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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23 10:44 수정 : 2018.11.23 10:53

국일고시원 화재 생존자 이아무개씨가 새로 옮긴 고시원에 누워 있다.

종로 고시원 화재 생존자

국일고시원 화재 생존자 이아무개씨가 새로 옮긴 고시원에 누워 있다.
자정에 잠이 든 이아무개(63)씨는 지난 9일 새벽 3시쯤 화장실에 다녀와서 다시 잠이 들었다. 새벽 5시가 조금 넘었을까? 갑자기 잠결에 ‘우지끈’하면서 벽이 무너지는 소리에 놀라 문을 열었다. 벌어진 문 사이로 시커먼 연기가 순식간에 방 안으로 밀어닥쳤다. 메케해진 연기 사이를 헤집으며 비상계단을 통해 탈출하려고 했지만 비상구를 찾을 수 없었다. 연기 때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창문을 찾았다. 3층에 살고 있던 이씨는 창문 밖으로 난 가스관을 잡고 내려갔고 다급한 마음에 2층에서 뛰어내려 간신히 살아났다.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에서 이씨는 그렇게 운 좋게 살아남았다.

국일고시원 화재현장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조화와 글귀가 쌓여 있다.

국일고시원 화재 사고 생존자들이 새로 옮긴 고시원 옥상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5년 전부터 혼자 살아온 이씨는 10여년 동안 노숙인 쉼터를 전전했다. 3년 전부터 국일고시원에 거주하고 있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이씨는 허리(협착증)가 아파 일을 못 하는 상황이다. 화재 당시 놀라 속옷 차림으로 탈출했다. 이씨는 “주민센터에서 구호키트라고 나눠줬는데 플라스틱 상자에 양말 4켤레와 라면, 칫솔 정도만 들어 있어 당장 겨울을 날 옷이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하소연했다. “쪽방촌 사람들은 각자 처지가 다 비슷해요. 다 어렵게 지내고 있습니다. 기초수급대상자로 선정되어도 임대주택에 당첨되는 것은 로또나 다름없죠. 이 곳을 나서면 바로 노숙자가 됩니다.”

이씨는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화재 현장에서 불과 100m 떨어진 또 다른 고시원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지친 육신을 눕혔다.

이씨가 고시원 복도를 걷고 있다.
속옷 차림으로 화재현장에서 탈출해 구호물품을 제외한 이씨의 짐은 거의 없다.
사진·글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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