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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12 21:23 수정 : 2008.03.16 14:03

좋은 어린이책으로 소문난 출판사 그림책 전문 편집자들의 강추 퍼레이드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좋은 어린이책으로 소문난 출판사 그림책 전문 편집자들의 강추 퍼레이드

그림책 편집자들은 가장 열성적인 그림책 독자이기도 하다. 이 책을 보이면 아이들이 좋아할까를 생각하기 전에 독자의 눈으로 책에 빠져 들고 감동을 받는다. 좋은 어린이책을 내기로 소문난 출판사의 그림책 전문 편집자 네 명이 어른들의 마음까지 흔드는 그림책 세 권을 각각 추천했다. 두 권은 뺏어오고 싶을 만큼 탐나는 다른 출판사의 책을, 한 권은 직접 편집해 더 각별하게 애정을 가진 책을 꼽았다.

할머니의 이야기가 가슴에 파고들어요

◎사계절 그림책팀 김장성 주간

<할머니가 남긴 선물> 론 브룩스 그림·마거릿 와일드 글 (시공주니어)

죽음을 앞둔 할머니 돼지와 손녀 돼지의 이별 과정을 담담하게 담아낸 그림책. 삶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가르쳐주고 떠나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가슴을 파고들며 생을 마감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빛과 빛이 만나서 이뤄지는 색채의 감각을 인상주의적으로 남긴 그림과 함께 문학성과 예술성을 두루 갖췄다.

<눈 오는 날> 애즈라 잭 키츠 그림·글 (비룡소)


아이가 내리는 눈을 보는 즐거움과 신비로운 감정을 포착한 그림책.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표현해 생활에 밀착된 아이의 감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콜라주를 이용한 개성 있는 미학적 표현도 아름답고 무엇보다 잊고 살아온 유년의 감정들을 다시 느끼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선물한다.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곽영권 그림·이상희 글(사계절)

서울시립대 곽영권 교수가 어머니의 팔순을 기념해 선물한 아티스트북을 그림책으로 제작했다. 불교 경전 ‘부모은중경’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으로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효사상이 아니라 애틋한 사랑으로 부모 자식의 관계를 바라본다. 볼수록 새로운 의미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그림도 아름답다.

환상적인 그림책에 여행하는 착각마저

◎시공주니어 김문정 주간

<세 개의 황금 열쇠> 피터 시스 그림·글(사계절)

자유롭지 못하던 시절의 체코 프라하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이민자 예술가인 저자가, 뉴욕에서 태어난 딸에게 자신의 조국과 자신이 성장한 도시를 보여주기 위한 그린 책이다. 환상적이면서도 정밀한 그림체를 따라 도시를 여행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데, 유태인 묘지를 지나는 장면에서는 카프카가 떠오르기도 한다.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가 출판 편집장 시절 기획했던 책이다.

<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 요르크 슈타이너 글·요르크 뮐러 그림(비룡소)

직장 생활을 오래 하면서 나의 본질은 사라지고 직급이나 업무로 내가 분류되어지는 ‘회사인간’이 돼가는 듯한 기분이 들 때, 퍼뜩 지금의 나, 진짜 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그림책. 환경 문제 등 다양한 방향으로 해석이 가능하면서도 획일화되고 소외되는 현실을 날카롭게 짚어내는 안목이 놀랍다.

<새벽> 유리 슐레비츠 그림·글 (시공주니어)

새벽의 그 고요하고 순식간인 세계를 한시처럼 그림으로 표현했다. 실제 작가는 중국 한시에서 영감을 받았다는데, 여백과 수채화가 주는 색채의 맑음과 손자와 할아버지의 고요한 움직임이 두고두고 여운을 남긴다. 마음이 각박해질 때마다 들추게 되는 쉼표 같은 그림책이다.

단 한 줄의 지문에 신랄한 풍자와 품위가 …

◎보림출판사 최정선 편집주간

<내가 함께 있을게> 볼프 에를브루흐 그림·글(웅진주니어)

죽음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도 슬프기보다는 읽으면 이상하게 큰 위로를 얻게 되는 그림책. 늘 군더더기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이 정갈하고 성찰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작가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돼 있다. 독자에게도 자기 성찰과 깊이 있는 사유를 요구하면서도 아주 따뜻하다.

<창 너머> 할스 키핑 그림·글(시공주니어)

그림책이라는 게 참으로 매혹적이면서도 진지한 장르라는 걸 깨닫게 해준 책. 책 전체가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그리고 있는데 그 풍경을 보는 사람은 어쩐지 방 안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내아이다. 작가가 쓴 풍부한 상징과 은유를 온전히 이해하게 될 날이 올까 싶지만 그래도 늘 좋은 그림책.

<햄릿> 프리드리히 카를 베히터 그림·글(보림)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대담하고도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그림책. 곰돌이와 어릿광대 캐릭터를 활용해 원전의 다양한 인물들을 간결하게 축약하면서도 그림책이 가진 연극성과 원전 희곡이 가진 연극성을 절묘하게 결합시켰다. 페이지마다 그림 위에 단 한 줄의 지문을 쓰면서도 신랄한 풍자성과 고전의 품위가 빛을 발한다.

개를 키워봤다면 눈물 나고 말거야

◎도서출판 마루벌 이명희 이사

<개들도 하늘나라에 가요> 신시아 라일런트 그림·글 (보물창고)

개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특히 개를 키우다가 하늘 나라에 보내본 사람이라면 어른 아이할 것 없이 절절하게 공감하며 눈물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그림책. 기능적으로 잘 된 그림은 아니지만 진심이 담긴 꼬마들의 학예회가 감동적이듯 아마추어적 그림체의 진지함과 진심이 마음을 움직인다.

<책읽기가 싫어> 에티엔 들레세르 그림·리타 마샬 글 (미래아이)

세계적인 명성의 화가 에티엔 들레세르의 환상적인 파스텔 톤의 그림과 그의 아내인 북아티스트 리타 마샬의 섬세하고 놀라운 상상력이 찰떡궁합으로 만났다. 어린이와 어른이 좋아할 스타일을 적당하게 조화돼 있어 그림을 보는 즐거움이 무엇보다 큰 책.

<할아버지의 긴 여행> 앨런 세이 그림·글 (도서출판 마루벌)

젊은 시절 일본을 떠나 미국으로 갔다가 노년에 돌아온 할아버지가 평생 느꼈던 향수를 손자가 나이 들면서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린 책으로 3세대의 인생 여정을 통해 변함없는 우리의 삶을 보여준다. 고향에 대한 애틋함과 성장하면서 얻게 되는 이해와 연민의 감정이 따뜻하고 뭉클하게 그려졌다.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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