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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24 18:27 수정 : 2007.10.24 18:29

소품가게 ‘쇼트케이크’의 김윤아(사진 앞), 나동광 대표.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동대문에서 옷장사하다 부암동에 소품가게 연 김윤아씨

‘쇼트케이크’. 이름부터 대학가나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을 법한 수입 소품가게가 석 달 전 부암동 길가에 문을 열었다. ‘누가 여기 눈치없이?’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골목 최연소 사장님인 김윤아(26)씨는 부암동에서 나고 자란 부암동 토박이다. “가게에 앉아 있으면 동창생들이 인사하고 지나간다”고 말하는 김씨는, 5년 동안 동대문에서 옷을 만들어 팔다가 그곳에서 만난 동갑내기 남자친구와 함께 이 가게를 차렸다. 나이답지 않게 “너무 복잡하고 각박한 분위기가 우리와 맞지 않았다”고 공감해 이곳으로 오게 된 데는 김씨가 서울에서도 가장 조용한 동네에서 자라고 남자친구 나동광씨가 충청도 시골 출신인 이유가 컸을 것이다.

“다른 곳에는 옆 가게와 인사도 안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여기는 다들 친하게 지내요. 음식이라도 하면 가게들마다 돌리기 바쁘고, 얼마 전에는 철물점 할아버지가 은행을 한 바가지씩 나눠 주셨어요.” 동네 할머니들이 심심하면 놀러와 고양이를 들여다 보기도 하고, 그릇값이 너무 비싸다, 왜 젊은 아가씨가 여기다 가게를 냈냐 한참 이야기를 하다 가기도 한다. 물건을 사가는 손님은 하루에 열 명을 넘지 않아 동대문 시절에 비하면 턱도 없는 수익 규모지만 아직 만족도는 꽤 높다고 한다.

“돈을 많이 벌려고 들어온 건 아녜요. 상권지역에 비하면 월세가 싼 편인데다 요새는 평창동이나 세검정에서도 종종 손님들이 오고, 또 주말에는 커피프린스 1호점 촬영지 구경 오는 젊은 손님들이 늘어나서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녜요.” 김씨는 가게 매출이 늘어나면 좋겠지만 부암동이 복잡해지지 않는 게 더 좋을 거라고 말한다. 아침에 출근하는 기분이 아니라 집에 오는 기분으로 가게 문을 열고, 점심 때면 청운공원에 걸어가 배드맨턴을 치는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돈은 오랫동안 천천히 벌면서 살래요. 기회가 되면 언젠가는 제가 좋아하는 쇼트케이크를 만들어서 파는 조그만 가게도 근처에 열고 싶어요.” 소녀처럼 앳되 보이는 가게 주인 김씨의 꿈도 은근하고 고집스런 부암동을 닮았다.

글 김은형 기자·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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