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미세먼지 기후변화 대책위원장 “역사책에는 단 한 줄도 나오지 않는 사람들, 이름이 아니라 노동자나 나무꾼, 상인이나 학생 등 일반명사로 나오는 사람들, 이 평범한 사람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자기 이름으로 불려야 합니다. 세계도, 국가도 ‘나’라는 한 사람으로 비롯됩니다. 일을 하고 꿈을 꾸는, 일상을 유지해가는 평범함이 세계를 구성한다는 것을 우리는 소중하게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범함의 위대함’ 기고문이 화제다. 취임 2년을 맞아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에 기고한 글이다. 문 대통령은 1980년 광주로 시작해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평범하고 위대한 주인공이었던 시민을 호명했고, 그 평범한 위대함을 계승하고 지키고자 광주형 일자리,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기후변화 대응, 한반도 평화 체계 구축 등으로 이어지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썼다. 기고문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글, 평화로운 소리였고, 소통과 협상을 강조하는 태도를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기고문을 통해 대통령의 시선을 읽는다. 촛불이 낳은 협상가는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만들어온 시민들의 항쟁과 불복종의 정신을 계승해 소통과 타협을 시도하는 현명한 지도자가 되었다. 저항의 현대적 가치는 감쪽같이 소통이 되었다. 정치적인 치환이다. 글에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공약했지만 기구를 만들어 공을 떠넘겼고 수많은 노동자가 여전히 투쟁한다는 것, 평범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던 이유인 반부패와 사회개혁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적히지 않았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7위이고 감축이 요원하여 독일과 스웨덴, 유럽 곳곳에서 거리로 나서고 있는 10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도 적히지 않았다. 광장을 떠나 다시 성실히 일하는 자들, 절차적 투명성도 갖춰지지 않은 테이블에 앉아 소통에 임하는 자들은 대통령에게 사회대통합을 이뤄나가는 도구가 되고, 거리로 나온 권력 없는 자들의 정당한 비판은 손쉽게 편집당한다. 대통령이 모르는 수많은 이름들이 이렇게 글로 인해, 말로 인해 철거당하고 있다. 묻고 싶다. 문 대통령은 평범하고 위대한 항쟁을 마음대로 끝낼 수 있는가? 85년생인 나는 광주를 책에서 배웠고 내가 겪지 않은 그때의 광주를 감히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2019년 제주는 말할 수 있다. 내가 아는 가장 평범하고 위대한 사람, 근현대사의 정신을 이어받은 사람은 지금 제주에 있다. 진경표. 서귀포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 ‘문재인 대통령의 핫라인’이 선거 슬로건이었던 전 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가 이사장을 맡은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그리고 제주도정에 맞서 항쟁을 벌이는 사람. 불법적 유원지 사업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건설로 12년 전 제이디시에 땅을 강제수용 당한 뒤, 돈 있는 자들만 향유하는 고급 주거단지는 시민 모두가 공유하는 유원지 건설 취지에 어긋난다고 제동을 걸고 결국 땅을 되찾은 사람. 5년간 소송비용으로 2990만원을 쓰고 이제 혼자서도 고소장과 기자회견문을 쓰는 사람. 다른 토지주들이 자신처럼 사비를 털어 토지 반환 소송을 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고 해당 도시계획에 대하여 무효고시 행정조처를 요구하는 사람. 어린이집에서 매달 109만원을 받는 기사 아저씨. 항상 아이들의 현장 체험학습에 동행하는 선생님. 진경표씨와 성난 민심은 수천억원대 유명 흉물이 된 이 단지를 도민 전체를 위한 진짜 유원지로 마저 짓거나 원상복구 하라는 상식적 요구를 하고 있다. 매일 1인시위 중인 그에게 제이디시와 제주도정이 시도하는 협상의 기술은 비루할 뿐이다. 대통령의 기고에서처럼, 평범한 일상을 가꾸고 작은 행동을 통해 큰 물꼬를 틀고 가장 평범한 위대함을 보여주고 있는 시민은 바로 진경표씨다. 나는 그의 이름을 문 대통령에게 건넨다.
칼럼 |
[고은영, 녹색으로 바위치기] 대통령이 알아야 할 이름, 진경표 |
녹색당 미세먼지 기후변화 대책위원장 “역사책에는 단 한 줄도 나오지 않는 사람들, 이름이 아니라 노동자나 나무꾼, 상인이나 학생 등 일반명사로 나오는 사람들, 이 평범한 사람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자기 이름으로 불려야 합니다. 세계도, 국가도 ‘나’라는 한 사람으로 비롯됩니다. 일을 하고 꿈을 꾸는, 일상을 유지해가는 평범함이 세계를 구성한다는 것을 우리는 소중하게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범함의 위대함’ 기고문이 화제다. 취임 2년을 맞아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에 기고한 글이다. 문 대통령은 1980년 광주로 시작해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평범하고 위대한 주인공이었던 시민을 호명했고, 그 평범한 위대함을 계승하고 지키고자 광주형 일자리,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기후변화 대응, 한반도 평화 체계 구축 등으로 이어지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썼다. 기고문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글, 평화로운 소리였고, 소통과 협상을 강조하는 태도를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기고문을 통해 대통령의 시선을 읽는다. 촛불이 낳은 협상가는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만들어온 시민들의 항쟁과 불복종의 정신을 계승해 소통과 타협을 시도하는 현명한 지도자가 되었다. 저항의 현대적 가치는 감쪽같이 소통이 되었다. 정치적인 치환이다. 글에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공약했지만 기구를 만들어 공을 떠넘겼고 수많은 노동자가 여전히 투쟁한다는 것, 평범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던 이유인 반부패와 사회개혁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적히지 않았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7위이고 감축이 요원하여 독일과 스웨덴, 유럽 곳곳에서 거리로 나서고 있는 10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도 적히지 않았다. 광장을 떠나 다시 성실히 일하는 자들, 절차적 투명성도 갖춰지지 않은 테이블에 앉아 소통에 임하는 자들은 대통령에게 사회대통합을 이뤄나가는 도구가 되고, 거리로 나온 권력 없는 자들의 정당한 비판은 손쉽게 편집당한다. 대통령이 모르는 수많은 이름들이 이렇게 글로 인해, 말로 인해 철거당하고 있다. 묻고 싶다. 문 대통령은 평범하고 위대한 항쟁을 마음대로 끝낼 수 있는가? 85년생인 나는 광주를 책에서 배웠고 내가 겪지 않은 그때의 광주를 감히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2019년 제주는 말할 수 있다. 내가 아는 가장 평범하고 위대한 사람, 근현대사의 정신을 이어받은 사람은 지금 제주에 있다. 진경표. 서귀포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 ‘문재인 대통령의 핫라인’이 선거 슬로건이었던 전 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가 이사장을 맡은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그리고 제주도정에 맞서 항쟁을 벌이는 사람. 불법적 유원지 사업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건설로 12년 전 제이디시에 땅을 강제수용 당한 뒤, 돈 있는 자들만 향유하는 고급 주거단지는 시민 모두가 공유하는 유원지 건설 취지에 어긋난다고 제동을 걸고 결국 땅을 되찾은 사람. 5년간 소송비용으로 2990만원을 쓰고 이제 혼자서도 고소장과 기자회견문을 쓰는 사람. 다른 토지주들이 자신처럼 사비를 털어 토지 반환 소송을 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고 해당 도시계획에 대하여 무효고시 행정조처를 요구하는 사람. 어린이집에서 매달 109만원을 받는 기사 아저씨. 항상 아이들의 현장 체험학습에 동행하는 선생님. 진경표씨와 성난 민심은 수천억원대 유명 흉물이 된 이 단지를 도민 전체를 위한 진짜 유원지로 마저 짓거나 원상복구 하라는 상식적 요구를 하고 있다. 매일 1인시위 중인 그에게 제이디시와 제주도정이 시도하는 협상의 기술은 비루할 뿐이다. 대통령의 기고에서처럼, 평범한 일상을 가꾸고 작은 행동을 통해 큰 물꼬를 틀고 가장 평범한 위대함을 보여주고 있는 시민은 바로 진경표씨다. 나는 그의 이름을 문 대통령에게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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