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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19 19:19 수정 : 2007.12.21 14:43

웃겼다, 고마웠다 2007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웃겼다, 고마웠다 2007

대통령 선거 결과 뉴스로 온 나라가 들떠 있는 오늘, 선거와도 상관없고 정치는 더욱 찾아볼 수 없는 이번주 〈Esc〉를 꼭 챙겨야 하는 명백한 이유를 정리해 밝힌다.

1. 읽지 않아도 된다.

흔히 사람들은 신문을 사거나 배달받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하지만 이번주 〈Esc〉는 읽지 않아도 좋다. 아니, 오히려 읽지 않는 편이 좋다. 모두들 대통령 당선자의 비전을 토론하고 국가의 미래를 예측할 때 “김구라 별명이 정자왕이래” 이런 이야기를 했다가는 ‘쟤, 뭐니?’ 이런 눈초리를 받기 십상이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에서 해방시켜주는 신문이라니 이보다 마음 편한 일이 있는가.

2. 건강유지에 좋다.


대선 관련 기사들은 독자들에게 향후 주가의 향방이나 남북 관계의 변화 등을 자세히 제시하면서 문득 두통을 유발하기도 하고, 독자를 자괴감(‘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 돼’)에 빠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읽지 말라고 한 〈Esc〉 표지기사를 굳이 읽는다 해도 걱정할 건 없다. 읽고 나서 5분만 지나면 내용을 까맣게 잊어버릴 테니까. 내용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지만 내용도 없는 걸 잘 구성해 하나의 기사로 엮은 노고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지 않을까?

3. 생명을 구한다.

인간은 어리석다. 중요한 물품을 챙기려다 목숨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만약 이 기사에 전세계 기아문제를 해결할 만한 중요한 단서가 있다거나 에이즈를 퇴치할 수 있는 의학적 정보가 담겨 있다면 화재로 불타는 집에서 또는 물에 잠기고 있는 여객선에서 빠져나와야 할 때 신문을 챙기느라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내용은 전혀 없으니 위급한 상황이 와도 목숨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은 제로다.

4. 인간관계의 개선을 돕는다.

우선 내용적인 면에서 논쟁이 될 만한 철학적 내용이 전혀 없기 때문에 친구나 동료끼리 언쟁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다. 형식적으로 보자면 혹시나 정치적 입장의 차이로 싸움이 나서 들고 있다가 흉기로 사용하게 되더라도 워낙 부피가 얇아 물리적 심정적으로 별 타격을 주지 않는다. 또 낯선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 들고 나가면 ‘요즘 보기 드물게 신문을 열심히 읽는 견실한 사람이군’이라는 좋은 인상을 남길 수도 있다.(단 박명수의 얼굴이 나오는 지면은 안쪽으로 접어 들도록 하자.)

실없는 농담 한번 해봤습니다. 박수를 치는 사람, 한숨을 쉬는 사람 모두가 이상 열기에 감염되는 오늘 〈Esc〉는 작정하고 실없이 웃어버리기로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올 한해도 실없어서 존재감도 없는 농담과 개그와 유머들에 많이 의지해 크고 작은 시름을 잠시나마 털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를 웃기고 공기처럼 사라졌던 ‘2007년의 말, 말, 말’을 엮었습니다. 대출이자가 올라서, 펀드가 폭락해서 상심한 마음을 〈Esc〉가 해결해드릴 수는 없지만 잠시라도 양 어깨의 짐을 내려놓으시라고 준비했습니다. 웃고! 털어버립시다!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그래픽 임호림 기자

(위 글은 <쉽게 거절할 수 없다>(쓰지야 겐지 지음, 좋은책만들기 펴냄)의 머리말을 패러디했습니다.)


다시 봐도 배꼽 빠지는 박명수·지상렬·김구라의 2007 명어록 감상

지난 1년을 돌아보면, 목청이 보이도록 깔깔 웃었던 곳은 텔레비전 앞 아니면 술자리 둘 중 하나였다. 저급하거나 혹은 적나라한 말발로 시청자를 웃겨줬던 ‘얄미운 배꼽 도둑’ 3인방은 1970년생 동갑내기 박명수·지상렬·김구라. 본방송에서 봐도, 재방송에서 봐도, 다시보기로 봐도 미친 듯이 웃게 되는 이들의 ‘어록’을 각종 검색과 다시보기를 통해 정리했다. 이들의 ‘토크’를 다시 ‘플레이’하면서 ‘러브’해 보자.

‘오감 사용’ 박명수
‘오감 사용’ 박명수

*박명수 : 거성 박명수는 개그를 할 때 늘 오감을 사용한다. 말을 더듬으면서 잠시 멍한 순간을 유지하거나, 호통을 치면서 침을 흘리는 식이다. 박명수의 웃기기 비결은 단어 틀리기+말 더듬기, 호통치기+짜증내기, 앞뒤 안 맞는 얘기하기로 정리된다. 그럼 박명수 선생님의 말투와 표정을 떠올리면서 각 비결에 걸맞게 실례(!)해보자.

1. 단어 틀리기+더듬기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셨쎄요? 안녕갑쎄요? 안녕갑띠? 안녕쌉싸리와용?

-장난으로 던진 돌에 고양이가 맞아요! 보아양도 오리온차트에서, 메이지 유신….

-너희들을 만난 건 내 평생 행…행운이야. 흐…흑…흑채 바다 될지도 몰라. 시…출발!

-우쥬라익썸씽투드링크? 튜닝 페이스, 노 내추럴!

2. 호통치기+짜증내기

-야, 이 멍충아! 근본 없는 놈 중에 최고다, 넌! 건방진 뚱보(때로는 노랑머리)! 닥쳐!

-인기의 맛도 못 본 것들이. 건방진 엠씨, 개편 때 짤려라.

-(급흥분) 이 양반이 진짜! → (급칭찬) 사람 참 괜찮네.

-얘가 왜 대상이야! 웃기긴 내가 다 웃겼는데! 시청자 여러분, 얘가 이런 애예요.

-먹고살라고 하는 거 아닙니까. 저도 재벌가에서 태어났으면 이러지 않아요. 허벌가에서 태어나서 그래요, 허벌가!

3. 앞뒤 안 맞는 얘기

내가 예전에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하고 있는데 앞에 차가 너무 느리게 가는 거야. 내가 화가 나서 빵빵 클랙션을 눌렀어요. 근데 차가 갑자기 내 앞을 막아. 그래서 차를 세웠지. 앞에 차에서 문을 탁 열고 나오더니 내 차문을 똑똑 두들겨. 창문을 열었지. 얼굴이 안 좋아, 얼굴에 핏기가 없어. 그래서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했죠. 그리고 빵긋~ 웃었죠. “아저씨 저예요, 박명수에요. 아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리고 씨익 웃고 갔죠. 그런 사람들 위험해. 이상한 휘발유 들고 다니면서 그거 차 주위에 뿌려. 불 잘 붙는 걸로.



‘안습의 시조’ 지상렬
‘안습의 시조’ 지상렬

*지상렬 : 지상렬은 어휘 구사의 천재라고도 불린다. 일상에서 좀처럼 쓰지 않는 단어와 문장을 즐겨 사용해 혹자로부터는 통역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지상렬의 비법으로는 오장육부 등 신체 각 부위를 활용하는 장기 개그, 천재적인 비유, 잉글리시 개그 등이 있다. ‘안구에 습기 찬다’라는 고도의 표현력으로 ‘안습’이라는 단어를 창조해낸 지상렬의 어록을 거들떠보자.

1. 장기 개그

-간 두개 챙겨 와라. 간에 알코올 저장 좀 해야지.(통역:술 마시러 나와.)

-이 사람들이 입에서 쓸개가 나오네.(통역:이 사람들이 말을 막하네.)

-잠깐 벽지에다가 뇌를 렌트하고 왔어요.(통역:잠깐 다른 생각을 했어요.)

-깜빡이가 이쪽으로 가네.(통역:눈이 이쪽을 보게 되네.)

2. 천재적인 비유

-어디다 대고 지문을 묻혀?(통역:어딜 만져?)

-너는 식혜의 밥알이야, 언제 가라앉을지 몰라!(통역:너 언제 인기 떨어질지 몰라!)

-이마에서 벌써 암반수 터졌네.(통역:이마에서 땀이 나네.)

-혀에 니스 좀 발랐구나.(통역:말발이 좀 되는구나)

-니가 어떻게 나한테 리모컨을 쏴?(통역:나한테 이래라저래라야?)

-(<해피투게더>에서 유재석이 머리를 풀어헤친 지상렬을 도사 취급하며 사우나에 몇 년 있었냐고 묻자,)

빠이쁘와 함께 들어왔네. 원조 멤바지. 여기 골조하고 친구네.

3. 잉글리시 개그

-너 아까부터 왜 자꾸 핑거질이야!(통역:너 아까부터 왜 자꾸 손가락질이야.)

-너 훈민정음 드리블 좀 하는데?(통역:너 말발이 좀 되는데?)



‘독한 개그’ 김구라
‘독한 개그’ 김구라

*김구라 : 김구라의 말발은 팔할이 (순화된) 욕이다. 공중파에서는 좀처럼 그 욕의 원액을 듣지 못하지만, 여전히 독한 멘트를 뱉으며 ‘구라’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구라의 개그는 욕(또는 화)·돈·정자, 이 세 가지로 이뤄져 있다. 한동안 티브이를 ‘틀면 나왔던’ 김구라의 어마무시한 얼굴과 특유의 말버릇을 상상하면서 독한 개그의 세계로 빠져보자.

1. 욕 또는 화

-이거 왜 이래? 넌 뭐야? 아 정말 말 많어! 그 정도 해먹었으면 됐잖아?

-이거 돌아이 아냐! 뭐 하고 자빠졌어? 방송사상 최초로 이거 누워야 되나.

-이런 수정과 위에 잣 같은 경우가 다 있어.

-씹으니까 제가 형편이 나아진 거지, 마일리지가 쌓이듯이. 욕마일리지를 자꾸 하다보니 제주도 항공권이 나온 거지, 아시겠죠?

-제 팬 중에는 거친 친구들이 많아요. 그 친구들은 간첩이 접선하듯이 새벽에 들어요. 사인해 달라고 하면서 “형, 욕 써주세요” 그런다구. 그럼 “됐어, 이 멍멍(효과음처리)아” 그러지.

2. 돈

-저희 집안에 가훈이 있습니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젓자.

-저도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곳이 있었지만 지금 기획사에서 비전을 제시해줬죠. 거북이하고 묶어서 행사를 다니겠다, 그런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에. 거북이 빙고하고 그럴 때 내가 사회 보고, 야 이거 좋겠다 싶었죠. 그런데 많이 못 다녔어요. 그리고 지금 거북이도 나갔어요.

3. 정자

-보통 사람들은 미리당 4천만 마리인데 저는 1억5천만 마리인 거야. 칼 루이스예요. 엄청 빨라.

-왜 이래! 나 정자왕 출신이야!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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