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26 08:28
수정 : 2019.07.2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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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 한 이주노동자 숙소. 움막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하고 앞에 설치된 간이화장실은 부서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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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농촌 이주노동자의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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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 한 이주노동자 숙소. 움막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하고 앞에 설치된 간이화장실은 부서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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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의 최고기온이 32.9도까지 올라가는 등 폭염이 이어진 지난 23일 경기 포천의 한 비닐하우스 농장 단지. 비슷한 규격의 비닐하우스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비닐하우스 안 온도는 40도를 넘나든다.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농장 주변에선 한국인보다 외국인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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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들이 비닐하우스에서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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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쯤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이 트랙터, 오토바이 등을 타고 퇴근을 했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비닐하우스 바로 옆 움막. 각 농장의 귀퉁이에는 이주노동자들이 기숙사로 사용하는 움막들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컨테이너와 가건물 등으로 지어졌고 더위를 막기 위해 시설물 위로는 검은색 차양막이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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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건물로 만들어진 이주노동자 숙소. 가건물 위로는 검은색 차양막이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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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길게 만들어진 가건물 안에는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조금만 서 있어도 등에서는 땀이 흘러내렸다. 가건물은 3.3~6.6㎡ 정도의 넓이로 나뉘어 각자의 숙소로 사용하고 있었다.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 ㄱ(38)씨의 숙소는 훨씬 더 열악했다. 움막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고 앞에 설치된 간이화장실은 부서져 있었다. 움막 안은 쓰레기장과 다름없었다. 농약통이 굴러다니고 온갖 쓰레기들과 두껍게 쌓인 먼지 사이로 ㄱ씨의 빨래가 걸려 있었다. 거실과 방 안에는 곰팡이가 퍼져 있었고 장판과 벽지는 울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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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쓰레기들이 쌓인 이주노동자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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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숙소에 농약통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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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는 2012년에 E9 취업비자를 받고 한국에 왔다. 비자 갱신을 위해 잠깐 네팔을 갔다 온 기간을 빼고는 7년 동안 한 농장에서 일했다. 아침 6시에 일을 나와 저녁 6시에 퇴근하는데 휴식시간은 점심시간 30분이 유일하다. 휴일은 한 달에 이틀. 농촌은 근로기준법 적용이 되지 않는다. ‘농축산업 근로자들은 근로시간·휴일·휴게에 관한 조항 적용에 예외로 둔다’라는 근로기준법 63조 때문이다. 네팔에 돌아가서 낙농업을 하고 싶어 하는 ㄱ씨는 1년여 전부터 농장주에게 사업장 변경 동의서를 써달라고 요구를 하고 있지만 농장주는 대체인력, 농번기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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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의 비닐하우스 단지. 대부분 시설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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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숙소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사업장을 마음대로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고용허가제’ 때문이다. 농장주의 허가 없이는 비자 연장과 사업장 변경을 하지 못한다. 포천이주노동자상담센터 김달성 목사는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와 근로기준법 예외 조항 때문에 현대판 노예 같이 일을 하고 있다. 성추행, 폭언 등에 노출돼도 제대로 하소연도 못한다”며 “농장주에게 절대적인 힘을 부여하는 고용허가제는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려운 농촌의 현실과 경직된 제도가 인권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었다. 포천/사진·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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