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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11 09:50 수정 : 2018.05.11 16:17

구두를 만든 지 이제 곧 40년. 올해 예순을 맞은 구두장이의 손이다. 고된 작업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구두장이의 손은 참으로 서러운 운명인 듯하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장인의 가치는 외면한 채 명품만 떠받들던 회사
‘사장님’ 노동자 파업 농성 끝 11일 새벽 2시 노사합의 조인식

구두를 만든 지 이제 곧 40년. 올해 예순을 맞은 구두장이의 손이다. 고된 작업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구두장이의 손은 참으로 서러운 운명인 듯하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올해 그의 나이 예순. 구두를 만든 지 이제 곧 40년이다. 서른 즈음 공장에서 구두를 만들다 프레스 기계에 눌려 가운뎃손가락이 잘렸다. 어디 그뿐이랴. 납작해진 엄지손가락, 칼날이 돌아가는 기계에 깨져버린 손톱까지. 구두장이의 손은 참으로 서러운 운명인 듯하다.

‘탠디' 구두를 만드는 제화노동자들이 지난달 26일부터 본사 3층에서 공임 단가 2000원 인상과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점거농성 중이다. 백화점에서 30만원에 팔리는 구두 한 켤레를 만들면 제화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6500~7000원. 8년 동안 꿈쩍하지 않았다. 탠디는 20곳의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고 구두를 만든다. 그 중 다섯 공장이 이번 파업에 동참했다. 노동자들은 탠디의 직원이 아니라 개인업자 ‘소사장'이다. 하지만 허울 좋은 직함일 뿐, 탠디의 지시로 그 회사 구두만 만들어도 4대 보험은 물론 퇴직금 한 푼 없다. 본사에 밉보이기라도 하면 일감도 줄어든다. 일이 많을 때는 새벽에 출근해 새벽에 퇴근하고, 일이 없을 때는 자동 무급휴가로 이어진다. 노동하는 사장님의 권리는 ‘특수고용'이라는 요상한 단어 아래 묶여버렸다.

정기수 탠디 대표는 “장인정신으로 명품구두 만든다”고 자랑해왔다. 제화노동자들도 자신이 직접 만드는 구두에 자부심을 느꼈을 것이다. 딸의 결혼식 날 아침까지 구두를 만들고 혼주석으로 달려갔던 구두장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장인정신에 자본이 매긴 가격은 7천원. 농성중인 창밖으로 내민 노동자의 발은 헐벗은 채였다. 장인의 가치는 외면한 채 명품만 떠받드는 세상. 장인을 존중하지 않는 회사가 어찌 명품을 만든다고 말할 수 있을까. 노동자라도, 사람이 먼저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덧붙임〉 11일 새벽 2시 탠디 본사에서 점거농성 16일 만에 노사 합의서를 작성하고 조인식을 열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납품가 공임단과는 저부와 갑피 각각 1300원 인상, 특공비 가능

△정당한 사유 없이 일감 축소로 제화 조합원을 차별하지 않음

△노조, 하청업체와 근로조건, 일감의 양, 공임단가, 사업자등록증 폐지 등을 결정하는 협의회를 상·하반기 각각 1회 이상 반드시 개최

△2018년 4월 4일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일로 제기한 민형사 소송을 쌍방 취소하며 앞으로도 제기하지 않음 등

탠디는 20여 개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어 구두를 생산한다. 그 중 다섯 곳 공장의 제화공들이 공임단가 인상과 직접 고용을 촉구하며 4월 6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달 16일 오후 파업 중인 서울 관악구의 한 제화공장 작업대에 부자재들이 놓여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멈춘 공장에 한 노동자가 뒷짐을 진 채 서 있다. 공장의 시간도 멈춘 듯하다. 박종식 기자

제화공장 작업대에 완성되길 기다리는 여성화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박종식 기자

노동자의 날인 1일 오전 서울 관악구 탠디 본사에서 점거 농성중인 한 제화 노동자가 검게 먼지가 묻은 발을 창밖으로 내놓은 채 밖에서 진행중인 탠디규탄집회를 바라보고 있다. 백소아 기자

2018년 5월 11일자 15면- 사진기획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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