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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22 09:21 수정 : 2019.03.22 09:35

백사마을에서 구조된 유기견과 새끼들이 경기 고양시 능곡동 ‘고양시 유기동물 거리입양 캠페인’(고유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고양/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백사마을 유기견들

백사마을에서 구조된 유기견과 새끼들이 경기 고양시 능곡동 ‘고양시 유기동물 거리입양 캠페인’(고유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고양/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울의 마지막 남은 달동네인 노원구 중계동 ‘백사(104)마을’. 도시 재개발로 사람들이 모두 떠난 마을엔 유기견들이 넘쳐난다. 생활이 넉넉하지 않은 원주민들이 새로운 곳으로 삶의 터전을 이동하면서 반려동물까지 데려갈 여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중성화되지 않은 유기견들이 근처 야산이나 폐가에서 번식해 마릿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사람의 손에서 벗어난 유기견들은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폐가에서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채 새끼를 낳아 기르던 검둥이가 동물구조단체 사람들에게 구출된 것은 그나마 천운이었다.

유기견들이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한 폐가 쓰레기 더미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유기견들이 먹이가 놓인 포획틀로 들어가고 있다.
포힉틀에 갇힌 유기견이 사람을 경계하고 있다.
임영기 동물구조119 대표와 김성호 한국성서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과)가 포획틀을 놓고 구조에 안간힘을 쓰지만 이미 한번 사람들에게서 버림받은 유기견들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다른 곳에 설치된 포획틀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유기견이 먹이를 먹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 차단막이 내려가고 갇힌 개가 당황해서 짖는 소리가 들리면 임 대표와 김 교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김성호 한국성서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과)가 구조한 유기견을 옮기고 있다.
구조한 유기견은 어렸을 때 묶인 것으로 보이는 목줄이 목을 심하게 죄고 있다. 목의 상처가 심해 썩은 냄새가 난다. 임 대표는 “유난히 경계심이 많고 사람이 다가가면 도망을 가서 구조하기 힘들었다. 경계심을 늦추기 위해 며칠 동안 가까이 가지 않고 먹이와 물만 놓고 왔다”며 “목줄에 고통스러워하던 유기견을 구조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임영기 동물구조119 대표가 ‘고양시 유기동물 거리입양 캠페인’(고유거)에서 구조한 유기견의 상처를 보여주고 있다. 어릴 때 버려진 이 개는 목줄에 눌려 살이 썩어가고 있었다.

동물구조119는 지역 주민, 시민단체, 동물보호단체들과 함께 지난 1월부터 백사마을 폐가와 야산을 떠돌던 유기견 구조활동을 해 32마리를 구해냈다. 구조된 유기견들은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고양시 유기동물 거리입양 캠페인’(고유거)으로 보내져 치료와 사회화 교육을 받고 입양된다.

고유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유기견들. 치료와 사회화 교육을 받은 유기견은 대부분 해외로 입양된다.
김 교수는 “재개발이 진행되는 곳에서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반려동물을 쉽게 사고 쉽게 키우면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부가 무분별한 반려동물 거래를 막고 구조활동과 중성화 수술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19년 3월 22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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