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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18 09:57 수정 : 2007.05.18 14:31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재미 컨설팅

인생도 인상도 반듯반듯한 김진국씨 ‘집-회사’ 일상

나만의 시·공간 찾아 몸 눈 귀 즐겁게 ‘끼’ 깨우세요

바른생활 사나이 하루 따라가 보면…

이제 가장 중요한 ‘어떻게’가 남았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대답을 찾기 위해 30대 회사원을 만났다. 인생의 재미가 ‘그저 그렇다’고 느끼는 30대 회사원의 일상을 통해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인생도 인상도 반듯한 회사원 김진국(39)씨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1994년 전자통신 인증업체 ‘에스테크’에 입사해 지금은 이 회사 통신팀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7년 전에 결혼해 현재 서울시 금천구 시흥동의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으며 1살 연하의 아내와 함께 7살 난 딸, 4살 된 아들을 키우고 있다. 자기 인생의 재미를 점수로 치자면 10점 만점에 5~6점 정도라고 생각하는 김씨에게 재미있는 사는 방법을 찾아주는, 이름하여 ‘재미컨설팅’을 위해 가 나섰다. 편집자

07:20
김씨는 오전 6시30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을 먹고 출근 준비를 한 뒤 집을 나서는 시간은 7시20분. 집을 나서는 김씨의 손에는 최인호의 <유림> 제6권이 한 권 들려있다.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탄다. 사람들로 가득한 마을버스에서 틈틈이 책장을 넘긴다. 중간에 내려서 한번 더 마을버스를 갈아타면 오전 8시에 금천구 가산동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회사에 도착한다.

08:00
원래 회사 출근시간은 오전 9시이지만 김씨는 1시간 일찍 출근한다.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이메일 확인. 최근 미국 등 해외영업 업무도 하게 되면서 이 시간에 이메일 확인하는 일이 잦아졌다. 팀원들도 1시간 정도 일찍 출근해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시작한다. 오전 업무는 회의로 시작한다. 정신없이 오전을 보내고 나면 점심시간이 돌아온다. 점심은 보통 회사 건물 구내식당이나 인근 식당에서 해결하는 편. 10분이면 점심식사 뚝딱이다.


13:00
점심을 먹고 나면 오후 업무를 시작한다. 가끔 업무 관련 일처리 때문에 외부에 나가기도 하지만 주로 사무실에서 일을 처리하는 편이다. 오후 업무도 바쁘게 돌아가기 때문에 개인 시간은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1주일에 1~2번 30분 정도. 개인시간이 나면 주로 인터넷을 한다. 조기축구회 커뮤니티에 주로 들어가고 신문사 홈페이지에서 뉴스를 검색한다.

19:00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오후 7시에 퇴근한다. 집에 돌아오는 길도 역시 마을버스를 이용한다. 7시 40분쯤 집에 도착하면 저녁을 먹고 아내와 얘기를 나눈다. 아이들을 목욕시키고 책도 읽어준다. 아이들 때문에 TV는 작은 방에 가져다 놓았다. 9시쯤 큰 애가 잠이 든다. 낮잠을 많이 자는 둘째의 취침 시각은 오후 11시. 이 시간이 되면 김씨도 둘째 아이와 함께 잠이 든다.

토일
주말은 거의 가족과 보낸다. 한달에 1~2번 가족 나들이를 나간다. 나들이긴 하지만 두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 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일요일에는 오전 6시부터 11시까지 아파트 조기축구 모임에 나간다. 땀을 내면서 1주일의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 일요일 오후는 아내와 마트에 가거나 쉬면서 보낸다.

“적극적으로 재미를 찾는 편은 아니에요. 아이들 키우는 재미가 가장 큰 것 같아요. 아이들이 웃는 걸 보면 머릿속을 포맷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운동도 쏠쏠해요. 축구를 하는 게 그래도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죠. 책을 좋아해요. 요즘 읽는 최인호의 소설도 재미있지만 저는 여성 작가들의 소설을 즐겨 읽어요. 은희경, 공지영, 박완서의 소설을 좋아하죠. 대학 때 학과지 편집부 활동을 했었거든요. 그 때부터 책 읽는 재미를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꿈이 있다면 아마추어 소설가에요. 실현이 될지는 모르죠. 꿈은 꿈이니까. 나중에는 여행다니는 재미가 좀 있었으면 해요. 해외출장을 갈 때마다 ‘여기에 놀러 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배낭여행 같은 것을 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한자공부와 중국어 정도? 한자공부를 하면 책 읽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돈이 많으면 좋긴 하겠지만 욕심을 부려서 갖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현실적으로 힘든 것을 바라는 성격은 아닌 것 같아요. 열정과 여유가 있다면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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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씨, 이건 어떨까요
오감 자극하는 취미를 배워봐요

김진국씨가 인생에 재미를 되찾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자기만의 시·공간이다. 인생의 재미는 자기 자신이 솔직하게 스스로를 만날 수 있는 시·공간에서 그 싹을 틔울 수 있다. 우선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 둘째 아이까지 잠드는 오후 11시부터 30분이나 1시간 정도 시간을 내보자. 다음날 일과에 방해되지 않는 정도의 시간이라면 큰 부담은 아니다. 공간 확보도 중요하다. 김씨가 좋아하는 독서를 더 적극적으로 즐기고 김씨가 꿈꾸는 ‘아마추어 소설가’의 첫 걸음을 뗄 수 있는 공간 말이다. 컴퓨터와 TV방으로 이용하고 있는 작은 방을 김진국씨만의 서재로 만들면 어떨까. 그곳에서 하루에 한 시간만이라도 지낼 수 있다면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사방이 막힌 공간만 있다면 누구라도 소설을 쓸 수 있다. 자신만의 시간을 갖다보면 쓸 거리가 곧 생각날 것이고, 곧바로 첫 문장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글쓰기의 참고서가 필요하다면 스티븐 킹의 책 <유혹하는 글쓰기>(김진준역, 김영사)를 추천한다. 소설가가 되기 위한 모든 마음가짐이 이 한 권에 들어 있다. 그 공간을 100%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내와 함께 방을 꾸며보자. 작은 방이 낮에는 아내만을 위한 공간, 밤에는 김씨만을 위한 공간이 된다면 부부가 각자 자신의 재미를 찾아내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정식 데뷔를 꿈꾸기보다 아마추어 소설가로 남고 싶다면 소설을 써서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작은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느낌은 프로페셔널이나 아마추어나 마찬가지다.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준다고 하니, 직접 쓴 동화를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것도 재미있는 방법일 수 있다.

현실에서 실현하기 힘들다고 단념하는 것보다 어떻게든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작은 열정도 중요하다. 언젠가 떠날지도 모르는 배낭여행을 현실에서 가능하게 하기 위해 배낭여행을 위한 적금을 붓는 것은 어떨까. 매달 5만원이라도 좋고 10만원이라도 좋다. 5년 뒤, 아니면 10년 뒤에 떠날 배낭여행을 위한 자금을 준비해보자. 아이들과 함께 떠날 수도 있고 부부만 단촐하게 떠날 수도 있다. ‘언제 어느 나라에 가서 어떤 것을 볼까’를 고민하면 언젠가는 머릿 속에서만 그리던 여행의 풍경을 눈 앞에 펼쳐놓을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을 준비하면 그 과정에서 인생에 대한 의욕과 열정이 생길 수 있다.

한자공부나 중국어 공부도 좋지만 본능적인 재미를 위한 놀이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라이프코치 김상훈씨는 <남자나이 서른아홉>(비지니스맵 펴냄)에서 이렇게 충고한다. “놀이문화라고 술을 마시는 게 거의 전부다. 그동안 제대로 노는 것에 관심을 가져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부작용은 10년, 20년 후에 나타난다. 예순을 넘긴 후 무엇을 할 것인가? 노는 법을 모르면 빈둥거릴 수밖에 없다. 영화나 연극, 뮤지컬 감상 등 예술적 취미를 가지거나 나들이를 떠나는 습관을 들이자. 무엇을 수집하는 취미도 좋고 붓글씨를 배워도 좋다. 각자의 성향에 따라 놀이 한두가지는 배워두자. 그만한 노후대비책도 없다.” 축구를 하는 일요일 말고는 정적인 활동이 전부인 김씨에게 부인과 함께 배울 수 있는 왈츠나 살사, 가족이 함께 배울 수 있는 스포츠댄스나 발레 등을 추천한다. 김씨에게는 몸과 마음, 눈과 귀를 모두 자극할 수 있는 취미가 절실하다.

집을 개조해주는 ‘러브하우스’처럼 재미를 위한 몇 가지 제안만으로 김씨의 인생이 확 바뀔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 만은, 인생은 ‘러브하우스’가 아니다. 김씨 스스로 자기가 원하고 바라는 재미를 천천히 찾아간다면 인생의 재미 점수가 내년에는 6.5점, 2년 뒤에는 7점으로 조금씩 올라갈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인생의 재미에 10점은 없다. 언제나 조금은 모자란 듯 채워지는 것이 바로 재미니까. 인생이 9.9점이 되는 그 날까지,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김중혁 기자 pen@hani.co.k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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