로지 본부석에서만 관람이 가능했다. 그 때문에 양팀 응원단이 바로 옆에 앉아서 응원을 했다. 미르나래 20여명에 서유 60여명.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맴돌았다. 다행히 신생팀이었지만 열렬한 응원으로 유명한 미르나래를 서유도 알아보고 존중해줬다. 덕분에 미리 출동한 두 경찰도 경기만 보다 복귀할 수 있었다.

미르나래의 주축인 조씨와 박준수, 안종민씨는 천안에프시가 진정 한국의 ‘레딩 에프시’가 되길 꿈꾼다. 인구 54만의 천안이 15만의 레딩보다 나은 축구팀을 가질 수 있다고 그들은 믿는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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