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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06 22:03 수정 : 2007.06.08 15:29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멀리서도 보면서 이야기하는 영상통화 시대, 기술이 표현욕구를 자극한다

‘▶’ 단추는 이미 눌러졌다. 지난해 인터넷 세상에서 떠오른 단어는 단연 손수제작물(UCC)이었다. 움직이지 않고 멈춘 사진 이미지의 세상이 정적이었다면 움직이는 영상 이미지 세상은 동적이다. 네모난 컴퓨터 모니터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영상은 전세계 누리꾼의 눈길을 한몸에 받았다. 영상을 만든 나와 영상을 보는 수많은 누리꾼들은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수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지금, ‘▶’을 누를 필요조차 없는 일상이라는 영상이 휴대전화로 들어왔다. 24시간 나와 함께하는 가장 사적인 도구인 휴대전화 속으로 뛰어든 영상은 ‘유시시’보다 더 매혹적이다.

ㅋㅋ ㅠㅠ에서 근육이 움직이는 표정으로

재미있는 커뮤니케이션의 혁명
케이티에프의 ‘쇼’(SHOW)와 에스케이텔레콤의 ‘24:아워스 티’(24:hours T)가 본격적인 마케팅에 시동을 걸었다. ‘보여 주다’라는 뜻의 ‘쇼’를 내세운 케이티에프와 ‘누구든 언제든 무엇을 원하든’ 24시간 늘 연결돼 있다는 점을 내세운 에스케이텔레콤은 서로 방점은 조금 다르지만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그 얘기가 뭐냐면, ‘보면서 얘기하는’ 영상과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 있다는 얘기다.

영상과 엔터테인먼트가 구축한 소통의 중심에는 ‘1:1’이라는 기호가 있다. 인터넷이라는 게 생겨난 뒤로 ‘보는’ 행동은 방 안으로 들어가거나 길거리로 나왔다. 거실 티브이 앞에서 온 식구가 둘러앉아 드라마를 보는 풍경보다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보거나 피엠피(PMP)에 넣어 지하철에서 보는 풍경이 익숙하다. 지금 영상미디어를 이용하는 방식은 플러그를 닮았다. 한쪽은 네트워크에, 다른 한쪽은 자신에게 꽂는다. 이제 플러그는 나와 영상으로 만나는 상대방을 연결한다. 영상 통화는 언제 어디서든 얼굴을 보면서 눈으로 대화할 수 있는 1:1 시각적 대화가 얼마나 일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 또 영상미디어가 얼마나 개인화가 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채팅을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사람들은 짧은 문자 몇 개로 만든 이모티콘에 자기 감정을 실어 보내는 법을 알게 됐다. 웃음이 날 때는 ‘ㅋㅋ’을, 징징대고 싶을 때는 ‘ㅠㅠ’를 덧붙인다. 영상 커뮤니케이션 시대는 이모티콘이 근육을 움직여 만든 표정을 보여 줄 수 있다. 얼굴로 표현하는 정서와 감성은 이제 중요한 소통의 매개체다. 1:1 소통에서도 나와 상대방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표현’이 더 이상 포장지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영상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개인화된 엔터테인먼트가 비집고 들어가는 지점이 여기쯤이다.


당신은 어떤 얼굴로 얘기할 것인가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윤태진 교수(영상 커뮤니케이션 전공)는 이렇게 설명한다. “휴대전화 달린 카메라 ‘폰카’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지표적인 특성을 보였다. ‘내가 어디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 주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식의 자기 스스로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영상 통화도 비슷하지 않을까. 초기 단계인 지금은 ‘내가 어디에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데 그치겠지만 앞으로는 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게 될 것이다. 자기표현 욕구를 기술이 뒷받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개개인의 표현 욕구도 늘어날 것이다. 영상과 이미지의 자극으로, 없었던 표현 욕구가 생긴다기보다 개인에 잠재돼 있는 표현 욕구가 증폭되는 방식이라고 본다.”

움직이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즐기는 법. 그 방법을 아는 사람은 움직이는 세상을 좀 더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지금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당신에게 누군가가 영상으로 똑똑 노크한다면, 어떤 얼굴로 무슨 얘기를 할 것인가.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면, 신세계를 밟을 준비는 끝났다.

글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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