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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1 20:04 수정 : 2019.07.11 20:07

프라다의 ‘리나일론’(Re-Nylon) 프로젝트. 사진 프라다 제공

성범수의 입는 사람

프라다의 ‘리나일론’(Re-Nylon) 프로젝트. 사진 프라다 제공

시즌마다 등장하는 새 옷들이 생산부터 구입 후 세탁, 그리고 버려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환경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이 문제가 심각해지면 브랜드마다 생산할 수 있는 양을 제한하고, 일년에 1인당 구입할 수 있는 옷의 수량을 정하거나, 일정 수량을 초과해 구입할 경우 세금을 더 내게 할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걱정이 머리를 복잡하게 흔들어 놓았다. 그렇게 된다면 행복할 수 없다.

언제나 그렇다. 옷장을 열면, 입을 옷이 없다. 유일한 해결책은 새 제품을 구입하는 것뿐. 사고 버리면, 옷장은 트렌드를 반영한 옷들로 채워지며 다시 태어난다. 그렇다면 환경은? 깊이 있게 생각해본 적 없다고? 탓할 생각은 없다.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는 마케팅 전략을 패션 브랜드에서 언급하기 전까지 나도 관심이 없었다.

‘지속한 가능한 패션’은 마케팅 전략 중 하나였다. 이 전략은 이제 상업성을 조금 덜어내고 순수해지고 있다. 거창하게 내걸어도 돈벌이 수단이 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옷이 환경을 망치는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브랜드들은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글로벌 화장품업체 러쉬는 간소한 포장으로 상을 받았다. 영국의 한 잡지에서 실시한 ‘2019 뷰티 어워드’에서 ‘지속가능성’ 부문에서 챔피언이 됐다.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들로만 구성된 ‘네이키드 숍’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없지만, 현재 맨체스터, 베를린, 밀라노에 있다고 하니, 이번 여름휴가에 이 세곳 중 하나를 방문할 예정이라면, 영감을 받기 위해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얼마 전, 이탈리아 고급 남성복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XXX 2020’ 여름 컬렉션은 1906년에 지어진 폐공장 건물에서 진행됐다. 이번 쇼의 슬로건은 ‘#UseTheExisting’(기존 것 사용)이었다. 폐공장을 창조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과 같은 맥락이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기존 자원을 재가공한 천을 활용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아킬(Achill)슈트’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아킬농장에서 슈트를 제작하는 과정 중 남은 울을 재가공하고 다시 직조해 만든 슈트다. 이들의 이런 움직임에서는 환경을 생각하는 진심이 느껴진다.

고급 브랜드 프라다도 환경을 염려해 ‘리나일론’(Re-Nylon) 프로젝트를 론칭했다. 프라다와 섬유생산업체 아쿠아필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재생 나일론 에코닐(econyl)은 방직용 섬유 폐기물에서 수집한 플라스틱과 해양 폐기물 등을 재활용하거나 정화하는 공정을 거쳐 얻은 소재다. 리나일론 컬렉션의 판매 수익금 중 일부는 ‘지속 가능한 환경’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기부할 거라 한다. 이런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브랜드가 느는 추세는 꽤 고무적이다.

그래서 옷을 세탁할 때만이라도 환경을 걱정하는 행동을 부탁하고 싶다. 빨래한다는 건 이미 물, 전기, 세제를 사용해 환경에 영향을 주는 것. 세제만이라도 친환경적인 제품을 사용했으면 좋겠다. 정답이 무엇이든,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더 나아질 게 분명하다. 패션을 이야기하는 사람으로서 죄책감을 덜어내고 싶어서, 몇 자 적어봤다.

성범수(<인디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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