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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13 18:32 수정 : 2008.02.17 15:15

“한번 발을 들이면 최소 10년”이다. 홍대앞 표현갤러리 ‘요기가’를 운영하는 이한주 대표.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홍대 앞의 즐거운 놀이터 ‘요기가 실험가게’와 ‘클럽 오백만원’ 이야기

“한번 발을 들이면 최소 10년”이다. 홍대앞 표현갤러리 ‘요기가’를 운영하는 이한주 대표의 말이다. 무슨 말이냐고? ‘홍대돌이·홍대순이’들은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홍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이 대표 역시 내후년이면 홍대 생활 20년이다. 온전히 20년은 아니다. 한창 사업에 몰두할 때 2년 정도 홍대 앞을 떠나 있었다. 돈은 잘 들어오는데 ‘그래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신청하면 공간을 주는 ‘미니미니전’

2004년 홍대앞으로 돌아와 산울림 소극장길 맨아랫자락께 ‘요기가 실험가게’를 차렸다. 가게 안에 작은 상자공간들을 마련해 상자 하나당 2만원에 미니 전시공간을 임대해줬다. 정확히 임대해줬다기보다 공간을 나누며 함께 운영하는 ‘공산체제적’ 공간을 꿈꾸었다. 그런데 전시와 판매가 병행되면서 위탁 판매점이라는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참여자들의 자리 신경전도 펼쳐졌으며, ‘사장님’이라는 소리에도 익숙해졌다. 결정적으로 월세도 올라서 2년 만에 털고 주차장 끝자락 후미진 골목 지하에 널찍한 공간을 마련했다. 여기가 ‘표현 갤러리 요기가’다. ‘요기가’는 단순히 독특한 전시나 공연을 하는 대안공간이 아니다. 갤러리라는 말 앞에 붙은 ‘표현’이라는 말이 이 공간의 성격을 말해준다. 공연도 하고 전시도 하지만 관객과 작품, 관객과 작가가 만나는 곳이 아니다.

매달 마지막주 여는 ‘미니미니전’은 이 공간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누구나 신청을 하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이 전시는 ‘아트’를 위한 행사가 아니다. 자신이 운영하는 카센터의 수리목록을 걸어놓을 수도 있고, 어린이가 자신의 그림 일기장을 걸어놓을 수도 있다. 작가라면 요즘 작업 중인 스케치를 걸어놓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허용하는 워크숍이자 놀이터다. 물론 때때로 한돌이나 김두수처럼 여느 공연장에서도 좀처럼 만나기 힘든 뮤지션들도 공연을 한다. 그러나 수익도 홍보도 없다. 많은 사람이 찾기보다는 표현하고 표현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의 ‘공산체제’를 닮은 터전을 만드는 게 이 대표의 바람이다.

이한주 대표가 만든 파격적 상상력의 공간에는 실험성과 아마추어적 성격이 강했던 대학시절 홍대앞 기억이 또아리틀고 있듯이 오래 전 몸에 각인된 홍대앞의 추억은 지금의 홍대앞을 바꾸는 힘이 된다. 이미 홍대앞 사람들에게는 소문이 자자한 클럽 ‘오백만원하고도 안바꾼다 저 빗소리’(이하 오백만원)도 그 기억을 품고 만들어진 공간이다. ‘오백만원’의 주인인 ‘비눌’은 그 옛날 명월관, 황금투구의 디제이를 했던 홍대앞 1세대 디제이 출신이다. “홍대앞 클럽 출신인 나조차 갈 만한 데가 없다는 게 짜증나고 답답해 만든 곳”이 이곳 ‘오백만원’이다. 디제이를 하다가 그만두고 몇 해를 노숙자처럼 지내다가 3년 전 만든 곳이 이미 홍대앞 명소가 된바 ‘나비도 꽃이었다 꽃을 떠나기 전에는’(이하 나비바)이었다. 원래 ‘나비바’도 모래밭에서 맨발로 춤을 추라고 바와 클럽을 반반씩 나누었는데, 뜻대로 되지는 않다가 뜻밖의 대박이 터졌다. 그래서 만든 게 클럽 ‘오백만원’이다.


“내가 갈 데 없어 짜증나 만들었소”

‘요기가’의 이한주 대표처럼 비눌도 ‘오백만원’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는 관심이 없다. 종이에 손글씨로 대충 써서 붙여놓은 것 같은 간판부터 사람을 끄는 데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붐비는 대신 10여년 전 홍대앞 클럽의 해방감을 만끽하는 홍대적인 놀이공간을 꿈꾼다. 어어부 밴드와 황보령 밴드 등 실험적인 밴드들과 디제잉이 어우러진 지난해 ‘성탄과 송년의 밤’ 카니발은 클럽 골목에서 이제 느끼기 힘든 홍대적 기운이 만발했던 행사다. 3, 4월께면 ‘오백만원’은 더 많은 공연과 실험과 놀이들을 장전하고 ‘이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손잡고 홍대앞에 새바람을 몰고올 무브먼트의 전진기지가 된다는 발칙한 야심을 품고 있다.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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