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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17 16:53 수정 : 2019.05.14 18:20

보쉬의 ‘커뮤니티 파킹’ 서비스 개요도 재가공. 그래픽_고영숙

ICT 만난 주차 ‘커넥티드 파킹’

장소·요금 분석해 입차부터 결제까지
데이터 한데 모이는 ‘모빌리티 거점’
카카오모빌리티·파킹클라우드 등
ICT 결합한 ‘주차 상품화’ 앱 집중
미 샌프란시스코 2년 시범운영 결과
공해 배출 30%, 요금은 최대 16%↓
“서비스 주체, 주차장 소유주→이용자
완성차업체와 인공지능·빅데이터 협력”

보쉬의 ‘커뮤니티 파킹’ 서비스 개요도 재가공. 그래픽_고영숙

20××년 3월18일 아침, ‘자율이’는 서울 마포구에 사는 한겨레씨를 태워 광화문 공유오피스까지 데리고 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한씨는 미리 자율주행차량 호출 플랫폼을 통해 자율이를 예약했다. 자율이는 마포 한강둔치 차고지에서 출발해 시간에 맞춰 한씨 집 앞에 도착했다. 한씨를 태워 순조롭게 광화문을 향하던 자율이는 고민에 빠진다. 한씨가 서울 강남까지 이동해 달라는 예약도 했기 때문이다. 점심약속이어서 2시간쯤 뒤에 가야 한다. 자율이는 그동안 다른 손님을 태울 것인가, 한씨를 기다릴 것인가. 당장 마땅한 호출이 없어 자율이는 멀리 가지 않고 기다리기로 했다. 자율이는 어느 주차장에서 기다려야 할까. 주차요금은 어떻게 낼까.

■ 주차장에 ICT가 결합되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굳이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예언한다. 필요할 때만 자율주행차를 불러 타면 되기 때문이다. 거주지에 주차장을 갖출 필요도, 약속 장소를 정하면서 주차 공간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도 없다. 이용자들은 주차 고민에서 벗어나겠지만, 자율주행차에게는 주차가 전쟁이다. 자율주행 주차기술은 물론이고 이동경로를 고려한 주차장 배치가 중요하다. 이동 수요가 많은 지역에는 그만큼 많은 차량이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주차장은 자율주행시대의 ‘시작과 끝’인 셈이다.

그래서 주차와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한 ‘스마트 파킹’, ‘커넥티드 파킹’ 서비스가 주목받는다. 국내에서는 택시·대리운전앱인 ‘카카오T’에 ‘주차’를 포함시킨 카카오모빌리티와 전통적인 주차업체인 아이파킹(파킹클라우드)·하이파킹, 최근 한글과컴퓨터그룹이 인수한 한컴모빌리티 등이 해당한다. 주차산업이 사모펀드나 정보통신기술 기업의 투자를 받으며 ‘모빌리티 플랫폼’이나 ‘4차산업혁명’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변화를 실감하게 해준다.

이들 서비스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카카오T나 아이파킹 등 주차앱을 사용하면, 이용자들이 가려는 목적지 주변에 주차할 수 있는 장소와 주차요금을 볼 수 있고, 입차·출차·결제까지 앱으로 할 수 있다. 굳이 출차하는 곳에서 창문을 열고 낑낑대며 신용카드를 넣을 필요도 없고, 사전정산을 위해 키오스크 앞에서 줄을 설 필요도 없다. 대형쇼핑몰이나 공항 같은 곳에서는 자신이 주차한 위치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주변 주차장 여러 곳을 미리 분석해 좀 걷더라도 싼 주차장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런 주차서비스 앱들은 종일권·시간단위 주차권을 준비해, 사전에 구매할 경우 할인혜택도 제공한다. 이용자들로 하여금 일상에서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주차를 하나의 ‘서비스’ 또는 ‘상품’으로 여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셈이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교통체증 막고 남는 공간활용성 높이고

주차 업계에선 이런 문화가 전 사회적으로 정착된다면 이용자들의 편의를 늘리는 것은 물론 도심지 교통혼잡을 막고 이에 따른 에너지절감·오염물질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주차 관련 데이터가 쌓이면 도시차원에서 주차 수요예측이 가능하고, 탄력요금 적용 등을 통해 교통흐름을 제어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4년 샌프란시스코 도시교통청은 주차장에 차량감지센서를 설치해 중앙관리시스템이 주차수요를 파악하고 가격을 조절하는 ‘에스에프파크’(SFpark) 시스템을 도입했다. 주차수요가 높은 지역의 요금을 상대적으로 올리고, 수요가 적은 지역은 요금을 낮춰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이용자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주차공간을 찾을 수 있게 했다. 2년 동안 시범운영한 결과, 노상 주차요금은 예전보다 평균 4%가 감소했고, 건물주차요금 역시 16%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또 운전자들이 이전보다 5분 정도 빨리 주차공간을 찾을 수 있고, 사용가능 주차공간이 없는 시간 역시 1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차공간을 찾아 헤매는 차량의 주행거리와 공해배출 역시 30% 줄었다는 것이 샌프란시스코 교통청의 연구결과다. 서울시도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2017년 ‘실시간 주차정보 제공 서비스’를 도입한 건물은 교통유발 부담금을 10% 감면해주는 등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남는 주차장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기에게도 효과적이다. 주차장처럼 수급불균형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도 없다. 서울 강남 지역은 업무용 빌딩 주차장이 낮에는 꽉 차있지만, 저녁엔 텅텅 빈다. 반대로 강남 부근 유흥가 주차장은 밤에 붐비고 낮에는 텅 비어있다. 주차 플랫폼을 이용하면 이런 수급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신들이 입주한 빌딩에 비어있는 공간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바로 앞 판교역 환승 주차장 요금을 동일하게 맞춰, 환승 주차장에 몰리는 주차 수요를 분산시켰다. 스타트업 ‘모두의 주차장’이나 한컴모빌리티의 ‘파킹프렌즈’는 골목길이나 주택가의 빈 주차면이나 거주자 우선 주차장을 공유서비스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겐 빈공간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주차난에 시달렸던 운전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 “주차장은 자율주행의 중요한 인프라”

이런 서비스들이 가능하기 위해선 제휴한 주차장이 많아야 하고, 주차설비 개선이 필수적이다. 기본적으로 입·출차를 확인할 수 있는 번호판 인식시스템, 빈 주차면을 확인하기 위한 사물인터넷(IoT)센서, 주차요금 정산·결제 시스템, 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관제시스템이 하나로 묶여야 한다. 아직까지도 주차장에 차량이 진입하면, 입차한 시간을 적고 출차 시간을 확인해 계산기를 두드린 뒤 현금으로 결제하는 곳들이 많은 탓에 업체들은 설비의 현대화를 위한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아이파킹처럼 주차설비 판매를 함께하는 업체들은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플랫폼 업체들은 주차설비 업체들과 기술표준을 맞춰 ‘연동’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업체들이 이렇게 스마트파킹, 커넥티드파킹에 집중하는 것은 주차장이 자율주행 시대에 더없이 중요한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주차장은 이동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으로, 사람들이 이동한 경로 데이터를 수집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공유형 자율주행차량은 수요가 많은 거점에 충분한 차량을 배치해야 하는데, 주차장은 그 자체로 자율주행 차량의 거점이 될 수 있다. 이미 주차업체들은 쏘카·그린카와 같은 차량공유업체와 제휴를 맺고 있기도 하다. 또한 주차장이 경정비·세차·충전(또는 주유)을 할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변모하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김태성 카카오모빌리티 주차그룹 리더는 “자율주행을 거론하면서 주로 차량만 생각할 뿐 입체적인 가치사슬에 대해선 별로 고려가 되지 않고 있는 듯하다”며 “자율주행차를 낡은 주차장에서 정산원이 맞을 수는 없는 만큼 주차장이 이동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인프라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병엽 파킹클라우드 최고기술책임자(부사장)도 “지금까지 주차 서비스가 주차장 소유주를 위한 서비스였다면 이제는 주차장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로 바뀌고 있고 인공지능·빅데이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커넥티드카를 위한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을 비롯해, 자동차 번호판을 통한 결제시스템 등 다양한 사업 기회를 위한 기술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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