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규제해제 손익 따져보니
‘연료비 절감’ 가장 큰 장점
한달 기름값 10만원 쓴다면
LPG차 타면 2만7천원 절약 가능
‘충전소 부족’…편의성 한계
도심에선 찾기 어려워 불편 감수
힘 부족·내구성 떨어진다 인식도
유류세 또 올리나?
정부쪽 “세율조정 논의 시점 아냐
LPG 세수감소 우려만큼 크지않아”
LPG차 얼마나 늘어날까
QM6·신형 쏘나타 등 LPG 모델 준비
휘발유차보다는 약간 싸게 나올 듯
대기질 개선 효과 불투명
미세먼지 대책으로 ‘허용’ 됐지만
한쪽선 “온실가스는 더 많이 배출”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하나로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의 규제를 전면 해제했다. 그동안 택시나 장애인용 등으로 한정했던 엘피지 차량을 누구나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졌지만, 그만큼 계산법은 복잡해졌다. 연료값은 싼데 연비가 떨어지고 기름주유소에 비해 충전소도 부족하다. 정부가 엘피지 차량을 허용하는 대신 나중에 세금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 엘피지차 전면 허용을 둘러싼 궁금증을 풀어봤다.
얼마나 싼가?
엘피지차의 가장 큰 이점은 연료값이 싸 유지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 집계(3월29일 기준)를 보면, 엘피지의 전국 평균 가격은 ℓ당 796.6원으로 휘발유(1392.1원)와 경유(1290.4원)보다 싸다. 휘발유에 견줘 40% 넘게 저렴한 수준이다.
그러나 엘피지의 연비는 휘발유와 경유에 비해 떨어진다. 최근 출시된 현대차 신형 쏘나타 2.0 가솔린 모델의 연비는 13.3km/ℓ(17인치 타이어 기준), 2.0 엘피지 모델은 10.3km/ℓ이다. 약 20% 차이난다. 다만 이런 연비 차이가 연료값 차이를 상쇄 시킬 정도는 아니다. 신형 쏘나타로 한달에 10만원어치를 주유한다면, 단순 계산해 휘발유차는 960㎞, 엘피지차는 1292㎞를 주행할 수 있다. 휘발유차는 1만원으로 96㎞를 달릴 수 있는 반면, 엘피지차는 129㎞를 달릴 수 있는 것이다. 한달 유류비로 10만원을 쓴다면 엘피지차를 이용하는 운전자가 휘발유차보다 2만7천원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엘피지차 가격은 휘발유차보다 약간 싸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일반에 판매되는 엘피지차에는 세제 혜택이 없어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엘피지 차량이 싸다는 소비자 인식을 고려해 완성차 업체들은 가솔린차에 비해 조금이라도 값을 낮게 책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르노삼성이 26일 출시한 SM6 2.0 엘피지 모델의 판매가격은 2477만~2911만원으로, 동급 가솔린 모델보다 130만~150만원가량 낮다.
유류세 또 올리나?
엘피지차 사용자가 늘면 정부가 엘피지에 지금보다 더 많은 유류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휘발유차량 감소에 따라 줄어든 세금을 엘피지 쪽에서 만회하려 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규제 완화 초기부터 세율 인상을 예상하는 건 너무 앞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규제 완화 초기이고 휘발유나 경유차에서 어느 정도 엘피지차로 옮겨갈지 모르는 상황이라 엘피지 세율 조정은 지금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엘피지차량 규제가 완화돼도 세수 감소 효과는 정부가 우려할만큼 크지 않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오른 경유세를 근거로 들기도 한다. 실제 휘발유에 대한 경유의 상대 가격은 2001년 100 대 47이었지만 경유에 붙는 세금이 점점 늘면서 지금은 100 대 85 수준까지 올랐다. 게다가 경유세 인상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미세먼지 논란이 일 때마다 경유에 붙는 세금을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얼마나 늘어날까?
제품군 확대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던 완성차 업체들은 분주해졌다. 르노삼성이 지난달 판매 허용일에 맞춰 ‘일반인용 엘피지차’를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상반기 중에 스포츠실용차(SUV)인 QM6 엘피지 모델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4월 중으로 신형 쏘나타의 엘피지 모델을 내놓는다. 기아차는 K5 엘피지 모델을 준비 중이다.
업체들의 발빠른 움직임과 일반의 관심 만큼이나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반응할지는 불투명하다. 연비는 좋지만 가스를 넣을 수 있는 충전소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엘피지 충전소는 안전 문제로 설치 기준이 까다로워 도심에서는 충전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현재 엘피지 충전소는 전국에 1900여곳, 서울에 77곳이 있다. 전국 주유소 1만1500곳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이다. 당장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엘피지차가 휘발유차나 경유차보다 힘이 부족하고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인식도 여전하다.
이런 여러 요인을 고려할 때 차량 가격이나 연료비가 싸다는 이유만으로 엘피지차가 급격히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엘피지차량은 지난해 기준 205만대가 주행 중이다. 전체 등록차량 중 8.8% 정도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엘피지차 규제를 해제해도 연료 효율과 편의성 등을 고려할 때 차량이 크게 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꼬리표 못뗀 친환경 논란
이번 엘피지차 전면 허용은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그 배경엔 재난 수준의 미세먼지와 이에 크게 분노한 여론이 깔려있다. 정부는 엘피지차의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경유차의 13% 정도라고 분석한다.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정부는 엘피지차 확대가 미세먼지를 완화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용역보고서는 엘피지차 규제 전면 완화로 현재 전체 차량의 8%대인 사용 비중이 10%대 수준으로 늘면 2030년까지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총 4천t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엘피지차는 질소산화물을 적게 배출하는 대신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기질 개선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이자고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를 더 내뿜게 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론과 감성에 치우친 ‘조삼모사’식 친환경차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엄밀히 말하면 휘발유차와 경유차는 기술 진전에도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타고 났다. 둘 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탓에 대기질을 악화시키기는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에서 유독 ‘경유차 퇴출’ 주장이 거센 것은 감정이 앞선 측면이 있다. 퇴출 운동을 벌인다면 유럽처럼 내연기관 엔진을 단 차량을 타깃으로 하는 게 타당하다. 오랜 규제에 묶여 있던 엘피지차가 미세먼지 덕에 전면 허용이라는 길로 들어섰지만, 지구온난화의 원인 물질 배출로 환경오염 논란의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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