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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13 11:17 수정 : 2019.05.04 11:52

[토요판] 최태섭의 어른의 게임
④온라인 게임스토어 ‘스팀’

스팀(STEAM)은 게임이 아니라 온라인 게임스토어다. 하프라이프 등의 게임으로 명성을 얻은 게임제작사 밸브는 2003년 자사 게임들의 구매와 업데이트를 위한 온라인 스토어인 스팀을 론칭한다. 그러다 2005년 영국에서 개발된 인디게임을 등록한 이후로 대형 유통사들의 게임을 포함해 거의 대부분의 피시(PC)게임을 판매하는 사이트로 거듭난다. 237개 나라에서 21개의 언어로 서비스하며, 1억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스팀을 이용하고 있다.

오늘날의 스팀을 있게 한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게임의 구매와 관리가 간편하다. 게임에 대한 평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새로 나올 게임들을 앞서 플레이해볼 수도 있다. 각 게임의 도전과제 관리도 해준다. 게임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 기능도 지원한다. 하지만 스팀이 게이머들에게 명성을 얻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연쇄 할인마’라는 별명처럼 수시로 찾아오는 할인이다. 할인은 게이머들의 심리적 방어선을 처절하게 공략하고 지갑을 열게 했다. 실제로 할인의 폭과 매출 증가 사이에 매우 유의미한 관계가 있음이 자주 입증되었다.

다만 최근에는 스팀의 할인도 기세가 꺾였다. 스팀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대량의 할인행사를 벌이는 곳도 늘었다. 덕분에 스토어를 돌아다니며 할인 게임을 사냥하는 것이 또 하나의 게임처럼 여겨질 정도다. 동시에 게임을 구매해두고 플레이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늘었다. 스팀에서는 구매한 게임들의 목록과 플레이한 시간을 볼 수 있는데, 나의 경우에도 아직 깔지도 못한 게임이 대다수다. 가끔씩은 이것이 게임인가 숙제인가 고민하게 된다.

스팀의 순기능이라면 다양한 장르의 실험적인 게임들을 활성화시켰다는 점이다. 중소규모 개발사나 아마추어들로 하여금 유통의 걱정을 덜어주고, 정식 출시 전 선구매를 통해 부족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개발비 부담도 줄였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수수료로 판매대금의 30%를 가져간다. 실적에 따라서는 20%까지 할인해주기도 한다.(인센티브도 할인이라니!)

그런데 놀랍게도 최근 피시게임계의 단연 화제는 스팀의 독점적 지위가 아니라 ‘에픽 독점’이다. 스팀에 도전장을 내민 에픽 스토어가 수수료를 12%라는 파격적인 수준으로 낮추고, 게임 개발에 많이 사용되는 자사의 언리얼 엔진의 사용료도 면제해주겠다고 선언하면서 에픽 스토어를 통해서만 발매되는 게임의 목록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매체, 관계자, 유저들을 포함하여 험악한 말까지 오가는 논쟁이 한창이다.

에픽 독점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은 대체로 스팀에 익숙해진 이들이다. 에픽 스토어가 스팀에 비해 제공하는 기능이 너무 미약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동시에 오랜 시간 스팀을 통해 쌓아왔던 게이밍 히스토리들이 분산되는 것에 불만을 갖는 면도 있다. 스팀이 이용자의 다양한 정보들을 통계화하여 그 자체를 게이머들 간의 게임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이런 논란도 의미 없어질지 모른다. 얼마 전 구글에서 발표한 스태디아는 게임기도 고사양 피시도 없이 인터넷이 되는 모든 기기로 모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미래를 선보였다. 구글은 게임계에 무소유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인가? 중생이여 무엇을 고뇌하는가, 어차피 모든 것은 0과 1인 것을.

사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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