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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28 18:04 수정 : 2007.11.28 18:04

Esc를 누르며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소사소난’하셨습니까?

그 반대말은 입에 꺼내기가 싫습니다. 너무 상투적이라서요. 연말 때만 되면 연하장을 포함한 각종 인사말엔 그 단어가 질리도록 등장하지요. ‘다사다난’ 말입니다. “올해는 참으로 다사다난했다”며 감회에 젖는 식이지요. 싸구려 감상 같아 재미없습니다. 차라리 “일도 없고 어려움도 없어 무지 심심했다”고 시니컬하게, 또는 위악적으로 자조해 봅시다. 그럴수록 빛나는 기억들이 더 새록새록 소중해지는 법입니다.

〈Esc〉가 뽑은 올해의 캐릭터도 반듯하고 참하기보다는 위악적인 이름을 달고 있습니다. ‘막돼먹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영애씨를 비롯해 다른 캐릭터들도 까다롭고, 이기적이고, 초현실적이며, 상식을 깨뜨리는 존재들입니다. 그 역설의 힘이 사람들에게 흥미와 공감을 안겨줍니다. 우리들의 삶도 단조롭고 순조롭기보다는 예측불허하게 변화무쌍한 편이, 지나고 나면 오래 남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무튼 정리의 계절입니다. 〈Esc〉는 이번 호에 한 해의 캐릭터를 정리했고, 전자제품 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모아 보았습니다. 나머지는 12월에 차차 여러 기획을 통해 정리할 예정입니다. 독자들도 12월의 문턱에서 정리에 들어갑니다. 연말정산을 위해 영수증을 모으고, 송년회 약속을 잡을 것입니다. 혼자 눈을 감고 한해를 돌아보기도 합니다.

한데 정리가 잘 안 되는 시추에이션입니다. 12월 빅 이슈인 대통령선거가 자꾸 혼란스럽게 합니다. 12명이나 나온데다, 비비케이(BBK)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 향방도 알 수 없어 어지럼증을 느낍니다. 게다가 삼성 비자금 문제까지 터져 뭐가 어디로 어떻게 튈지 종잡을 수 없기만 합니다.

정리 안 되는 12월. 그럼에도 마음을 정리하면 편안해집니다. 누가 되든 세상은 뒤집어지지 않으니까요. 신경 쓰지 말고, 올 한 해를 결산하는 전자계산기를 두드려 봅시다.

고경태/<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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