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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27 09:56 수정 : 2019.06.27 20:03

‘메르츠 비 슈바넨’ 티셔츠. 누리집 갈무리.

성범수의 입는 사람

‘메르츠 비 슈바넨’ 티셔츠. 누리집 갈무리.

폭염이 습격할 채비를 하고 있다. 더위가 스멀스멀 몰려오고 있다. 여전한 살집이 걱정스럽다. 하지만 티셔츠 하나만 제대로 갖춰 입어도 여름 패션 두렵지 않다.

제대로 된 티셔츠를 입고 싶다면, 티셔츠를 만드는 데 남다른 철학을 가진 브랜드들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솔직히 티셔츠에 큰돈을 투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오래 입는 게 거의 불가능하고, 땀이 많은 계절에만 찾는 이 많은 옷이다 보니, 잦은 세탁을 피할 수도 없다. 흰색 티셔츠는 누렇게 변하고, 원색 제품들은 물이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난 미국 브랜드 헤인즈의 비피(beefy)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 도톰한 느낌도 좋고, 가격도 부담 없기 때문이다. 헤인즈는 무지 티셔츠로 이름을 꽤 날린 브랜드다. 미국 소방관들이 즐겨 입는 티셔츠라는 이미지가 강조된 적도 있었다. 스타일과 실용적인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티셔츠다. 1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브랜드라는 점도 꽤 매력적인 요소다. 품절이 빠르게 된 터라 아직 입어보지 못했지만, 유니클로와 알렉산더 왕과 컬래버레이션한 헤인즈 티셔츠도 거부할 수 없는 조건들을 가지고 있다. 안감에는 에어리즘(airism) 기능을 장착하고, 겉감엔 프리미엄 코튼(무명이나 목화솜 등)을 이중처리한 티셔츠이기 때문이다. 우선 도톰한 두께로 몸의 굴곡을 도드라지지 않게 보완해준다. 이너웨어뿐 아니라 일상복으로 입을 수 있다는 점도 꽤 매력적이다. 빨리 마른다는 점과 부드러운 감촉이 장점인 유니클로 티셔츠의 특징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한다. 해외 브랜드 티셔츠는 길이가 좀 긴 편이다. 바지 안에 넣어 입지 않고 꺼내 입으면, 좋은 모양새 연출이 안 되는 경우가 잦다. 그런데 유니클로의 티셔츠는 길이까지도 적절하다.

솔직히 내가 가장 애착을 가진 티셔츠는 레터링이나 패턴이 없는 무지 티셔츠다. 무지 티셔츠의 강자는 아무래도 ‘벨바 신’(VELVA SHEEN)이 아닐까 싶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장을 갔을 때, 유니언 메이드란 편집숍에서 이 브랜드를 처음 접했다. 톡톡하고, 거친 질감의 오프화이트컬러(흰색에 가깝지만, 흰색은 아닌 색) 무지 티셔츠에 끌렸다. 두개의 제품이 한 팩에 담겨 있었다. 난 세 팩을 계산대 위에 당당히 올려놓았다. 그 6개의 티셔츠로 6년 전 더운 여름을 문제없이 넘겼다. 물론 그 이후로도 해외 온라인 숍을 통해 해당 브랜드의 티셔츠를 구입하고 있다.

가격대는 낮지 않지만, ‘메르츠 비 슈바넨’(MERZ B. SCHWANEN) 티셔츠도 추천할 만하다. 이 티셔츠를 한번 입어보면, 다른 티셔츠에는 손이 안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티셔츠 대부분은 원단 두 장을 붙여 앞판과 뒤판을 만드는 방식이다. 메르츠 비 슈바넨은 사이즈별로 통으로 직조한 티셔츠를 만든다. 앞뒤를 붙인 평면적인 티셔츠에 비해 옷을 입었을 때 입체적인 형태감을 제공한다. 그래서 월등한 편안함에 더 나은 모양새가 추가된다.

원하는 아이템을 찾아내는 이상적인 쇼핑은 그리 녹록지 않다. 많은 브랜드를 둘러봐야 하고, 그 안에서 내게 맞는 아이템들을 찾아내야 한다. 꽤 많은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찾아낸 캐리 오버(carry over·앞 시즌부터 계속 잘 팔리는 상품) 아이템들은 쇼핑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줄여준다. 티셔츠 하나 사는 데, 뭐 그리 까다롭게 고민하느냐며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맞다. 이건 지극히 개인의 취향이자 선택이다. 난 정보를 던졌다. 그 정보를 받아들여 자신에게 적용하느냐 그러지 않느냐는 당신의 몫이다. 그래도 한번 입어보시라. 위에 나열한 브랜드들만을 찾게 될 테니까.

성범수(<인디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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