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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3 21:41 수정 : 2008.01.2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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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칠순이 넘으셨다고요? 경로우대증 확인해야 믿겠어요. 어쩜 그렇게 주름이 없으세요?” “아이가 둘이나 딸리셨다고요? 큰애가 중학생이라고요? 밖에 나가면 아가씨라고 해도 속겠어요.” “어쩜 이렇게 고우세요. 얼굴이 정말 순백이세요. 잡티도 하나도 없구요. 손가락을 대면 통통 튈 것처럼 탄력이 느껴지는 걸요.” “얼굴이 너어무 작으세요. 꼭 씨디(CD)만 한데요.” “화장 기가 막히게 먹으셨어요. 생얼인 줄 알았잖아요.” “이게 생얼이시라구요? 저는 화장한 줄 알고 깜빡 속았답니다.” “동안이세요. 동안선발대회 열리면 꼭 나가 보세요.”

가급적 좋게 말해야 합니다. 남의 피부 면적이나 상태에 관한 느낌을 피력할 때는 그렇습니다. 다음과 같이 말하는 건 눈치 없는 짓입니다. “와, 주근깨투성이다. 어릴 때 별명이 깨순이였겠네요?” “젊은 날에 고생 많이 하셨나 봐. 왜 이리 주름이 많대요? 꼭 밭고랑 같아.” “쯧쯧, 피부 관리 좀 하시지. 열 살은 더 들어 보이잖아요.” 70대는 60대, 60대는 50대, 50대는 40대, 40대는 30대처럼 보인다는 말을 들어야 행복해합니다.

피부에 관하여 두 사람을 기억합니다. 한 사람은 이회창씨입니다. 그가 17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피부였습니다. 지나치게 젊어졌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그 얼굴이 일흔세 살의 할아버지란 말입니까. 어떤 시술을 했는지 모르지만, 피부에 관한 한 브라만 계급이었습니다. 또 한 사람은 얼마 전 티브이의 한 프로그램에서 본 ‘가면인간’이었습니다. 교통사고의 화상 후유증으로 그는 늘 가면을 쓰고 다녔습니다. 그는 ‘불가촉천민’에 해당될까요.

피부는 계급이라고 합니다. 더 높은 계급에 오르려는 인간의 노력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높든 낮든, 남의 계급을 올려서 평해 줍시다. 돈 안 들이고 점수를 따는 길입니다.

고경태/ <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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