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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28 18:15 수정 : 2007.11.28 18:15

죄민수와 형수씨를 누른 올해의 개그캐릭터, 까다로운 변선생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죄민수와 형수씨를 누른 올해의 개그캐릭터, 까다로운 변선생

변선생에게는 틈이라는 게 없다. 남자 고등학교 교복이 분명한 옷차림에 귀여운 여중생 단발머리, 쌍팔년도식 휘날리는 스카프, 왼쪽 가슴팍에는 행사 때나 할 법한 붉은색 코사지까지 우선 외모에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교실에 들어올 때마다 ‘무한쾌활’한 춤을 추는 팔과 다리 움직임에도 다른 동작이 들어갈 구석이 없다. 입을 열기 시작하면 교실은 그의 목소리로 꽉 찬다. 숨도 쉬지 않고 쏘아댄다. 그와 나누는 모든 대화에는 ‘깔때기 이론’이 적용된다. 누구와 어떤 소재로 얘기를 하든 늘 결론은 “적당히 해라” “나가!” “신경쓰지 마”. 또 변선생은 버럭 화를 내다가 1초도 지나지 않아 ‘급방긋’ 한다. 냉탕과 온탕을 정신없이 오가는, 빈틈없이 까다로운 성격이다.

학생을 대하는 태도와 수업 내용에는 까다로운 성격만큼이나 소신과 일관성이 있다. 잘생긴 병철이는 편애하고, 평범한 기열이는 늘 내쫓으며, 정체가 밝혀진 주번은 학대하고, 존재감이 거의 없는 재관이는 없는 셈 치며, 존재감이 아예 없는 종훈이는… “신경쓰지 마잉!” 수업은 1교시에서 5교시까지 쉴 틈없이 달려 가지만 수학·국어·생물은 늘 ‘패스’. 남는 거라고는 영어발음 교정 뿐이다. “… 아니죠, … 맞습니다!”로 일관하는 변선생의 교습법을 무사통과하는 단어는 이 세상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멋대로이고 수다스러운데 교육적 일관성은 있는, 밉상+진상+화상 ‘까다로움 3단 콤보’인 <개그콘서트> ‘까다로운 변선생’의 변선생(변기수)은 올해 전반적으로 다소 부진했던 개그 프로그램 캐릭터 중 단연 최고다. 변선생과 경합을 벌인 후보로는 <개그야> ‘최국의 별을 쏘다’의 죄민수(조원석), <웃찾사> ‘친절한 형수씨’의 형수씨(송형수), ‘귀여워’의 언니(김현정) 등이 있다. 허나 죄민수는 캐릭터의 개성은 강했지만 지나치게 단순했으며 지구력이 약했고, 형수씨와 현정 언니는 캐릭터 자체의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대중적 파괴력이 부족했다.

변선생은 촘촘한 캐릭터 설정과 다양한 유행어, 매회 조금씩 느껴지는 변화, 다른 캐릭터의 탄탄한 뒷받침 등 ‘올해의 개그 캐릭터’로 갖출 건 모두 갖췄다. 게다가 변선생 캐릭터의 가장 큰 장점은 개그맨 변기수 자체의 개성과 성격이 살아있다는 점이다. 변기수는 ‘특종 나불나불’의 기자에서 ‘오빠’의 부산스러운 옷가게 사장, ‘원투 차차차’의 춤선생을 거쳐 변선생에 이르기까지 수다 개그 캐릭터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변선생에 더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변기수가 앞으로도 변선생의 뒤를 이을 새로운 수다 개그 캐릭터를 계속 보여줄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우리의 까다로운 변선생, 올 한해 수고하셨고 내년에도 다른 개그 캐릭터들 신경쓰지 말고 적당히 웃겨 주세요. 그럼 다음 기사로 넘어간다!”

안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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