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28 07:04
수정 : 2018.09.2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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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관찰 청소년들이 경기 양평 국립산음자연휴양림에서 나무 오르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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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관찰 청소년 산림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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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관찰 청소년들이 경기 양평 국립산음자연휴양림에서 나무 오르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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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가을 날씨를 보인 13일 경기 양평 국립산음자연휴양림의 고즈넉한 산길. 8명의 청소년 무리에서 “하기 싫어요”, “안 할래요”와 같은 부정적인 말과 비속어들이 나온다.
사회적협동조합 ‘숲이 좋아’ 박재성 산림치유지도사는 아이들에게 나뭇잎을 건네면서 “이 나뭇잎 냄새 맡아봐요. 향긋한 냄새가 나지 않아요?”라고 다시 권한다. 계속된 권유에 몇 명의 아이들이 냄새를 맡아보고 퉁명하게 ‘소나무’, ‘단풍나무’, ‘느티나무’ 등 나무 이름을 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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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산길을 따라 느리게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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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보호관찰을 받는 청소년들이다. 오토바이 무면허 운전, 절도, 학교폭력 등으로 보호관찰 4~5호 판결을 받았다. 법무부와 산림청에서 위탁을 받아 ‘숲이 좋아’에서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 보호관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숲과 나무, 산길, 계곡은 낯선 곳이다. 나지막한 오르막만 나타나도 “선생님, 힘들어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산림치유지도사들은 아이들을 채근하지 않는다. 프로그램을 설계한 김인옥 산림치유지도사는 “도시에서 긴장된 감정을 이완시키고 숲이 주는 치유를 느꼈으면 한다”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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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조각에 미래 희망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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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관찰 청소년이 경기 양평 국립산음자연휴양림에서 나무 오르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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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오르기를 마친 뒤 아이들은 나무 사이에 해먹을 걸고 누웠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하릴없이 시간을 죽이던 아이들이 손을 움직여 햇빛을 만졌다. 해가 지자 깔게 하나만 들고 불빛 하나 없는 숲길에 들어섰다. 20~30m 간격으로 홀로 자리를 잡았다. 30여분을 홀로 보내는 ‘나이트워크’ 프로그램이다. 최아무개(18)군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별만 보았다. 조금 무섭기는 했지만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1박 2일의 짧은 프로그램을 마친 보호관찰 청소년들은 숲과 연관된 단어로 ‘편안함’, ‘자유’, ‘생명’, ‘녹색’ 등을 꼽았다. 삭막한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숲의 치유를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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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사이에 건 해먹에 누워 햇빛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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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호관찰 청소년이 빛이 하나도 없는 산길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나이트워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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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워크’를 마친 참가자들이 소감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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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 양평/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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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28일자 <한겨레>13면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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