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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28 18:49 수정 : 2007.12.02 11:38

‘쇼를 하라’로 올해 최고의 주목을 받은 광고 캐릭터 ‘생쇼걸’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광고전쟁의 포화 속에서 활짝 피어난 생쇼걸과 백부장

티브이시에프(TVCF)라는 시에프 전문 사이트를 살펴보니 지난 1년 동안 가장 인기를 끈 광고 100편 중에 무려 24편이 이동통신사 광고였다. 2007년 광고계는 양대 통신사가 영상통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대대적인 물량공세와 온갖 튀는 아이디어들로 맞붙은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이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어난 스타가 하나 있었으니 케이티에프(KTF) ‘쇼를 하라’ 시에프에서 탄생한 ‘생쇼걸’이다. 생쇼걸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건 단연코 예상을 뒤엎는 캐릭터에서 나온다. 단정하게 묶은 생머리, 카디건에 원피스라는 전형적인 옷차림과 큰 눈에서 우리는 무엇을 떠올리는가. 가녀린 목소리에 수줍게 웃는 공주 아가씨다. 하지만 이 아가씨는 쇼를 하면 공짜라는 한마디에 너무나도 진지한 얼굴로 막춤을 춰대며 사람들을 황당하게 만든다. 그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이 친근함이란. 완벽한 몸매에 턱을 높이 쳐든 전지현은 나와 너무 먼 존재 같지만 생쇼걸은 곁에 두면 인생이 조금은 더 즐거워질 것 같지 않은가. 안 그래도 허겁지겁 사는 게 힘든데 저기 닿을 수 없는 스타를 모셔놓고 따라오라고 하는 광고보단 내 얘기, 아는 친구의 황당한 실수담과 같은 재미로 친구처럼 소비자를 유혹하는 시대가 드디어 온 것일지도 모른다.

파격적 양식으로 박수를 받은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의 ‘백부장’
생쇼걸이 전국민의 뇌리에 찍힌 2007년의 광고 캐릭터라면 이처럼 화려한 주목을 받지는 않았지만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광고 캐릭터도 있었으니 이름하여, ‘백 부장’.

바나나는 노랗다는 편견을 깨고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며 하얀 바나나 우유를 개발한 우리의 백 부장은 상사한테 그게 팔리겠냐며 깨지고, 딸 학교 선생님한테까지 불려가 고개를 조아리지만, 지금 심정이 어떠냐는 질문에 ‘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라며 축 처진 뒷모습을 보이며 터덜터덜 걸어간다. 몰래 카메라 형식의 손수제작물(UCC)로 출발한 이 우유 광고는 곧 케이블 티브이에서 붐을 일으키고 공중파까지 진출했으며, ‘저게 뭐야?’라며 지켜보던 사람들의 호기심에 힘입어 성공적인 매출을 달성했다.

상사한테 깨지고 머리를 조아리며 힘 빠진 어깨로 뒤돌아 걷는 백 부장님은 우리 시대의 직장인이다. 아무리 핀잔을 들으며 땀을 삐질삐질 흘려도 자기가 한 일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는 백 부장님, 상사한테 아부하는 처세술과는 거리가 멀고 묵묵히, 그리고 소심하게 편의점에 가서 자기가 개발한 상품을 슬그머니 앞쪽으로 가져다 놓는 우리 시대의 성실하고 귀여운 가장인 백 부장을 어찌 응원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백 부장님, 그리고 수많은 힘없는 직장인 여러분, 2007년 참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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