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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8 09:08 수정 : 2019.08.08 20:43

가을 슈트 패션. 사진 보스 제공.

성범수의 입는 사람

가을 슈트 패션. 사진 보스 제공.
불황이든 그렇지 않든, 한 치의 오차 없이 패션계 시계는 현실보다 빠르게 흐른다. 이미 가을과 겨울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트렌드의 중심에 설 필요는 없지만, 알아두면 꽤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우선 2019년의 가을과 겨울의 남성 트렌드부터 짚어 보려 한다.

비가 매몰차게 몰아쳤던, 지난주엔 스카이 블루 컬러 반바지를 샀다. 얇디얇은 반소매 티셔츠를 과감하게 질러버렸던 날은 내 차 온도가 38도였다. 지금은 그야말로 한여름이다. 쇼핑도 여름의 비와 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런 여름의 중심에 패션계는 가을과 겨울을 이야기하고 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태풍 피해를 걱정해야 하는 지금도 변함없다.

2019년 가을과 겨울의 남성 트렌드 중 컬러 트렌드를 살펴보면, 올 블랙과 네온 핑크가 가장 눈에 띈다. 올 블랙은 다수의 슈트에 적용됐다. 슈트의 핏이 낙낙하거나 슬림해도 문제 될 것 없이 잘 어울렸다. 네온 핑크의 경우 그 색의 오색찬란함 때문인지 선이 굵은 더블브레스트 슈트나 스포츠웨어 느낌이 강조된 아이템 다수에 적용됐다. 주드 로가 영화 <나를 책임져, 알피>에서 핑크 셔츠를 입고 등장했을 때, 핑크에 열광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네온 핑크는 적용이 용이치 않다는 점에서 패피들이 트렌드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말리진 않을 생각이다. 그런데 자꾸 시선이 간다. 네온 핑크의 강렬함이 매력적인 건 부정할 수 없다.

한기가 들기 시작하면, 니트는 필수불가결한 아이템이 된다. 지난 시즌, 로고가 아로새겨진 티셔츠가 강세였다면, 이번 시즌 니트엔 일러스트가 인상적인 모양새로 그려져 있다. 거의 시적인 표현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예술적이다. 심지어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는 일러스트도 있는데, 그것조차 매우 아름다워 보였다. 개인 취향을 거스르지만 않는다면, 니트를 선택할 때 일러스트의 감각적인 디자인을 살펴보는 게 좋다.

가죽과 레오파드 프린트는 여전히 그 위세를 떨칠 기세다. 슈트 위에 파카를 겹쳐 입는 스타일링은 변함없이 유효할 듯하다. 몇 시즌 동안 유지됐던 빈티지한 감성 또한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남성 재킷과 아우터(외투)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어깨가 한껏 강조된 스타일이 도드라질 기세다. 어깨가 좁은 사람들이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갑옷처럼 빳빳하게 서 있는, 소위 부담스러운 형태가 된다. 물론 런웨이가 아닌 일상에서 다수의 사람이 이런 패션으로 거리를 활보한다면 분명 익숙해지겠지만, 아직은 낯설다.

반가운 건 누구에게나 거부감이 없을 ‘프레피 스타일’(미국 명문 고등학교 교복 스타일. 단순하면서 고전적인 맵시가 특징)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물론 오버사이즈 형태라는 것이 걸림돌이지만 전형적인 프레피 룩을 선택한다고 해도 트렌드에 역행한다는 평가는 받지 않을 듯하다. 우리가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재킷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는 슈트 스타일링과 낮에 입고 거리를 다녀도 무방한 개념의 파자마 룩, 겨울옷이 맞는지를 되묻게 하는 속이 훤히 비치는 셔츠도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패션 트렌드 대부분은 명품 브랜드가 시즌에 앞서 발표하는 컬렉션을 통해 유추하게 된다. 하지만 트렌드를 언급하는 대부분의 글은 가능성 큰 예상일 뿐 정답은 아니다. 그래서 해당 시즌의 유행이 찾아왔을 때, 예측했던 트렌드와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물론 모두 오답이면, 그 글의 공신력은 추락하겠지만. 그래서 예측을 말하는 필자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리고 기대를 품고 다음 시즌의 유행을 숨 몰아쉬며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성범수 <인디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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