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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10 17:35 수정 : 2019.05.14 18:21

그래픽_고영숙

A380 단종으로 본 항공기 부침사

에어버스-보잉 ‘덩치 싸움’ 종료
출발지에서 중소형기 직항 선호
초대형은 좌석 채우기도 쉽잖아
효율 앞세운 항공사들 잇단 주문 취소

그래픽_고영숙
에어버스, 이겼지만 이긴 게 아냐
보잉 B747 독주 37년 만에 뒤집었지만
너무도 짧았던 A380 전성시대
15년도 못 버티고 고통스러운 단종

시장변화 흐름 따라 희비 교차
보잉, A380 처음 나온 2000년대 중반
수요 이동 예상하고 중형기에 집중
에어버스, 한 발짝 늦게 뒤따라

“고통스러운 결정”이라고 했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각) ‘에이(A)380’ 단종 소식과 함께 발표된 유럽 항공기제작사 에어버스의 ‘소회’다. 앞으로 2021년까지, 이미 수주한 14대를 출하하고 나면 에이380은 더 제작되지 않는다.

“올 것이 왔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오스트레일리아 콴타스항공은 에이380 8대 주문했던 것을 지난 1월 취소했다. 밑천 두둑한 최대 고객사 에미레이트항공마저 162대를 주문했다가 123대로 대폭 줄였다.

“전설의 종말”이라고 미국 <시엔엔>(CNN) 등 세계 언론은 썼다. ‘하늘 위의 호텔’ 39대 주문 취소가 결정적이었다. 톰 엔더스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는 “에미레이트항공의 주문량 축소 결정으로, 에이380 수주잔고가 생산을 이어가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단종 이유를 설명했다.

37년 비747 독주 막아선 에이380

초대형항공기 역사의 첫 장은 50여년 전 미국 항공기제작사 보잉이 쓰기 시작했다. 보잉이 1968년 세상에 내놓은 ‘비(B)747’은 항공업계 ‘혁명’으로 대접받았다. 비747은 내부 통로가 2개 있을 만큼 몸집이 큰, 최초의 ‘와이드 바디’(wide body) 항공기였다. 높은 천장과 수직에 가까운 벽면도 모두 비747이 처음이었다. 탑승 인원도 획기적이었다. 당시 인기 항공기종이던 비707이 승객 190명 정도를 태웠는데, 비747은 최대 580명이 탈 수 있어 두 배 가까운 수용력을 자랑했다.

초기 초대형항공기는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 1960년대 항공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었고, 시장은 초대형항공기를 갈구하고 있었다. 당시 미국 최대 항공사였던 팬암항공은 비707보다 두 배 많은 여객을 수용할 수 있는 비행기를 원했고, 때마침 미 공군의 요청으로 대형화물 수송기를 연구 중이던 보잉이 내놓은 게 비747이다. 비747 인기는 상당했다. 한때 비747 보유대수를 기준으로 항공사 경쟁력을 가늠할 정도였다. 한국에서는 대한항공이 1973년 비747을 도입하면서 항공산업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보잉이 독주하던 초대형항공기 시대에 정점을 찍은 건 에이380의 등장이었다. 보잉은 비747을 내놓은 지 37년 만인 2005년 에어버스에 주도권을 빼앗긴다. 대형항공기 분야에서 보잉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에어버스가 ‘점보 여객기’ 비747을 뛰어넘는 ‘슈퍼 점보 여객기’ 에이380을 내놓으면서 전세를 역전시켰다. 최초의 2층 여객기는 비747이었지만, 비747이 비행기 앞쪽 일부에 2층이 걸쳐있는 것과 달리 에이380은 비행기 전체를 복층 구조로 만들었다. 마치 여객기 두 대를 위아래로 겹쳐 놓은 듯한 넓은 공간과 통통한 모양새, 여객기 안에 갖춰진 와인바·면세점으로 에이380은 ‘하늘 위의 호텔’, ‘고래 비행기’라는 애칭을 얻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에이380을 10대, 6대씩 보유하고 있다. 반면 보잉은 일찌감치부터 초대형기의 한계를 내다보고 비747 이후를 이끌어나갈 중형기 생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그래픽을(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에어버스의 예측 실패, 에이380의 쇠락

에이380 전성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초대형항공기 수요가 늘어날 거라고 본 에어버스의 전망과 달리, 2010년대 들어 초대형여객기의 인기는 급격히 줄었다.

애초 에어버스는 여객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공항의 슬롯(시간당 이·착륙 횟수)은 제한적이라는 상황에 주목해, 한꺼번에 승객을 많이 태우고 갈 수 있는 대형항공기가 여객기의 미래라고 봤다. 그러나 항공사 입장에서는 400명 이상을 태워야 하는 초대형항공기는 운용 효율성이 떨어진다. 한 항공기에 400~500명의 승객을 채우기가 쉽지 않은데다, 기술 발달로 엔진 2개인 중형 항공기로도 거의 유사한 거리를 운행할 수 있게 돼서다. 에이380보다 작은 에이350이나 보잉의 비787-9는 에이380과 유사한 최대 1만5000㎞ 운항이 가능하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에이380 같은 초대형기는 일부 ‘황금노선’에만 투입할 수 있어 유연성이 떨어진다. 좌석을 줄이고 면세점 등 각종 부대시설을 넣어야 한다는 점도 항공사 입장에선 효율적이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객 스타일의 변화도 초대형항공기 쇠퇴에 한몫했다. 기존에는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이 대세였다. 지방 작은 공항에서 소형기를 타고 허브공항에 간 뒤, 대형항공기로 환승해 목적지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중소형항공기를 타고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바로 가는 ‘포인트 투 포인트’ 방식의 수요가 많아졌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경영학)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여객 수요도 저렴한 가격을 선호하는 수요부터 직항을 선호하는 수요까지 다양해졌다. 이 또한 ‘허브 앤 스포크’에서 ‘포인트 투 포인트’ 방식으로 여객 대세가 바뀐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초대형항공기의 쇠퇴 이후 항공기의 대세는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중소형기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보잉은 2000년대 중반 ‘포인트 투 포인트’ 수요가 늘어날 것을 예상하고 유연한 노선 운영이 가능한 장거리 중형항공기 비787을 내놓았다. 미래 예측을 잘 못 했던 에어버스도 뒤늦게 에이350·에이330네오 등을 내놓고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허희영 교수는 “항공사 전체 비용 중 유류비가 25~30%에 이르면서 항공기 연비가 중요해졌다. 고효율 중형기 중심의 시장구조에 당분간은 뚜렷한 변화가 있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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