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54만5000t(부산 전체 기준 52.0%)의 낙동강 물을 취수해 부산에 공급하고 있는 김해 매리공단 인근 매리취수장의 모습. 지난해 녹조 사태를 겪고 난 뒤 현재 조류 차단막을 교체한 상태다. 경남환경운동연합 제공
산 강과 죽은 강 ㅣ (중) 녹조로 병든 낙동강
여름이면 ‘녹조라떼’ 뒤덮이고
환경단체 보 개방 요구하는데
한국당 반대로 실험·논의 못해
수돗물 취수지점 옮기려 해도
한국당 장악한 지방정부 반대
환경부 조사평가단 해법 내놓나
하루 평균 54만5000t(부산 전체 기준 52.0%)의 낙동강 물을 취수해 부산에 공급하고 있는 김해 매리공단 인근 매리취수장의 모습. 지난해 녹조 사태를 겪고 난 뒤 현재 조류 차단막을 교체한 상태다. 경남환경운동연합 제공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보를 개방한 금강·영산강과 달리 한강·낙동강에 대한 보 개방 실험은 더딘 상황이다. 2017년 말과 지난해 초 일시적인 개방을 통해 일부 수질 개선 효과를 확인했지만, 기간이 짧아 신뢰할 만한 결과로 보긴 힘들다. 특히 다른 강과 달리 낙동강의 경우 여름철만 되면 녹조로 몸살을 앓지만 자유한국당 진영 등의 개방 반대에 막혀 보 개방 실험과 보 처리 방안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경남도 환경단체인 낙동강네트워크는 지난 22일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낙동강의 녹조 현상이 올해도 지속해서 악화되고 있다”며 “낙동강 수계의 영남 지역 시·도지사는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해 양수시설 개선과 보 수문 개방에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한 “낙동강 본류 전 구간에서 녹조가 발생한 상황에서 모든 영남 주민의 안전한 상수원 확보를 위해서는 보 수문 개방이라는 긴급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남도와 부산시 등은 보 개방에 긍정적이면서도 신중한 분위기다. 경남도 관계자는 “보 설치로 인해 정체된 물을 흘려보내 체류 시간을 줄이는 것은 수질을 개선하고 녹조를 완화하는 좋은 방법”이라면서도 “보 완전 개방을 위해선 충분한 모니터링 뒤 취수·양수장과 농업 피해 등 대책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물은 흘러야 한다는 것이 현재 부산시의 기본 입장이다. 보 개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더라도 부산 역시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만큼 여러 경로로 부산시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소속 단체장을 둔 지역은 보 개방을 강하게 반대한다. 황천모 경북 상주시장은 지난해 10월 조명래 환경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증인으로 출석해 낙동강 상주보·낙단보 수문 개방을 반대했다. 황 시장은 보 개방을 반대하는 이유로 농업·생활용수 부족과 낙동강 주변 관광사업 피해 등을 들었다. 자유한국당 소속 성낙인 경남도의원도 지난달 정례회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지사를 겨냥해 “낙동강 보를 설치하기 전에도 녹조는 발생했고, 녹조는 체류 시간만이 아닌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며 “보 개방이 수질 개선의 완전한 해결책으로 제시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부의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지난 2월 금강·영산강의 보 처리 권고안을 공표하면서 올해 안에 한강과 낙동강의 보 처리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표한 대로 연내에 방안을 내놓으려면 이미 보를 상시 개방한 상태에서 모니터링을 했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보 개방 조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양수장의 취수구 개선과, 이를 위한 해당 지자체와의 협의, 행정안전부로부터의 예산 지원 등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하류 쪽 보를 중심으로 양수장 가동을 위한 양수 제약수위까지만 개방한 상태다.
낙동강의 수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미 페놀 유출 사건’이다. 1991년 3월14일 구미공업단지 내 두산전자가 낙동강의 지류인 옥계천에 30t의 페놀 원액을 유출했다. 페놀을 공급하는 파이프가 파열된 것이 원인이었다. 페놀은 낙동강을 타고 흘러 경남 밀양, 함안을 거쳐 부산시 상수원에서도 검출됐다. 낙동강 수계 전체가 오염된 것이다. 두산전자는 같은 해 4월22일 또다시 1.3t의 페놀을 유출했다.
3년 뒤인 1994년에도 연초부터 대구와 마산, 부산의 수돗물에서 악취가 나는 소동이 일었다. 대구와 마산·부산 정수장에서 각각 발암물질인 톨루엔과 벤젠이 검출됐는데, 이것 역시 낙동강 수계 공업단지에서 유출된 것이었다. 각종 사건이 끊이지 않자 부산시는 이후 상수원을 낙동강 하류가 아닌 경남 진주에 있는 남강댐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게 된다. 이에 경남도는 남강댐 물을 부산에 공급하려면 수위를 높여야 하는데, 그러면 주변에 홍수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며 추가 댐을 짓는 등의 조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009년엔 발암 의심물질인 ‘1,4-다이옥세인’이 구미공단에서 낙동강으로 유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대구시는 하루 수돗물의 67%(53만t)를 매곡리 취수장에서 낙동강 물을 취수해 쓴다. 취수장은 구미공단 하류 34㎞ 지점에 있다. 구미공단에서 연이어 화학물질이 유출되자 이번에는 대구시가 취수장을 구미시 상류에 있는 해평취수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러자 해평취수장을 식수원으로 쓰고 있던 구미시가 반대하고 나섰다. 구미의 물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오랜 시간 ‘물 확보’를 둘러싼 영남 지역 지방정부의 갈등은 현재 임시 봉합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이낙연 국무총리가 관련 시·도지사들과 면담하고 낙동강 물 문제 해소를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낙동강에 구미 산업단지의 폐수가 배출되지 않는 방법을 찾고, 낙동강 본류의 수질을 개선해 최적의 물 이용 체계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물 공급 문제 등을 다룰 시범 거버넌스인 ‘낙동강통합물관리위원회’를 올해 초 출범시켰다.
박기용 최예린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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