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미세먼지 기후변화 대책위원장 “최초의 여성인 판도라가 지상으로 내려올 때 제우스는 인간에게 내리는 벌이자 축복으로 상자를 선물했다. 상자를 열자 질병, 슬픔, 가난, 전쟁, 증오 등의 모든 악이 쏟아져 나왔고, 놀란 판도라는 서둘러 상자를 닫았다. 결국 맨 아래에 있던 ‘희망’만이 상자에 남았다.” 오래된 이야기다. 상자에서 쏟아져 나왔다는 모든 악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녹색 시선으로 악을 나열한다. 우리나라의 위정자들이 다른 문으로 수직 상승할 때 좁은 문 앞의 노동자, 농민, 건강약자들은 기상이변 속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빙하가 녹아 낮은 위도에 위치한 가난한 섬나라인 투발루나 저지대 국가인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제주와 전남, 거문도가 바다에 잠기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선 물 공급과 식량 생산 불안으로 무력까지 불사하며 갈등이 격화되고, 시리아를 탈출한 수백만의 기후난민들은 죄 없이 세계를 떠돈다. 전지구적으로 생물 다양성이 붕괴되고, 공장식 축산 속 동물들이 더위에 집단 폐사한다. 녹색 시선으로 세상에 줄을 더 긋는다. 좌, 우에 있다는 늙은 정치인들은 석탄발전소와 국외 석탄 프로젝트, 토건사업 등 ‘기후위기 가해자’들에게 투자되는 예산을 승인하고 법을 만들며 표를 얻는다. 권력과 부를 재생산하기 위해 교육 시스템과 합법을 이용한다. 녹색 세상의 ‘아래’에 있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과 뭇 생명은 생존할 수 있다는 다른 문의 존재도 모른 채 각자도생의 삶으로, 삶으로 내몰리고 있다. 나는 이제야 알았다. 진짜 악의 이름은 좌도 우도 아니다. 수많은 아래를 갉아먹는, 그 끔찍한 불평등이다. 불평등한 세상에 갇혀 어쩌지도 못하고 살아야 하는 이 미친 세상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다시 열어 희망을 꺼내는 사람은 없을까. 저기, 상자를 열어젖힌 두 여성이 있다. 16살 그레타 툰베리, 39살 저신다 아던이다. 지난해부터 기후위기 속 공동의 생존을 요구하는 16살 그레타 툰베리가 지구 전체를 흔들고 있다. 그 파급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단체가 9월21일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행동을 통해 전체를 흔드는 툰베리를 넘어, 아래를 부여잡는 정치적 희망도 찾고 싶다. 뉴질랜드 총리 저신다 아던이다. 연합정부 파트너인 녹색당과 손잡고 테러에도 굴하지 않으며 지난 5월부터 ‘2050 탄소제로’ 입법을 추진 중인 국가 리더. 그 직후 서양의 현대화된 국가 중 최초로 국가 정책 목표로 국내총생산(GDP)이 아닌 행복 증진을 채택한 80년생 여성. 이 시대의 ‘위’들이 온실가스를 내뿜고 계급을 공고히 하는 경제구조를 신봉하고, 수많은 ‘아래’가 가난의 공포에 질려 정신 질환으로 미쳐가고 자살하고 있을 때, 아던 총리는 아래를 위한 행복 재정을 도입했다. 정신건강 증진, 아동 빈곤 개선, 마오리족과 남태평양 주민 보호, 국가 생산성 증진(연구 혁신 기업 지원과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 대응), 경제구조 전환 등에 예산을 쏟고 있다. 국제 뉴스들은 이런 행복 정책을 ‘가보지 않은 길’ ‘대전환’이라고 다루며 다른 국가들에 끼칠 영향력에 대해 분석했다. “이 거대한 사회 실험의 결과는 뉴질랜드 공동체뿐 아니라 세계 각국도 면밀히 관찰할 것이다. 실험 결과는 세계 각국이 시도하려는 의지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2019년 6월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 보도) 저기, 2003년생 그레타 툰베리와 1980년생 저신다 아던 총리가 희망을 꺼내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당신에게 묻는다. 상자에서 먼저 나온 불평등과 마주하는데, 좌우가 그렇게 중요한가? 개혁은 누구에게 희망을 주어야 하는가? 희망을 주지 않는 개혁은 진짜인가? 무엇이 진짜 가짜뉴스인가? 툰베리와 아던처럼 우리도 이제 진짜 희망을 꺼내야 하지 않을까. 저성장과 기후위기, 각자도생의 시대에 미쳐가는 모든 ‘아래’를 위한 희망 말이다. 2019년이다.
칼럼 |
[고은영, 녹색으로 바위치기] 미쳐가는 ‘아래’들을 위한 정치적 희망 |
녹색당 미세먼지 기후변화 대책위원장 “최초의 여성인 판도라가 지상으로 내려올 때 제우스는 인간에게 내리는 벌이자 축복으로 상자를 선물했다. 상자를 열자 질병, 슬픔, 가난, 전쟁, 증오 등의 모든 악이 쏟아져 나왔고, 놀란 판도라는 서둘러 상자를 닫았다. 결국 맨 아래에 있던 ‘희망’만이 상자에 남았다.” 오래된 이야기다. 상자에서 쏟아져 나왔다는 모든 악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녹색 시선으로 악을 나열한다. 우리나라의 위정자들이 다른 문으로 수직 상승할 때 좁은 문 앞의 노동자, 농민, 건강약자들은 기상이변 속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빙하가 녹아 낮은 위도에 위치한 가난한 섬나라인 투발루나 저지대 국가인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제주와 전남, 거문도가 바다에 잠기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선 물 공급과 식량 생산 불안으로 무력까지 불사하며 갈등이 격화되고, 시리아를 탈출한 수백만의 기후난민들은 죄 없이 세계를 떠돈다. 전지구적으로 생물 다양성이 붕괴되고, 공장식 축산 속 동물들이 더위에 집단 폐사한다. 녹색 시선으로 세상에 줄을 더 긋는다. 좌, 우에 있다는 늙은 정치인들은 석탄발전소와 국외 석탄 프로젝트, 토건사업 등 ‘기후위기 가해자’들에게 투자되는 예산을 승인하고 법을 만들며 표를 얻는다. 권력과 부를 재생산하기 위해 교육 시스템과 합법을 이용한다. 녹색 세상의 ‘아래’에 있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과 뭇 생명은 생존할 수 있다는 다른 문의 존재도 모른 채 각자도생의 삶으로, 삶으로 내몰리고 있다. 나는 이제야 알았다. 진짜 악의 이름은 좌도 우도 아니다. 수많은 아래를 갉아먹는, 그 끔찍한 불평등이다. 불평등한 세상에 갇혀 어쩌지도 못하고 살아야 하는 이 미친 세상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다시 열어 희망을 꺼내는 사람은 없을까. 저기, 상자를 열어젖힌 두 여성이 있다. 16살 그레타 툰베리, 39살 저신다 아던이다. 지난해부터 기후위기 속 공동의 생존을 요구하는 16살 그레타 툰베리가 지구 전체를 흔들고 있다. 그 파급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단체가 9월21일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행동을 통해 전체를 흔드는 툰베리를 넘어, 아래를 부여잡는 정치적 희망도 찾고 싶다. 뉴질랜드 총리 저신다 아던이다. 연합정부 파트너인 녹색당과 손잡고 테러에도 굴하지 않으며 지난 5월부터 ‘2050 탄소제로’ 입법을 추진 중인 국가 리더. 그 직후 서양의 현대화된 국가 중 최초로 국가 정책 목표로 국내총생산(GDP)이 아닌 행복 증진을 채택한 80년생 여성. 이 시대의 ‘위’들이 온실가스를 내뿜고 계급을 공고히 하는 경제구조를 신봉하고, 수많은 ‘아래’가 가난의 공포에 질려 정신 질환으로 미쳐가고 자살하고 있을 때, 아던 총리는 아래를 위한 행복 재정을 도입했다. 정신건강 증진, 아동 빈곤 개선, 마오리족과 남태평양 주민 보호, 국가 생산성 증진(연구 혁신 기업 지원과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 대응), 경제구조 전환 등에 예산을 쏟고 있다. 국제 뉴스들은 이런 행복 정책을 ‘가보지 않은 길’ ‘대전환’이라고 다루며 다른 국가들에 끼칠 영향력에 대해 분석했다. “이 거대한 사회 실험의 결과는 뉴질랜드 공동체뿐 아니라 세계 각국도 면밀히 관찰할 것이다. 실험 결과는 세계 각국이 시도하려는 의지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2019년 6월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 보도) 저기, 2003년생 그레타 툰베리와 1980년생 저신다 아던 총리가 희망을 꺼내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당신에게 묻는다. 상자에서 먼저 나온 불평등과 마주하는데, 좌우가 그렇게 중요한가? 개혁은 누구에게 희망을 주어야 하는가? 희망을 주지 않는 개혁은 진짜인가? 무엇이 진짜 가짜뉴스인가? 툰베리와 아던처럼 우리도 이제 진짜 희망을 꺼내야 하지 않을까. 저성장과 기후위기, 각자도생의 시대에 미쳐가는 모든 ‘아래’를 위한 희망 말이다. 2019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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