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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25 08:00 수정 : 2019.10.25 09:23

반달가슴곰 ‘들이’가 지난달 23일 강원 동해시 한 사육 곰 농장에서 생기 없는 눈으로 철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학대 속 도축되는 사육곰

반달가슴곰 ‘들이’가 지난달 23일 강원 동해시 한 사육 곰 농장에서 생기 없는 눈으로 철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 ‘들이’는 2014년 1월 강원도 동해의 한 사육 곰 농장에서 태어났다. 다섯살이 될 때까지 가로세로 2m의 우리 안에서만 생활했다. 녹색연합의 구조활동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9월 농장을 방문했을 때 ‘들이’는 우리 안을 빙빙 돌다가 철창을 붙잡는 반복적인 행동을 보였다. 좁은 우리에 갇힌 대부분의 곰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보이는 정형행동이다. 한참을 빙빙 돌던 ‘들이’는 우리 한쪽에 웅크려 앉아 생기 없는 눈으로 철창 밖을 바라보았다.

들이가 철창에 매달려 있다.

사육 곰은 1981년부터 웅담 채취 목적 등으로 수입이 시작됐다.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종인 곰에 대한 보호 여론이 높아지면서 1985년에 수입이 금지됐다. 사육 곰 개체 수는 2005년에 1454마리로 정점을 찍었고 2014년 시작된 사육 곰 증식금지 사업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남은 사육 곰은 479마리(2019년 6월 기준)다.

사육 곰 ‘들이(오른쪽)’와 구조되지 못한 다른 곰이 철창 밖을 보고 있다.

녹색연합은 지난해 9월부터 사육 곰 구출을 위한 모금활동을 벌여 석달 만에 목표액을 달성했다. 지난해 12월 ‘들이’와 같은 해에 태어난 ‘반이’ ‘달이’ ‘곰이’가 구출되어 청주동물원과 전주동물원에 보내졌다. 훨씬 넓고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진 곰사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홀로 남겨진 ‘들이’도 지난 9월 말 구출돼 ‘반이’와 ‘달이’가 사는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졌다.

녹색연합 활동가들과 청주동물원 수의사가 ‘들이’를 구출하고 있다.

구출된 사육 곰 4마리는 운이 좋은(?) 편이다. 국내 웅담 수요가 줄어들면서 많은 사육 곰 농장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수익이 나지 않으니 사육 곰들에게는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 사료나 잔반을 먹인다. 야생 곰들은 과일과 곤충, 꽃 등 다양한 먹이를 찾아 섭취한다. 현행법상 태어난 지 10년 이상 된 사육 곰은 웅담 채취를 위한 도축이 가능하다. 열악한 환경 속에 방치된 사육 곰들은 고통 속에서 살다가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들이’는 2024년 이후로 도축될 운명에서 벗어났다.

작년 12월에 먼저 구조된 ‘반이’와 ‘달이’가 증개축된 청주동물원 곰사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청주동물원은 기존 곰사의 시멘트와 철창을 걷어내고 약 2배 넓은 친환경적 곰사를 만들었다.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활동가는 “웅담 채취를 목적으로 곰을 사육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웅담 채취에 대한 비난을 받고 있다”며 “정부가 친환경적인 보호시설을 만들고 사육 곰을 책임지고 매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해/사진·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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