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28 11:10
수정 : 2018.12.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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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하점면 창후리 선착장 한 어판장에서 바다에서 건져낸 새우와 물고기에서 비닐과 플라스틱을 골라내고 있다. 12월부터는 비닐봉지가 사람 손으로는 골라내기가 버거울 정도로 많이 나와 선풍기의 강한 바람으로 날려서 분리를 하고 있다. 강화/김봉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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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 가득 잡고 보니…물고기 반, 폐비닐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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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하점면 창후리 선착장 한 어판장에서 바다에서 건져낸 새우와 물고기에서 비닐과 플라스틱을 골라내고 있다. 12월부터는 비닐봉지가 사람 손으로는 골라내기가 버거울 정도로 많이 나와 선풍기의 강한 바람으로 날려서 분리를 하고 있다. 강화/김봉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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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도 트지 않은 새벽, 강화도 앞바다의 새우잡이 6.29톤 어선인 창미호 갑판 위로 새우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쳐놓은 그물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물을 펼친 선원들은 처음 겪는 일이 아닌 듯 능숙한 솜씨로 큼직한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손으로 걸러내었다.
커다란 비닐을 얼추 걸러낸 뒤 내용물들은 어판장이 있는 뭍으로 옮겼다. 건물 안에선 영하의 날씨에도 대형 선풍기가 최고 속도로 돌아갔다. 산더미처럼 쌓인 비닐쓰레기 안에서 물고기와 새우를 분리하기 위해서다. 바다에서 건져낸 수확물을 선풍기 앞에 쏟아부으면 무게가 나가는 물고기와 새우는 밑으로 떨어지고 비닐은 선풍기 바람에 날리면서 분리됐다.
그날 이 배가 바다에서 끌어올린 그물에는 ‘물고기 반 폐비닐 반’이었다. 이곳에서 14살부터 고기잡이배를 탔다는 박동팔 선장은 “수온이 떨어지는 겨울이 되면 바닥에 있던 비닐류 쓰레기들이 새우나 물고기보다 몇배 더 많이 올라온다. 수협에서 나눠주는 해양쓰레기 봉지에 담아서 제출하면 무게를 달아서 돈으로 지급하고 있지만 예산 집행이 끝나가는 연말에는 그마저도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사람들이 바다에 버린 해양쓰레기가 워낙 많아서 어민들 힘으로만 바다를 치우기엔 역부족이다. 한 사람이 일년 동안 420장의 비닐봉지를 소비한다고 한다. 건져 올린 그물에 가득히 담긴 폐비닐은 썩지 않는 쓰레기가 결국은 돌고 돌아 우리의 식탁을 점령할 것이라는 암울한 경고다.
강화/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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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28일치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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