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5.30 19:40 수정 : 2007.05.31 09:20

일식당 ‘스시효’의 안효주씨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일식당 ‘스시효’의 안효주

안효주씨는 몇 해 전 어느 잡지와 벌인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일본 요리사들과 시합을 붙여도 이길 자신이 있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만했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일식요리사로 인정받고 있었으니까.

“요리한 지 20년이 지나고 나니까 그때 했던 인터뷰가 너무 부끄럽습니다. 공부를 계속 하다보니까 할수록 힘들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날개도 없는 놈이 날려고 버둥거렸구나 싶어요.”

가장 중요한 건 긴장 “너덜너덜하면 자격 없죠”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긴장’이다. 요리사로서 그의 목표는 ‘손님들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는 것’이다. 스시효를 운영하는 사장으로선 ‘이윤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그는 여전히 ‘손님과의 싸움’을 즐기는 요리사다. 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엄한 편이다. 후배 요리사들도 그렇게 얘기할뿐더러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 스시바에 앉은 손님들이 ‘무슨 군대에 온 것 같다’고 얘기할 정도다.

“엄하게 하는 게 후배들에게도 좋아요. 일식요리사는 날카로운 칼을 많이 쓰기 때문에 늘 긴장해야 합니다. 지금은 주방의 분위기가 많이 부드러워졌는데, 자기들 손해지요. 편한 대신 많이 실수하고 많이 다치는 거죠. 칼을 쓰는 것도 처음부터 좋은 스승을 만나야 하는 겁니다. 어깨너머로 배워서는 흉내밖에 못 내요. 이 날을 보세요. 길죠? 이 칼날 전체를 사용해야 해요. 어디 유명한 데서 일하고 왔다는 사람을 데려와서 써보면 칼질이 엉망이에요. 10년, 20년 경력인데 도대체 뭘 배운 건지 몰라요. 살아 있는 광어를 횟감으로 만들 때 보면 그런 사람이 자른 건 생선이 너덜너덜해요. 바운딩을 주지 않고 한 칼에 좌악 그어야 하는 건데 말예요. 그 좋은 생선을 그렇게 버리면 자격이 없는 거죠.”

키와 몸무게 알려주고 일본 장인에게 주문

그의 칼은 칼 회사에서 만든 제품이 아니다. 일본의 칼 장인에게 직접 주문한 것이다. 자신의 키와 몸무게를 알려주고 만든 것이다. 가격이 중요하진 않겠지만, 300만원짜리다. 그만큼 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칼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 몇 해나 걸릴까? 안효주씨는 적어도 10년 이상 칼을 잡아야 칼의 길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칼을 잡는 것이야 쉽지만 칼의 성질, 재료의 성질, 칼의 길을 이해하는 데 그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안효주씨는 자신의 키와 몸무게에 맞는 칼을 일본의 칼 장인에게 주문제작했다. 300만원이 들었다.
그는 스시바에서 절대 손님들이 권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칼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손님들의 방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요리사는 요리로만 얘기할 뿐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모든 일에 철두철미해 보이는 그가 몇 해 전 다친 적이 있다. 칼을 들고 생선을 옮기다 생선을 놓친 것이다. 여덟 바늘을 꿰맸고, 아직도 상처가 남아 있다.

“다치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어요. 숙련이 덜 돼서 다치는 경우가 있고, 방심해서 다치는 경우가 있죠. 방심하다 베면 기억에 남을 정도로 크게 다치는 법입니다.”

“방심하다 사고나면 크게 다치는 법”

칼을 20년 넘게 잡은 그가 손을 다쳤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어쩌면 안효주씨는 일부러 손을 다친 것은 아닐까? 20년 넘게 칼을 쥐었지만 놀라운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으며, 방심하는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일깨우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글 김중혁 기자 pen@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커버스토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