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소] 제 휴가는 사장님의 ‘선물’이 아닙니다

내(일) 기사를 소개합니다 ｜ 기자들의 브이로그형 현장 브리핑 #47
오연서 24시팀 기자

30일 방송된 ‘한겨레 라이브’의 코너 ‘내(일) 기사를 소개합니다’(내기소)에서는 오연서 24시팀 기자가 직장에서 빚어지는 황당한 ‘휴가 갑질’ 사례를 소개했다. 조소영 피디 [e-mail]

오연서 24시팀 기자 내기소편 전문

장소: 서울 공덕동 인근

안녕하세요. 24시팀 기자 오연서입니다.

여러분 이제 장마가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이 됐는데요. 휴가 계획은 다들 잘 세우고 계신가요. 오늘 제가 소개할 기사는 휴가를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직장인들의 얘기입니다. 오늘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 상사가 직원의 휴가 사용을 제재하는 이른바 ‘휴가갑질’ 사례를 모아서 공개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일부 직장에서는 아직도 휴가를 사용하려면 구체적인 조건들을 지켜야 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신입사원 1년차에는 연차 3일 연속 사용 금지’ ‘명절 연휴나 징검다리 연휴, 휴가철에는 연차 사용 금지’ ‘정기휴가 3일과 연차를 붙여서 사용하지 않기’ 이런 내용들을 규칙으로 정해둔 건데요. 3일 연속 휴가를 못 쓰면 사실 해외여행은 불가능하겠죠. 또 이런 규칙을 지키지 않고 휴가를 썼다는 이유로 결근 처리를 하거나 경위서를 쓰라고 지시한 상사도 있었습니다. 어떤 직장인은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상사가 “연차를 내고 쉬라”고 했다고 제보하기도 했습니다.

또 휴가를 썼다는 이유로 상사가 괴롭혔다는 사연도 많이 접수됐는데요. 한 직장인은 지난해 연말, 남은 연차를 다 쓰기 위해 휴가를 낸다고 하니까 직장 상사가 “너는 컨트롤이 안 되는 사람이다”라고 하면서 대기발령을 내렸다고 제보를 했습니다. 출근 후에 몸이 아파서 병원을 가겠다면서 휴가를 쓴다고 하니까 “당일에 휴가를 쓰면 안 된다” 이렇게 면박을 준 상사도 있었습니다.

고용노동부도 이처럼 ‘정당한 이유 없이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그런데도 휴가를 쓰기 전에 상사의 눈치를 봐야하는 이런 상황은 왜 자꾸 반복되는 걸까요? 이렇게 휴가 사용을 제재하는 행위를 직장 내 관리자급, 즉 상사들이 갑질로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번에 직장갑질119가 조사한 직장갑질 감수성 조사 결과를 보면 ‘원하는 때에 연차 등 법정휴가를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항목에서 일반사원급과 상위관리자급의 감수성 차이가 12.09점으로, 가장 큰 차이가 나타났는데요.

사실 직장인에게 휴가란,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한 재충전의 기회이기도 하잖아요. 원하는 때에 자유롭게 휴가를 쓰는 게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무엇보다도 휴가는 선물이 아니라 정당한 권리라는 사실을 대한민국의 모든 사장님들도 깨달아야 할 것 같습니다.

7월30일 내기소. 오연서 기자편. 한겨레 라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