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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27 18:48 수정 : 2008.03.02 14:22

‘오리엔탈 펑크 스튜’(Oriental Funk Stew·오세준)는 디제이 디코드(DJ Decode)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디제이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한국의 클럽문화를 대표하는 디제이 3인 연쇄 인터뷰

국내 1세대 디제이이자, 우리 클럽 문화를 대표하는 세 디제이를 만났다. 이들은 모두 1995년 전후 시작해 10년이 넘도록 꾸준히 클럽에서 디제이로 활동해 왔고, 99년에는 함께 ‘이너테크’(Innertech)라는 파티 프로모션 업체를 만들어 디제이 중심의 파티 기획에 앞장서기도 했다.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활동하는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영국에서도 인정받은’ 오리엔탈 펑크 스튜 오세준|

“제 앨범으로 승부하고 싶어요”

“디제잉의 가장 큰 매력은 반응이 직접적이라는 거예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함께 있잖아요. 또 개인적이면서 즉흥적이에요. 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만나잖아요. 관객이 디제이를 보지 않아도 춤을 추면서 음악으로 만날 수 있죠.”

‘오리엔탈 펑크 스튜’(Oriental Funk Stew·오세준)는 디제이 디코드(DJ Decode)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디제이다. 디제잉부터 앨범까지, 홍대 앞부터 국외까지 폭넓은 활동을 하는 디제이로 유명한 그는 2004년 ‘오리엔탈 …’로 이름을 바꿨다. 그가 디제이를 시작한 지도 벌써 15년이 됐다. 30대 중반이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반평생보다 조금 적은 시간을 디제이로 살아온 것이다. “처음 디제잉을 접한 것은 1992년 유학 중이던 미국 뉴욕에서였어요. 원래 음악을 무척 좋아했거든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고등학교 때는 록밴드도 했어요. 그러다가 스무살 무렵 뉴욕 클럽에서 처음 디제이를 보고 ‘저거다!’ 싶었죠.” 당장 디제이 장비를 구입한 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유명 디제이를 찾아갔다. 그리고 무작정 가르쳐 달라고 조르면서 배웠다. 미국에서 주로 활동하다가 방학이 되면 95~97년 상수도 같은 클럽에서 음악을 틀기도 했다.


한국에 들어온 99년부터 오리엔탈 펑크 스튜는 클럽에서 본격적으로 디제잉을 하고 여러 앨범 작업에 참여하면서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그러다가 2004년 미국에서 이피(EP)를 발표하며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적인 레이블 아멘티 뮤직과 계약했다. 2006년 아멘티 뮤직 대표이자 세계적인 디제이인 올리비에 데스멧과 함께 발매한 이피는 영국 하우스뮤직 차트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디제이는 컴퓨터와 턴테이블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록 음악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본고장 미국이나 영국을 따라가지 못한다고들 하지만, 디제이가 만들어낸 하우스 음악은 그렇지 않아요. 뉴욕·런던·도쿄 등 전세계에서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죠. 그래서 음악 하나로 승부하고, 음악 하나로 평가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그는 하우스 등 일렉트로닉 음악을 ‘혁명적인 음악’이라고 말한다.

지금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앨범과 프로듀싱이다. 그래서 클럽 디제잉은 잠시 내려놓고 스튜디오에서 다음달 국내에서 발매되는 첫번째 앨범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외국에서는 디제이가 앨범이나 리믹스 앨범을 많이 내고, 그 앨범이 음악 시장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해요. 음악을 트는 것뿐 아니라 뮤지션으로 음악을 만들고 프로듀싱하는 부분이 커요. 그런데 국내에서는 디제이 앨범이 거의 없고, 발매도 쉽지 않아요. 우리 클럽과 디제이 역사가 그만큼 짧기도 하고, 우리는 지금 음반 시장 자체가 힘든 상황이니까요. 외국에서는 제 음악과 제 앨범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국내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답답하기도 해요. 그래서 이번 제 앨범으로 뮤지션으로서의 저를 보여주고 싶어요. 조금 더 대중적으로 다가가려고 보컬 작업도 함께 했죠.” 국내외에서, 클럽 공연과 앨범에서 모두 인정받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올해는 꼭 이뤄질 것 같다.

|‘10년 동안 클럽 개근한’ 디제이 비제이 유병준|

‘폼’으로 하면 견디지 못해

디제이 비제이(DJ Beejay·유병준)에게는 한가지 수식어가 있다. ‘10년 동안 단 1주도 쉬지 않은 디제이’다.
디제이 비제이(DJ Beejay·유병준)에게는 한가지 수식어가 있다. ‘10년 동안 단 1주도 쉬지 않은 디제이’다. 1990년대 중후반 홍대 앞에 클럽 문화가 생겨날 때 디제이 플래닛으로 활동하다가 99년 디제이 비제이로 이름을 바꾼 그는 정말 한 주일도 디제잉을 쉬어본 적이 없다. 명월관부터 상수도를 거쳐 카고와 에어 등 대표적인 클럽에서 디제이로 활동해 왔다. 파티도 빼놓지 않았다. “디제잉을 할 때의 느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거죠. 클럽 문화는 빠른 속도로 바뀌기 때문에 예민해지는 부분이 있어요. 가끔은 스트레스로 느껴지기도 하죠. 그렇지만 10년 동안 디제이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어요. 재미있어요. 제가 즐거우면 관객들도 즐거워해요.”

그는 귀가 깨어있는 모든 순간 음악을 듣는 스타일이다. 차에서도, 집에서도 늘 음악을 틀어놓는다. 장르도 다양하다. 하우스부터 드럼앤베이스, 80년대 빌보드 팝송까지 가리지 않는다. 집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엘피(LP)나 시디(CD) 등 음반이 쌓여 있다. 물론 디제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음악 소스에 대해서도 욕심이 대단하다. 그가 디제이가 된 이유도 한가지, ‘음악이 좋아서’다. 오리엔탈 펑크 스튜와 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한 그는 학교에서도 이어폰으로 음악만 듣던 학생이었다. 음악도 비트 위주의 음악, 베이스가 좋은 음악, 보컬이나 가사보다는 연주가 주가 되는 음악을 주로 들었다. 그렇게 이곳 저곳 음악을 들으러 다니다가 디제이를 하는 형을 만나 디제이를 시작했다.

“디제이는 정말 음악을 좋아해야 할 수 있어요. 단순히 멋져보인다고 시작하면 견뎌내지 못해요. 새로운 음악을 듣고 자기 음악을 찾아내는 것이 디제이에게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니까요. 최근에 디제이가 많아지고 있어요. 국내 디제이들은 기술면에서는 세계적인 디제이에 뒤지지 않아요. 그런데 아직 깊이가 부족하죠. 그 디제이가 얼마나 많은 음악을 들었는지 조금만 봐도 금세 알 수 있어요. 좋은 디제이에게는 에너지가 있어요. 에너지는 경험과 관록에서 나오기도 해요. 세계적인 디제이들은 나이가 40~50대가 많아요. 그런 디제이들은 관중을 끌고가는 에너지가 다르죠. 그래도 저는 모든 디제이를 존경해요. 디제이들 사이에서는 존경이라는 뜻의 ‘리스펙트’가 중요하거든요. 모든 디제이가 그만큼의 열정을 갖고 디제잉을 하기 때문에 디제이 사이에 차별을 두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

디제이 비제이 역시 디제이에서 프로듀서로 변신을 준비한다. 믹스 앨범을 여럿 내기는 했지만 자신이 만든 곡으로 승부하는 것은 이제 시작이다. “곧 나올 하우스 그룹 ‘하우스 룰즈’의 앨범에 제가 만든 곡이 들어갈 예정이에요. 요즘에는 곡을 만드는 게 재미있어요. 4월에 ‘하우스 룰즈’ 앨범이 나오면 클럽 공연을 위주로 활동하게 될 것 같아요.” 지난 10년 동안 디제이로 ‘개근상’을 받은 디제이 비제이, 이제 프로듀서로 또 뮤지션으로 ‘최우수상’을 받는 일만 남았다.

자신을 디제이를 하기 위해 태어난 ‘내추럴 본 디제이’라고 표현하는 디제이 바람(DJ BARAM·강경원)이다.

|‘트렌드의 최전선’ 디제이 바람 강경원|

‘뚜껑이 열리는’ 소중한 순간!

2월23일 새벽 1시30분을 넘긴 시간, 홍대 앞 하우스 클럽 ‘엠투’(M2)에 펑크록밴드 ‘노브레인’의 이성우가 나타났다. 사람들로 꽉 찬 무대 앞에 나와 ‘미친듯 놀자’, ‘넌 내게 반했어’ 등을 노래하는데 이성우의 뒤에는 늘 있어야 하는 그의 밴드 대신 노브레인의 음악을 믹스해 연주하는 디제이가 있었다. 자신을 디제이를 하기 위해 태어난 ‘내추럴 본 디제이’라고 표현하는 디제이 바람(DJ BARAM·강경원)이다.

“음악을 좋아해서 디제이가 된 사람이 있고, 노는 걸 좋아해서 디제이가 된 사람이 있어요. 저는 후자예요. 재미있게 노는 걸 무척 좋아해요. 그래서 재미있는 것을 찾다가 디제이가 됐죠. 디제이가 늘 재미있는 것은 아녜요. 디제이에게 열기나 환호는 일상이니까요. 재미없다고 느낄 때는 지금 이런 기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떠올려요. 더 재미있는 프로젝트도 찾아다니고요.”

그가 처음 ‘디제이’라는 이름을 걸고 공연한 게 97년께 홍대 앞 클럽 상수도였다. ‘삐삐밴드’ 멤버였던 디제이 달파란(강기영)에게 배우면서 디제이로서 자리를 굳혔다. 클러버의 마음을 사로잡기로 유명한 그에게 가장 중요하게 자리잡은 단어는 ‘믿음’이다. “디제이와 클러버 사이에는 절대적으로 믿음과 신뢰가 중요해요. 디제이가 아무리 잘난 척해 봤자 소용없죠. 관객과 공감하면서 친구가 되는 게 디제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마음이 모아지면 다 같이 무아지경으로 빠져요. 그런 순간을 ‘뚜껑이 열린다’고 표현하는데, 디제이를 하다 보면 그런 순간과 자주 마주쳐요. 음악으로 관객과 소통이 되면서 짜릿함을 느끼는 순간이죠. 그런 순간 때문에 계속 디제이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저는 아무리 유명한 세계 최고의 디제이보다 국내 디제이가 낫다고 봐요. 우리나라 사람끼리 말이 더 잘 통하는 것과 비슷한거죠.”

최근 디제이 바람은 영화배우 류승범이나 디자이너 최범석, 가수 구준엽 등과 함께 자주 거론된다. 그가 그들에게 디제잉을 가르친다는 이유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유명세를 보지만 저는 열정을 봐요. 아무리 유명하다고 해도 열정이 없으면 저는 돌려보내거든요. 모두들 열정이 넘쳐요.” 이런 맥락에서 사람들은 그를 두고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그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의도적으로 유행을 만들려고 노력하지는 않아요. 저는 그저 제가 즐거운 방식으로 노는 것뿐이에요. 제가 노는 걸 사람들이 ‘트렌드화’한 거죠. 저는 이전에도 계속 이 자리에서 놀고 있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최근 그가 가장 ‘꽂혀 있는’ 것은 ‘크루’다. “하우스 댄서 소울시스터즈와 보컬 쿤타 등 서로 다른 장르에 있는 친구들을 모아서 퍼포먼스팀 같은 크루를 만들었어요. 이렇게 모여서 좋은 에너지와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오늘 ‘노브레인’ 이성우와 함께 하는 쇼케이스도 마찬가지죠. 같이 놀다가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고 ‘뭔가를 함께하면 재밌겠다’ 싶으면 구성해 보는 거죠.” 다음에 또 뭐가 유행할지 궁금하다면, 디제이 바람의 풍항계를 주목해 보자.

자신을 디제이를 하기 위해 태어난 ‘내추럴 본 디제이’라고 표현하는 디제이 바람(DJ BARAM·강경원)이다.

글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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