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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1 16:09 수정 : 2007.06.21 16:56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많은 항공 교통량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관제 서비스로 기장들에게 인기가 높다. 루프트한자항공 제공.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내가 사랑한 공항’

당신이 사랑하는 공항은 어디인가요? 이런 질문을 받은 사람들마다 밤이 새도록 공항 이야기를 늘어놓더군요. 체크인 카운터, 출국심사대, 면세점과 나들문(게이트)으로 이어지는 똑같은 구조와 똑같은 제복을 입은 사람들. 하지만 가슴에 담은 공항은 사람들마다 달랐습니다. 공항을 출퇴근하는 기장과 승무원, 언제나 떠나고 싶어하는 배낭여행객과 알뜰 정신으로 무장한 쇼핑 칼럼니스트까지 공항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항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임신부 비상, 15분만에 오케이

프랑크푸르트는 어떻게 김기양 기장을 감동시켰나

김기양 기장 (대한항공 기장·에어버스330 교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항은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공항이다. 1년 반 전, 프랑크푸르트 상공에 진입하는 찰나 갑자기 임신부 승객이 하혈하기 시작했다는 전갈이 왔다. 마음이 급했다. 하지만 상공에서 착륙을 기다리는 비행기만 20대. 하늘은 정체 중이었다. 즉각 공항 관제사에게 응급 상황임을 알렸다. 관제사에게서 무선 답신이 왔다. “먼저 착륙하세요. 통제하지 않겠습니다. 속도와 고도 등 모든 걸 기장님에게 일임합니다.”

하늘에서의 대기시간이 가장 적다


신기하게도 모든 비행기가 비켜줬다. 비행기를 급속히 하강시켜 10분 만에 활주로에 내렸다. 공항은 이미 비행기를 댈 게이트까지 비워 놨다. 게이트 앞에는 앰뷸런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15분 만에 환자는 의료진의 도움을 받았다. 일사천리였다. 프랑크푸르트의 신속함에 나도 놀랐다.

프랑크푸르트는 세계에서 가장 붐비기로 유명한 공항이다. 그런데 그 어느 공항보다도 트래픽을 잘 관리해 하늘에서의 대기 시간이 적은 공항이기도 하다. 물론 이 정도의 서비스 수준을 갖춘 공항은 많다. 하지만 진짜 실력은 이런 응급 상황에서 나온다.

자동차를 타고 주차장에 간다고 생각해 보라. 예전에 자주 와 봤고, 주차선이 정연하게 그려져 있고, 똑 부러지는 안내요원이 있는 주차장이라면 마음이 편안하다. 그렇지 않은 주차장이면 꽤 신경 쓰일 것이다. 공항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익숙한 공항일수록 좋다.

우리 기장들은 한 해 60~90개 도시를 운항한다. 똑같은 도시에 착륙하는 건 한 해 한두 번이다. 언제나 새로운 기분이다. 그래서 6개 권역별로 운항자격을 따야 한다. 컴퓨터로 공항 주변 지도, 장애물, 접근 절차, 비상 공항 위치 등을 숙지해야 한다. 각 공항 관제사마다 다른 ‘사투리 영어’에도 익숙해져야 하고. 그래서 퀴즈를 풀어 70점이 넘어야 비행 일정이 잡힌다.

아무나 갈 수 없는 공항도 있다. 카테고리Ⅱ의 특수공항들인데, 대한항공에선 교관과 함께 비행을 한 뒤에야 운항자격이 나온다. 교통량, 지형지물, 공항 서비스 등을 고려해 분류된다. 샌프란시스코(미국)·난디(피지)·쿤밍(중국)·타슈켄트(카자흐스탄)·마카오(중국)·카트만두(네팔)·히로시마(일본)·울란바토르(몽골) 공항 등. 이 가운데 울란바토르 공항을 제일 좋아한다. 관제 서비스가 선진국 수준은 아니어서 내가 대부분 알아서 판단해야 하지만, 공항이 복잡하지 않으니까 맘껏 착륙할 수 있다. 그리고 너무나도 아름답다. 거대한 초원과 푸른 민둥산 사이에 포근히 들어앉은 공항에 처음 착륙할 때의 그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대한항공 기장·에어버스330 교관

인터뷰·정리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짧아서 좋다, 깔끔해서 좋다

최현선 승무원에 깊은 인상 준 뉴욕 JFK와 나고야 주부

대한항공 최현선 승무원

비행기를 탄 지 7년이다. 내가 근무하는 항공사가 36개국의 111개 도시를 취항하니, 그 만큼 나는 다양하고 색다른 출퇴근을 하는 셈이다. 항공여행을 선택한 여행자가 그러하듯 승무원에게도 공항은 어김없이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다.

승무원들은 ‘짧은 공항’과 ‘깔끔한 공항’을 좋아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좋아하는 공항은 뉴욕 제이에프케이(JKF) 공항과 일본의 나고야 주부 공항이다.

지상조업 업체의 귀신같은 손놀림

‘짧은 공항’의 대표 주자는 뉴욕 제이에프케이 공항. 이 공항은 9개의 터미널로 이뤄져 있어 혼잡할 것 같지만, 사실 각 터미널이 작은 공항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버스에서 내려 보안 검색을 하는 곳까지 걸어가는 거리가 그 어느 곳보다 짧다. 아마도 내가 다녀본 공항 중 가장 동선이 짧을 것이다. 게다가 대한항공이 이용하는 1터미널은 스카이팀의 몇몇 항공사만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한결 여유롭다.

승무원들은 일단 공항에 도착하면 가능한 비행기까지 빨리 가야 한다. 공항을 둘러 볼 여유가 없다. 빨리 비행기에 들어가 기내 안전과 보안을 점검해야 하고, 기내식 등 서비스 물품의 탑재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객 터미널이 크고 웅장해야지 좋은 공항은 아니다. 항공 여행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왜 승무원들이 제이에프케이를 좋아하는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제이에프케이는 승무원·기장들을 위해 치즈 케이크를 실어주기까지 한다.

그리고 난 ‘깔끔한 공항’을 좋아한다. 몇몇 도시를 제외하고 요즘 공항은 대부분 깔끔하게 운영돼 이게 무슨 의미인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승무원에게는 공항의 청결 못지않게 기내 청결이 중요하다. 기내 청결을 담당하는 건 현지 공항의 지상조업 업체다. 이들은 비행기가 도착했을 때 비행 관련 물품을 보충해주고 청소를 해준다. 이들이 어떻게 해주냐가 승무원들에게 중요하다.

일본 공항들의 지상조업 서비스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완벽하다. 이들의 손을 거치면 좌석 앞주머니 속의 잡지, 안내지 조차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반듯해진다. 승무원용 도시락도 정갈하게 담아 깜찍하게 포장해 내놓는다. 특히 나고야 주부 공항이 기내 청결에 있어선 세계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승무원들에게 신뢰받는 공항이라고 할까. 인천 공항도 일본에 버금 갈 정도로 신속 정확한 지상조업의 수준을 갖췄다. 근면 성실한 일본인과 한국인의 성격이 공항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다.

대한항공 승무원


수속 뒤 면세구역으로 직행!

배정현 쇼핑족에게 알뜰한 기쁨을 준 방콕 수완나품

배정현 쇼핑 칼럼니스트

3천원짜리 ‘알뜰 쇼핑’이 가능한 공항이 여기 말고 어디 있을까. 타이 방콕의 수완나품 공항은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쇼핑하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다. 비행기 타는 순간까지도 쇼핑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세계에서 가장 싼 짐톰슨 매장

타이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 편은 거의 밤에 있다. 그래서 난 서너 시간 전에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해 레스토랑(공항인데도, 5천원밖에 안 한다!)에서 저녁을 먹고 여유 있게 쇼핑을 시작한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수완나품 공항은 최신식 시설로 입점된 상점과 레스토랑이 많아 초대형 백화점에 온 듯한 기분이다.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해 4층 체크인 카운터가 문을 열지 않았을 경우, 카페나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3층으로 내려가 간단한 식사를 하거나, 마사지 숍에서 30~60분짜리 발 마사지를 받으며 여행의 마지막을 정리한다. 공항 면세구역에도 마사지 숍이 있지만, 3층 쪽이 100바트(약 3천원) 정도 더 싸므로 이곳에서 마사지를 받는 것이 좋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출국 절차를 마치고 면세구역으로 이동한다. 명품 매장들은 한국 면세점과 가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쇼핑 목록’에만 적어두고, 타이산 기념품이나 말린 과일이나 요리 재료들을 사는 게 나의 즐거움이다.

지난해 개항한 수완나품 공항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알뜰 쇼핑의 천국이다. 사진 남종영 기자.
추천 장소는 짐톰슨. 타이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실크 전문 매장인데,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망고나 파파야 등 말린 과일도 공항에서 산다. 공항에서 판매되는 것이라 믿을 수 있고, 여행길에 무겁게 들고 다니기보다는 마지막 날 공항에서 구입하는 게 편하지 않은가. 세 개를 사면 한 개를 덤으로 주는 행사도 있다.

그린 카레나 똠양꿍 등 타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1천~3천원대의 향신료나 인스턴트 재료들을 구입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난 마사지 기념품 가게에서 6천원짜리 마사지 오일도 꼭 챙긴다. 한국에서 2만~3만 원대 가는 마사지 오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품질도 세계적인 수준이니까. 영국계 약국형 백화점 ‘부츠’(Boots)도 있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화장품이나 영양제를 알뜰하게 쇼핑할 수 있다.

타이에 갈 땐, 타이 돈 ‘밧’을 넉넉하게 환전해 간다. 타이는 세계적으로 물가가 싼 동네 중 하나인 만큼, 신용카드보다는 몇 백, 몇 천 원짜리를 구입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떠나기 전까지 알뜰하게 챙겨 구입할 수 있는 공항 쇼핑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출국 절차를 마치고도 지갑 속에 몇 장의 밧을 챙겨 두는 이유다.

쇼핑 칼럼니스트


와, 비행기 구경 삼삼하네

박종규 배낭여행객을 반하게 만든 하네다의 ‘기적’

박종규 (배낭여행자·대학생)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비행기에도 관심이 많다. 특히 일본 도쿄에선 하네다 공항을 꼭 들른다. 사실 하네다는 최신 시설도 아니고, 규모·서비스·고객 평가·취항 항공사 수 등 어느 것으로 보아도 세계 10위 안에 드는 공항은 아니지만, 일본 국내선 시장이 워낙 크다 보니 승객 수송량으로만 세계 5위권 안에 들 때가 있는 것이 전부다. 솔직히 어느 공항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내가 하네다를 주저 없이 떠올리는 이유는 바로 비행기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때문이다.

일본 팬들, 배용준의 이륙을 지켜보다

하네다 공항은 관제탑을 사이에 두고 일본항공(JAL), 스카이마크(SKY), 스타플라이어(SFJ)가 사용하는 제1터미널과 전일본공수(ANA), 홋카이도국제항공(ADO), 스카이넷아시아항공(SNA)이 사용하는 제2터미널로 구성된다. 그리고 각 터미널의 꼭대기 층마다 전망대가 있다. 그래서 비행기를 타지 않는 일반인도 이착륙하거나 게이트에 세워진 비행기들을 맘껏 바라볼 수 있다.

나와 하네다의 첫 만남은 2003년 즈음이었다. 유럽으로 가는 길에 도쿄에서 며칠 머무를 일이 있었는데, 출국하지 않고도 비행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고 해서 하네다를 찾아갔다. 그리고 이착륙하는 비행기들을 세 시간이나 신기하게 구경했다. 비행기 바라보는 일이 무슨 재미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지만,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시원스럽게 이착륙 하는 비행기를 바라볼 때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그 기분은 직접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또 그렇게 육중한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는 것 자체가 나는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적을 거침없이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하네다다.

유학 가는 친구나 친척이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데 그 비행기를 제대로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국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하네다공항은 그런 배려가 잘 돼 있다. 실제로 몇 해 전 영화배우 배용준씨가 하네다를 거쳐 출국했을 때 많은 일본팬들은 전망대로 올라가 그가 탄 비행기를 바라보며 배웅했다.

하네다 전망대에는 공항 활주로를 본뜬 전시물도 있는데, 활주로에 붙어 있는 숫자의 의미와 길이 등의 안내문도 붙여 놨다. 더불어 1층 로비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는 각 항공사의 비행기 모형을 팔 뿐만 아니라 각 비행기들의 기종, 등록번호, 또 그 비행기들이 가지는 의미 등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이렇게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하는 공항이 어디에 있을까? 그래선지 몰라도 일본 어린이들도 비행기 관심이 높고, 항공 관련 행사들은 항상 붐빈다.

그런 점들이 부러워서 난 인천 공항 대신 하네다가 제일 좋다고 이야기했는지 모른다. 인천 공항에서 비행기를 찍다가 제재를 당한 적이 있었는데, 보안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이착륙하는 비행기를 편하게 바라볼 수 있는 친구 같은 공항이 한국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박종규/ 배낭여행자·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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