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고영숙
|
헷갈리는 ‘주택 공시가’의 비밀
‘신반포8차’ ‘52.74㎡
작년 11월 대비 현실화율 62.9%
‘잠실주공5단지’ ‘82.61㎡
작년 말 대비 75.6%
국토부 “특정 시기 아닌
1년 간 변동 종합해 산정”
12억 초과 주택은 높이고
12억 이하는 시세 변동 이내로
현실화율 ‘불균형’ 조정
서울 ‘아크로리버뷰신반포’
실거래가 신고 0건이지만
인근 ‘리버파크’와 비교해 매겨
같은 동, 같은 주택형도
조망권 따라 층별로 2억 차이도
9억 넘는 집은 다 종부세 대상?
9억 넘어도 공동명의면 제외 가능성
|
그래픽_고영숙
|
전년보다 평균 5.32% 오른 전국 공동주택 1339만호의 2019년 1월1일 기준 공시가격(안)이 지난 14일 공개돼 열람 절차에 들어갔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12년 만에 가장 큰폭으로 공시가격이 뛴 서울(14.17%),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경기 과천(23.41%)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소유자들의 이의 신청이 꽤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초고가주택 뿐만 아니라 중산층이 거주하는 6억~12억원 이하(시세 기준) 주택의 공시가격 상승폭도 컸던 데다, 일부 언론들이 정부가 밝힌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형평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시세 6억~9억원 주택은 올해 공시가격이 15.13%, 시세 9억~12억원 주택은 17.61% 상승했다. 다만, 공시가격을 둘러싸고 최근 제기된 의혹 가운데 사실 관계가 맞지 않거나 오해에서 비롯된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팩트 체크 방식으로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 논란의 쟁점들을 들여다봤다.
■ 못믿을 공시가격 현실화율? 단지별로 들쭉날쭉?
국토부가 지난 14일 공시가격안을 발표하면서 밝힌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은 지난해과 같은 68.1% 수준이다. 그런데 발표 뒤 지역과 단지에 따라 현실화율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표적인 게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단지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8차’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사례다. 통합 재건축 호재로 올해 공시가격이 9억2800만원(최고가)으로 지난해보다 41% 넘게 오른 신반포8차 전용 52.74㎡는 지난해 11월 중순 실거래가(14억7500만원) 대비 현실화율이 62.9%인데,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61㎡는 이번 공시가격이 13억6800만원(최고가)으로 지난해 말 실거래가(18억1천만원) 대비 현실화율이 75.6%에 달했다는 것이다. 두 아파트의 현실화율이 12%포인트 이상 벌어진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쪽은 “특정 시기에 발생한 일부 실거래가 만으로 시세가 산정되지 않고 1년 간의 시세 변동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산정한다. 또 일부 업체의 시세 정보는 매도 호가를 토대로 제공돼 정확한 시세와 시세변동률을 반영한다고 보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사례로 든 두 재건축 아파트의 최근 실거래 가격이나 매도 시세는 공시가격 산정에 반영되는 적정시세가 아니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이런 설명은 대체로 사실에 가깝다고 본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사례가 적은 실거래가는 시세 판단을 위한 참고 자료일 뿐”이라면서 “다만, 국토부 스스로 이번에 시세 12억원 초과 고가주택 중 그간 공시가격과 시세와의 격차가 컸던 일부 주택은 현실화율을 높였고 시세 12억원 이하 주택은 시세 변동률 이내로 공시가격을 산정했다고 밝힌 데서 보듯이 공동주택도 시세 수준에 따른 지역간, 단지간 현실화율 차이가 존재했던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국토부가 제시한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 현실화율 68.1%는 어디까지나 전국 평균치로, 그간 고가와 중저가 주택 간 불균형이 심했던 현실화율이 조금 개선된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실거래 신고가격이 없는데도 공시가격이 올랐다?
입주한지 얼마 안된 새 아파트로 실거래 가격이 전혀 없는데도 공시가격이 산정돼 의문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 전용 84.82㎡은 지난해 6월 입주 뒤 지금껏 매매거래 신고 내역이 한건도 없지만 올해 공시가격은 16억3200만원(최고가)으로 산정됐다.
그러나 실거래가가 없어도 공시가격 산정에 제약은 없다는 게 한국감정원 설명이다. 해당 주택 실거래가가 없으면, 인근 유사주택 실거래가와 감정평가 선례, 부동산 시세정보 등을 종합해 시세를 산정하고 이를 토대로 공시가격을 매긴다는 것이다. 아크로리버뷰신반포의 경우 인근 유사 주택으로 신반포로 ‘아크로리버파크’와 비교·분석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해 9월 최고 31억원에 거래된 바 있으며, 이번에 전용 84.97㎡ 공시가격은 17억3600만원(최고가)으로 지난해보다 15%남짓 올랐다. 이 아파트는 최근 실거래가 31억원보다 훨씬 낮은 가격이 적정 시세로 평가됐다는 결론이다.
같은 동, 같은 주택형이지만 층별 공시가격이 최대 2억원까지 차이를 보인 사례도 눈에 띈다.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의 경우 최저층인 3층의 전용 84.82㎡ 공시가격은 14억3200만원, 12~31층(최고층)의 공시가격은 16억3200만원으로 산정됐다. 4~6층은 14억4800만원, 7~9층은 15억4천만원, 10~11층은 15억8400만원으로 한강 조망권에 따른 공시가격이 세분화됐다.
■ 공시가격 9억원 이상 22만채가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
국토부의 올해 공시가격(안)을 보면, 1주택 기준으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되는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은 21만9862가구로 지난해(14만807가구)에 견줘 56.1% 늘어났다. 서울의 경우 13만5010가구에서 20만4599가구로 51.5% 증가했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서는 “종부세 대상 주택이 지난해보다 8만가구 늘어났다”고 지적하는데, 이는 엄밀히 따지면 틀린 얘기다.
종부세는 1주택자의 경우 9억원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합산가액 6억원 이상 주택 소유자에게 인별로 부과된다. 공시가 12억원에 가까운 주택이더라도, 부부가 이 한채만 공동명의로 소유하고 있으면 종부세 부과 대상이 아니란 얘기다. 반대로 9억원 미만 주택이라도 소유주가 다주택자라면 종부세가 부과된다. 국토부 부동산평가과 관계자는 “종부세는 1주택보다는 다주택자에게 많이 부과되고, 셈법이 복잡해 실제로 부과 대상자가 얼마나 늘어날지는 5월에 전체 자료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통해 종부세 세율이 인상됐고 총보유세 세부담 상한선도 상향 조정된 데 따라 올해 공시가격이 오른 고가주택, 다주택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이 상당폭 늘어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1주택자라도 공시가격 12억원(시세 18억원) 초과 주택은 세율이 0.7%(종전 0.5%)로 인상됐고, 다주택자로서 3주택 이상이거나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의 세율은 0.6~3.2%(종전 0.5~2%)로 높아졌다. 또 1주택자와 비규제지역 2주택자는 총보유세 세부담 상한이 전년 대비 150%,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는 200%, 3주택 이상 소유자는 300%에 이른다.
그러나 1주택자로서 올해 보유세가 전년 대비 150%를 넘어 상한선을 적용받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도 200% 상한 적용 사례는 극히 적을 전망이다. 애초 ‘9·13 대책’에서는 조정지역 내 2주택자도 세부담 상한선이 3주택 이상 소유자와 마찬가지로 300%였으나 국회가 법안 심의 과정에서 200%로 낮춘 바 있다.
국토부는 소유자 의견청취와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다음달 30일 공시가격을 최종 결정·공시할 예정이다. 주택 소유자로서 공시가격에 이의가 있을 경우엔, 다음달 4일까지 국토부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사이트, 시·군·구청 민원실, 한국감정원 각 지사 등에 의견서를 내면 된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