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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24 19:07 수정 : 2007.10.27 13:07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부암동에 살아볼까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부암동에 살아볼까

<왕의 남자> <즐거운 인생>을 만든 이준익 감독은 2003년 부암동 언덕배기에 들어와 3년을 살았다. 운영하는 영화사가 극도로 어려울 때 이 동네 살던 배우 정진영의 권유로 2천700만원짜리 전세집으로 ‘속세를 피해’ 이사왔다. 하지만 지금은 꿈도 못 꿀 일이다. 평당 300만원 남짓하던 전세금이 1, 2년새 700만원 가까이 올랐다. 매매가는 평당 1000만원을 훌쩍 넘겼다.

그래도 지난해부터 부동산 문의를 하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는 게 2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인왕부동산 이성문 사장의 말이다. 문제는 매물이 귀하다는 것이다. “세대수 자체가 서울의 큰 아파트 단지 하나도 안 되는데다가 대지 50평 정도의 5∼6억원대 집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100평이 넘는 집들만 가끔 나와서 거래가 성사되기가 힘들다”고 한다. 오랫동안 살아온 자기 집이 많고 유동인구가 거의 없다는 지역적 특성도 부암동 진입을 까다롭게 하는 이유다. 대화 도중 젊은 여자 둘이 작업실 겸 사무실로 쓸 집을 구한다며 부동산에 들어왔다. “드라마 인기 때문에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도 부쩍 자주 찾아오는데 와보니 별거 없다고 돌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이씨는 귀뜸한다. 두 손님은 제일 싼 연립주택 전세가 5000만원이라는 말을 듣고 주춤한다.

그래도 인내심을 발휘해 부암동 입성을 계획한다면 이씨는 “단순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기 좋은 부암동에 산다는 자부심만으로 살 수 있다면 괜찮지만 이것저것 따지면 불편해서 살 수가 없고 특히나 투자 가치를 생각한다면 절대로 말리고 싶다”고 한다. 규제에 묶여 2층이 넘는 건물을 올릴 수 없고 신축이나 증축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준익 감독의 충고를 하나 덧붙이면 이렇다. “겨울엔 춥고, 교통 편도 많지 않아 굉장히 불편하다. 다만 그 불편함을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 자체로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천국 같은 곳이 부암동이다.”

글 김은형 기자·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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