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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맥주 ‘종량세’ 도입]
종가세→종량세 50년만에 변경
작년까지는 출고원가 기준 부과
국산맥주 1ℓ평균 848원 세부담
올해부터 1ℓ당 830.3원으로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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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맥주 ‘4캔 1만원’ 시장 점유율↑
값싼 수입신고가 과세 기준이 한몫
과세방식 바꾸자는 업체 요구 관철 맥주 종류도 가격 변수도 다양
가격인하 효과, 유통업체 따라 달라
제조원가 싼 생맥주는 세부담 늘 듯
수입맥주 판촉행사 계속 될 가능성 맥주 ‘최고세율’은 고급술이었기 때문? 국내 맥주 업체들은 종가세→종량세로의 전환을 “50년 만의 변혁”이라고 말한다. ‘50년 종가세’ 역사는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9년 주세법이 처음 제정될 당시 맥주에 붙는 세금은 1석(약 180ℓ)당 2만원을 부과하는 종량세였지만, 1968년에 종량세를 종가세로 세법이 바꾼 뒤로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당시 정부가 세금 부과 방식을 변경한 주요 목적은 경제 개발 등에 쓰일 세수를 좀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흔하게 마시는 술이지만 한때 맥주는 ‘고급술’이었다. 그래서 세율도 높았다. 고급 핸드백 등 사치재에 더 많은 세금이 붙는 것과 같은 이치다. 2019년까지 주세 체계 안에서 맥주가 모든 주종을 망라하고 최고세율을 적용받았는데, 이는 맥주가 70년대 비싼 술의 대명사였기 때문이다. 1974년 맥주에 적용된 세율은 150%에 이르렀다. 당시 신문광고를 보면 병맥주·캔맥주 세트가 추석 선물로 판매됐고, 그때 방영된 오비맥주 광고는 두 사람이 승마를 즐긴 뒤 맥주를 마시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후 조선맥주(하이트진로의 전신)의 ‘크라운맥주’, 동양맥주(오비맥주의 전신)의 ‘오비맥주’를 중심으로 맥주가 보편적으로 보급되면서 세율도 1995년 130%→2000년 100%→2008년 72%로 점차 내려갔다. 여기에 주세의 30%가 교육세가 추가로 맥주에 붙는다. 여기에 다시 출고원가·주세·교육세 합계의 10%인 부가가치세가 더해지면 이 가격이 맥주의 ‘출고가’가 된다. 가령 국산 맥주의 출고원가를 100원으로 가정했을 때, 주세 72원, 교육세 21.6원, 부가세 19.36원이 붙게 돼 출고가가 212.96원이 되고 여기에 유통·소매 마진(이윤)을 더하면 비로소 소매점 등에서 파는 소비자가격이 된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3월 500㎖ 카스 병맥주의 소비자가격(1522원) 구성을 따져본 결과, 출고가가 79%(출고원가 37%, 세금 42%), 유통·소매 마진이 21% 정도라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맥주 업체들은 출고원가 등 세부 정보는 공개하지 않아왔다. 수입맥주 선호도, 종가세가 원인일까 이렇듯 맥주에 매겨지는 세금이 가격을 기준으로 함에 따라, 국내 맥주 회사들은 대형 3사(오비맥주·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를 중심으로 주세 부과 기준을 가격이 아니라 리터(ℓ)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주장은 2010년 중반 수입맥주가 ‘4캔 1만원’ 판촉 행사로 시장점유율을 키우면서 더 두드러졌다. 종가세 하에서,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세금 기준인 ‘과세 표준’이 △국산맥주의 경우 제조원가·판매관리비·맥주 회사 이윤이 포함된 ‘출고원가’이지만 △수입맥주는 판매관리비가 포함되지 않은 ‘수입신고가’이기 때문에 과세표준도 세금도 그만큼 낮다는 것이다. 실제 기재부 설명을 보면, 지난해 국산맥주의 리터당 평균 주세 부담액은 848원이고 수입맥주는 709원으로 140원가량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한 대형맥주회사 관계자는 “편의점 등의 ‘수입맥주 4캔 1만원’이 가능했던 건 처음부터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과세표준이 달랐기 때문”이라며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경쟁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단순히 세금의 차이만으로 수입맥주 선호도가 올라간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수입맥주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5년 8.5%에서 2018년 20.2%로 두 배 넘게 커졌는데, 이는 소비자 기호와 술 문화 등이 변하면서 수입맥주의 지위가 커진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신용평가사 한국기업평가는 2018년 11월 보고서에서 “회식문화 감소·혼술 유행 등으로 맥주 선호도가 상승하고 있고, 소비자 기호가 다양해지고 유통업계의 수입맥주 확대로 인해 수입맥주 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세제상의 이점 외에도 소비자 기호의 고급화 등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도 수입맥주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짚었다. 맥줏값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듯 새해부터 국산 맥주업계의 세금 부담은 줄어들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소비자가격이 낮아질지는 미지수다. 종량세로 맥주 출고가가 다소 내려가더라도 최종판매처에서 내려간 만큼 가격 인하를 할지는 유통업체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 대형 유통업체는 낮아진 가격분을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4월 맥주 출고가를 올렸다가 10월 ‘종량세 도입 선제 조처’를 들며 4.7%를 인하한 카스의 경우, 지에스(GS)25 등 편의점을 기준으로 500㎖ 캔이 2850원에서 2700원으로 150원 내렸으며, 이마트는 355㎖ 6캔 묶음을 8690원에서 8220원으로 인하했다. 다만 작은 슈퍼마켓 같은 소매점이나 술집·식당에서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한 맥주업체 관계자는 “편의점, 대형마트에서는 반영됐지만 슈퍼와 술집 같은 일부 최종판매처에서는 (출고가 인하를) 최종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거로 안다”고 했다. 세금 부과 방식 변경으로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가격 인상이 우려됐던 생맥주나 ‘수입맥주 4캔 1만원’ 행사도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종량세 도입으로 캔맥주보다 제조원가가 싼 생맥주는 리터당 445원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소 등에서 맥주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시장점유율 등을 유지하기 위해 맥주회사가 판매가 인상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ㄱ맥주회사 관계자는 “인상분을 업소 등에 전가하지 않고 회사가 흡수해, 업소에 기존 가격으로 팔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ㄴ맥주회사 관계자도 “정부 지침이 ‘소비자가격에 최대한 영향을 미치지 말라’였고, 생맥주는 오르지만 캔맥주는 내려가는 등 상쇄 효과가 있기 때문에 (생맥주의) 소비자가격 변동은 최대한 없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입맥주 4캔 1만원’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맥주를 수입하는 ㄷ회사 관계자는 “‘4캔 1만원’의 구성이 바뀔 수는 있지만 1만원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맥주 판촉 행사의 경우 유통업체도 마케팅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 종량세가 시행돼도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대형 유통사 관계자는 “마케팅 측면이 있긴 하지만, 판촉을 계속할지는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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