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24 09:37
수정 : 2019.10.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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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잡 과부들의 야설 창작기> 책 표지. 사진 작은미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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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미미의 인도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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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잡 과부들의 야설 창작기> 책 표지. 사진 작은미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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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서점과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인도에는 우리처럼 대형 서점은 없지만, 꽤 많은 크고 작은 서점이 있다. 65년간 3대째 패밀리 비즈니스로 이어지고 있는 서점 ‘바흐리손 북셀러’ 같은 곳도 있고(작가와의 만남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서점), 희귀 도서나 작가 사인 본만 판매하는 서점도 있다. 출간한 지 300년 된 성경책이나 <제인에어>의 최초 인쇄본, 배우 톰 행크스 자필 사인이 있는 자서전 등을 파는 박물관 같은 서점도 있다.
올드 델리에서는 매주 일요일에 중고 책 마켓이 열린다. 아무 책이나 골라잡아 1㎏을 만들어 내밀면 100루피(1700원) 달라고 한다. 매해 2월에 열리는 ‘뉴델리 북 페어’는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인도 사람들의 책 사랑은 상상 이상이다.
인도 사람들은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그들은 수많은 신을 창조했고, 그보다 더 수많은 신화를 만들어 냈다. (그랬던 그들이 12세기 이전 역사는 전혀 기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실화보다 허구의 이야기에 매료되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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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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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영어 실력이지만, 인도 문학이 궁금했던 나는 인도의 현대 소설을 읽어 보기로 했다. 맨 처음 접한 소설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영화 <세 얼간이>의 원작자의 최신 소설이었는데, 솔직히 말해 실망했다. 권선징악이 너무 강했고, 수동적인 여자 캐릭터에 의문이 들었다.
이게 다가 아니겠지. 서점 주인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인도의 젊은 여성 작가들이 궁금하다. 무겁지 않은 쪽으로 읽고 싶다”고 했더니 주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아주 발칙하고 야한 소설이 최근에 나왔다며 묘한 웃음을 지으며 책 한 권을 추천했다.
제목 하야 <펀잡 과부들의 야설 창작기>. (구린 번역 죄송합니다! 원제는 ‘Erotic Stories of Punjabi Widow’) 정말이지, 이 책은 아주 발칙하고 야했고 심지어 재미있었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내가 갖고 있던 인도 여성들에 대한 편견이 이 책을 통해 산산조각이 났다. 이 나라 여자들, 유쾌하고 흥도 많다. 강하고 진취적이다. 아는 출판인에게 이 책 좀 번역해달라고 졸랐지만, “작은미미님이 하세요”라고 한다. 아니, 내가 이해 못 한 부분이 있으니 한국 번역본을 보고 싶다는 소린데 말이다. 할 수 있으면 벌써 했지.(아무튼 관심 있으신 분들은 제게 연락해주세요.)
다음으로 읽은 책 <조야 요소>(Zoya Factor)는 인도 국민 스포츠인 크리켓을 소재로 쓴 로맨스물이다. 같은 작가의 <타쿠르 집안 세 자매> 이야기는 시리즈로 나와 있는데, 신문기자가 여주인공으로 스릴러가 가미된, 아주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연애소설이다. 쓰는 족족 영화화되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이다.
퓰리처상 수상자로 한국에도 작품이 소개된 작가 줌파 라히리. 그는 인도 출신의 이민자 가정에서 성장했다. 그의 미국 이민자 혹은 유학생들의 이야기는 최근 미국에서 떠오르는 한국 교포 작가들의 작품과도 결을 같이 하는 듯하다.
인도라는 나라가 워낙 복잡해서 그런지, 인종, 국가, 정체성, 계층에 관한 소설이 많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다룬 근·현대물 <그림자 선>은 우리나라 현기영 선생의 <순이 삼촌>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공교롭게 이야기 속 주인공도 화자의 삼촌이다. 1960년대 인도의 비극적인 내전을 다룬 이 소설을 읽고 많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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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있는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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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소설을 읽으면서 인도 사람은 우리와 비슷한 데가 많다고 느꼈다. 역사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감정에 솔직하고 가끔 욱하기도 하는 이 나라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국 언론에서 다루는 인도는 엽기적인 범죄만 일어나는 미개한 나라다. 3년간 경험한 인도는 그렇지만은 않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도 작품이 한국에 많이 소개되길 소망한다.
동시에 우리 소설도 되도록 빨리 번역·유통되어 인도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한국의 수많은 작가, 특히 젊고 역량 있는 작가들의 책은 인도 서점에서는 볼 수가 없다. 현재 ‘바흐리손 북셀러’에서 찾을 수 있는 우리 작가는 한강, 이민진, 혜민스님 정도다. 이민진 작가는 재미교포 소설가로 <파친코>(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를 출간했다. 한국에도 번역 출간된 책이다. 신간으로 재미교포 저널리스트 유니홍의 <눈치의 힘>(Power of Nunchi)도 있다. 부제는 ‘성공과 행복에 이르는 한국인들의 비결’이다. 매사에 눈치가 없는 인도인들에게 흥미로운 소재일 수도 있지만, 과연 한국식 눈치가 긍정적인 측면이 있나 하는 의문은 든다.
작은미미(‘미미시스터즈’ 멤버·뮤지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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