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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25 11:24 수정 : 2018.05.25 11:39

비무장지대 안 남북 민간인 마을, 작은 평화를 꿈꾼다

새벽녘에 하늘과 땅을 울리는 천둥소리가 깊은 밤을 깨우고 번쩍이는 번개가 어둠을 갈랐던 지난 20일 서부전선 한 야산을 올랐다. 찔레꽃은 만발하고 민들레 갓털은 비상을 준비하며 눈부시게 빛났다. 헉헉거리며 산 정상에 올라서니 눈앞의 시계는 북쪽의 38선을 넘고 개성을 지나 송악산까지 시야가 펼쳐졌다.

남쪽의 태극기와 800m 건너편 북쪽의 인공기가 봄바람에 휘날리고, 뒤편으로 1번 국도가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 최북단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유일한 남과 북 민간인 마을의 모습이다. 남쪽은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의 대성동 자유의 마을이고, 북쪽은 개성특급시 평화리의 기정동 평화촌 마을이다. 분단의 현실을 가장 가까이서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1951년 10월 정전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리게 되면서 판문점 근처에 있는 대성동과 기정동 두 마을은 군사분계선상에서 유일하게 전투 지역에서 제외되었다. 이에 따라 두 마을에서는 민간인들의 거주가 가능했다. 그 뒤 1953년 7월 정전협정 때 남과 북 비무장지대에 각각 1곳씩 민간인 마을을 두기로 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성동 마을 중심엔 99.8m 높이의 국기 게양대가 있고, 바로 맞은편 북쪽 기정동 마을엔 160여m의 인공기 게양대가 세워져 있다. 사진 오른쪽으로 어렴풋하게 보이는 도로는 황해북도 개성특급시와 평양직할시를 잇는 ‘평양개성간고속도로’다. 이 도로는 남쪽 목포에서 북쪽의 신의주까지 연결되었던 전체 길이 약 1068㎞의 1번 국도와 개성 끝부분에서 합류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이 도로를 이용해 평양까지 갔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 이 땅에서 전쟁을 없애자고 했다. 통일에 앞서 판문점을 이웃하며 분단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남쪽의 대성동과 북쪽의 기정동 마을부터 작은 통일(자유왕래)을 이뤄, 언제든 이곳을 통해 편지가 오가고 이산가족이 만날 수 있는 명실상부한 평화공존의 마을이 되길 꿈꿔본다. 찔레꽃 향기가 가득한 봄을 한반도가 맞이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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