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기사를 소개합니다 | 기자들의 브이로그형 현장 브리핑 #51
장예지 법조팀 기자 출연
5일 방송된 ‘한겨레 라이브’의 코너 ‘내(일) 기사를 소개합니다’(내기소)에서는 장예지 기자가 나와 울산지법 박주영 부장판사와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박 판사는 최근 가정폭력, 성추행, 산재 사망, 성 전환자 강간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로 촉발된 사건과 그에 대한 양형의 이유를 담담히 풀어낸 책 <어떤 양형 이유>를 출간했다.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장예지 법조팀 기자 내기소편 전문
장소 : 서울 공덕동 인근
안녕하세요. 한겨레 법조팀 장예지입니다. 저는 지금 법원을 출입하고 있지만 오늘은 기사로 책 한 권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멋진 제목입니다. '어떤 양형 이유'라는 책인데요. 사실 법원은 우리에게 애증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는 조금 다른 판결로 미움을 받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여전히 악인을 처벌하는 정의의 공간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이 책을 쓴 울산지법의 박주영 부장판사 같은 경우는 법정을 도축장이라고 비유하고요. 또 법관을 발골사에 비유했습니다. 마치 뼈를 발라내듯이 세세하게 지은 죄를 나누고 그러면서 재산을 나누기도 하고 또 이혼 재판에서는 아이를 나누기도 하는 그런 잔인한 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여기서 덧붙이면 박주영 판사 같은 경우에는 우는, 눈물을 흘리는 발골사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책에 담긴 절절한 양형 이유 때문인데요. 사실 피해자나 피고인들에게 양형 이유는 단순히 징역 몇 년으로 선고되는 그런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됩니다. 왜냐면 거기에 자신의 운명이 담기기 때문입니다. 박주영 판사도 그에 화답하듯이, 한 선박 작업장 사례를 드는데, 선박 작업장에서 산재로 노동자 3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원청에 무거운 책임을 물으면서, 그는 양형 이유에 이렇게 적었다고 합니다. '우주상에 사람의 생명보다 귀중한 것은 없다. 피고인들을 무겁게 처벌하는 이유는 생명은 계량할 수 없는 고귀한 것임을 다시 한번 환기하고자 함에 있다.' 이렇게 적었는데요. 양형 이유에 대해서 뭔가 메마른 언어보다는 따뜻한 언어로 이렇게 적게 된 것에는 사람의 마음의 움직이는 재판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야 피고인은 진정으로 참회할 수 있고 피해자는 나름의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뭔가 마음이 묵직해지는 판결을 하게 된 데는 사실 법원 내에서 소위 아웃사이더로 규정됐기 때문인데요. 사법연수원에서는 성적을 높게 받아서 바로 판사가 되고 서울로 진출하는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기보다는 7년간의 변호사 생활을 마친 뒤에 지금은 폐지됐지만 지역 법관 제도를 통해서 부산, 대전, 울산 등 지방에 있는 법원에서 주로 판사 생활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도 단지 이들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뭔가 심정적으로 좀 더 공감이 갔다고 합니다. 이 책은 한 판사가 법관 생활을 하면서 보고 들었던 것에 대한 증언집이기도 하고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그리고 후회가 솔직하게 담긴 하나의 자서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지난해부터 사법농단으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한 판사의 고백, 고해성사를 듣는 것 자체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장예지 기자 내기소편 8월5일. 한겨레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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