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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15 17:17 수정 : 2019.09.1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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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통화정책 결정회의
2016년1월 마이너스 금리 도입
기업들 투자에 돈 쓰도록 압박
지방은행들 예대마진 줄어 경영난

엔화 약세에서 강세로 전환
한때 엔화가치 약세로 수출 지원
미-중 갈등뒤 엔화 안전자산 선호

추가 화살 만지작
“물가안정 2% 목표 흔들리면
주저없이 추가 금리 완화 강구”
일 금융권 “부작용 커 시행 힘들 것”
일각에선 “전격 단행 가능성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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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마이너스로 떨어진 단기금리가 한단계 더 떨어지면 은행들이 충분한 수익을 올리지 못하게 되고, 은행 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설 수도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스즈키 히토시 일본은행 정책위원회 심의위원이 구마모토시 강연에서 한 말이다. 현재 마이너스 상태인 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것이 오히려 경기에 해가 될 수도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발언이었다. 스즈키 심의위원은 미쓰비시도쿄유에프제이은행 임원 출신으로 일본은행 통화정책결정회의에 들어가는 9명의 심의위원 가운데 가장 신중파다.

스즈키 심의위원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초저금리 정책의 부작용을 면밀히 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기관들이 수익성을 보강하기 위해 예금에 수수료를 부과하면 개인이나 기업의 경제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고 했다. 고객 예금은 은행의 자금 조달수단인데, 거기에 수수료를 매긴다는 것은 지금까지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스즈키 심의위원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온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정책은 효과와 비용, 부작용을 계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은행은 2016년 1월29일 통화정책 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현재 은행의 중앙은행 예치금(일본은행 당좌예금) 신규분에 대해 -0.1%의 금리를 매기고 있다. 이자를 주기는 커녕 벌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은행으로 하여금 융자나 투자에 돈을 쓰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는 일본은행 당좌예금 잔고는 19조엔이다. 은행들은 1년에 190억엔(약 2100억원) 가량 손실을 보고 있다. 일본은행들은 또 기업의 예금금리를 대체로 연 0.001%에 고정하고 있는데, 대출금리는 하락하면서 예대 마진이 점차 쪼그라들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방은행들의 타격이 크다. 일본 금융청 집계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연간 50개 안팎의 은행이 적자를 내고 있다.

일본은행 안에서 추가 금융완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무엇보다 ‘엔화 강세’ 때문이다. 아베 신조 총리 정부는 2012년말 집권 이후 과감한 금융완화에 바탕을 둔 아베노믹스로 엔화가치를 달러당 80엔대에서 120엔대까지 떨어뜨렸다(엔-달러 환율 상승). 약한 엔화가치는 일본의 수출 성장을 지원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갈등과 세계 경제 후퇴로 세계 금융시장 투자자들 사이에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퍼지면서 ‘엔화 약세’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9월초 한때 달러당 104~105엔대로 떨어지기도 했다(엔화 강세). 최근 일본은행의 추가 금융완화 전망이 커짐에 따라 10일엔 107엔대에서 거래됐다.

일본은행은 7월 통화정책 결정 때 성명에 “2%의 물가안정 목표 달성으로 가는 추세가 흔들릴 염려가 있으면 주저없이 추가 금리 완화 조처를 강구한다”는 문장을 새로 넣었다. 추가 금융완화 정책을 시사한 것이다. 이 회의에서 가타오카 고시 심의위원은 마이너스 금리를 더 인하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차기 회의는 9월19일 열린다.

일본은행이 추가 금융완화 수단으로 단기 정책금리 인하만 고려해온 것은 아니다. 장기금리 목표 인하, 자산매입 확대, 자금 공급(일본은행 당좌예금 평균잔고) 확대 가속화 등을 거론해왔다.

아베 신조 정부 출범 이후 6년반 동안 일본은행을 이끌고 있는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7일치 보도)에서 입을 열었다. 그는 미국 경제가 곧 후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중국·유럽을 중심으로 세계경제가 한층 악화할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면서, 마이너스 금리 인하폭 확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추가 금리 인하는 4개의 정책 옵션에 반드시 포함돼 있다.”

이는 새로운 발언은 아니다. 일본 금융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인하 폭을 더 키우기 어렵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가장 민감한 것은 은행들이 계좌 유지 수수료를 고객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면 소비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고, 일본은행을 향한 비난이 전 세계에서 쏟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단기금융시장에선 일본은행이 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재무성이 9월9일 실시한 6개월 만기 국고채 입찰에서, 최고 낙찰금리는 -0.2643%로 8월의 낙찰금리 -0.1873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과연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더 내릴 수 있을까? 17~18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통화정책 결정에 이어, 19일 열리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결정회의에도 전세계 금융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전세계 마이너스 채권 ‘2경원’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돈을 빌려준 사람이 만기가 되어 찾아갈 때 일부 금액을 떼주고 찾아가는 것과 같다. 채권이라면 만기 때 받을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미리 사는 것이다. 지역화폐 개념을 처음 도입한 독일 경제학자 실비오 게젤(Silvio Gesell)이 1916년 ‘인지를 첨부하는 화폐’ 방식으로 화폐 보유에 세금을 매겨 투자를 촉진할 것을 제안한 것이 마이너스 금리 개념의 시초로 꼽힌다. 그 뒤 여러 경제학자들이 변형된 방식의 마이너스 금리를 제안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공황 시대에도 마이너스 금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올들어 갑절로…전체 채권의 25%
시중금리 떨어뜨려 경제회복 도움
은행들 수익 악화 초래 ‘양날의 칼’

2012년 덴마크 중앙은행이 역사상 처음으로 은행의 중앙은행 예치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그 뒤 유럽중앙은행(ECB)이 같은 방식의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고, 이어 스웨덴, 스위스, 일본 중앙은행이 뒤따랐다.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국가·지역에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된 것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덴마크와 스위스는 자국 통화의 과도한 절상을 막는 데 목적을 두고, 유로존과 일본은 실물경제 부양을 주요 목적으로 초저금리 정책과 병행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해선 부작용 우려가 적지 않다. 우선 은행의 예대마진을 줄여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은행의 자본 구조 강화를 방해함으로써 경제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 연기금 펀드,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의 자산운용과 적정 수익 확보를 어렵게 하여, 이들이 고위험 투자로 수익을 추구할 때 버블을 키울 위험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주택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평가되는 도시 가운데 절반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펴는 나라나 지역에 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 운용 성과를 보면, 유럽에서는 점진적인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시중금리를 떨어뜨려 실물경제 회복에 대체로 긍정적인 구실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지방은행의 수익성을 떨어뜨려 평가가 엇갈린다.

금리가 마이너스인 채권은 급증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신문>이 8일 보도한 것을 보면, 현재 금리가 마이너스인 채권 잔액은 전 세계에 17조달러(약 2경원) 규모로 올해 초에 견줘 갑절로 늘었다. 전체 발행 채권의 4분의 1에 이른다. 유럽에서는 마이너스 주택담보대출까지 등장했다. 이런 과도한 저금리의 확산이 경제 시스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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