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아니라 향기가 튄다, 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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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툭탁 꿀꺽 툭탁툭탁 꿀꺼~억, 세상 최고의 음악
움푹한 흉터-불툭한 굳은살, ‘손 산맥’이 생겼다
어린시절 잠을 깨우던 소리가 있었다. 기차소리, 음악소리처럼 먼곳에서 아렴풋하게 들리던 소리. 잠을 깨면 어머니는 도마 앞에서 칼질을 하고 계셨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군침이 넘어갔다. 툭탁, 꿀꺽, 툭탁툭탁, 꿀꺼억, 그렇게 율동적인 소리를 한동안 듣지 못했다. 칼소리에서 향기가 났다. 나무도마와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그 소리가 만들어내는 리듬이 곧 요리였다. 식당에서 가끔 칼질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주방에서 들려오는 칼소리를 듣고 있으면 주방으로 뛰어들고 싶어졌다.
무사가 휘두르면 험악해지지만 요리사가 쥐면…
‘칼자루를 누가 쥐고 있는가’에 따라 세상이 달라진다. 군인이 칼을 쥐면 세상이 험악해지지만 요리사가 칼을 쥐면 세상이 향기로워진다. 무사의 칼이 불을 뿜으면 여럿 죽지만 요리사 칼이 쉴새 없이 움직이면 맛있는 요리 한 접시가 탄생한다. 그래서인지 요리사의 칼소리는 세상 그 어느 음악보다 리드미컬하다.
누구나 그것에 대해서는 한마디씩 하는 세상
세상이 변해 이제 음식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마음만 먹으면 세계 어느 나라 음식이든 맛볼 수 있다. 인터넷에는 요리 이야기로 넘쳐난다. 요리 사진도 넘쳐나고 누구든 요리를 두고 ‘한마디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아무도 칼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다. 달랑 한 자루…주로 손을 썼다, 그러나
M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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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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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칼에 좌~악… 손님들과도 ‘일합’
▶ 굵은 뼈도 얍~ 박살…상대 따라 도구 달리
▶ 정성 ‘짬뽕’한 섬세한 칼질…‘예술’이 모락모락
▶ 재료 따라 맞춤칼질…한·양식 양날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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