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3.16 10:13 수정 : 2018.03.16 10:34

서남대 폐교 이후

학생들이 떠나자…

9일 폐교된 전북 남원 광치동 서남대학교 캠퍼스에 지나가는 학생과 교직원이 보이지 않는다. 남원/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3월 첫 주의 대학 캠퍼스는 꿈과 낭만을 상징한다. 따뜻한 봄기운과 새내기들의 활력이 만나 생동한다.

여기도 3월 첫 주의 대학 캠퍼스다. 그러나 ‘유령도시’를 재현한 영화 세트장 같다.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운동장 기기들은 녹슬거나 파손됐다. 강의실 칠판에는 학생들의 것으로 보이는 뜻 모를 낙서만 남아 있다. 지난 2월28일 폐교된 서남대의 전북 남원 캠퍼스다.

9일 전북 남원 광치동 서남대학교 공학동 토질실험실. 남원/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9일 전북 남원 광치동 서남대학교 공학동 토질실험실 . 남원/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9일 북 남원 광치동 서남대학교 운동장 시설물들이 방치돼 있다. 남원/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암흑이 찾아왔다

9일 전북 남원 서남대학교 앞 율치마을 상가. 학교가 폐교되면서 상가들이 대부분 폐업했다. 남원/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캠퍼스 바깥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상가의 셔터는 대부분 내려가 있었다.

서남대 후문 쪽에서 1996년부터 중국집을 운영해온 김용태(59)씨는 좋았던 시절부터 입에 올렸다. “학교가 한창 성장하던 90년대만 해도 장사가 잘됐어. 2000년대 초반에는 이 주변에만 레스토랑 3개와 당구장 9개가 있었지.” 94년부터 ‘명일 원룸’을 운영해온 최용기(74)씨는 “처음엔 방이 모자랐다”고 했다.

학교 주변은 바람과 함께 일어섰으나 바람보다 빨리 누웠다. 중국집 김씨는 “10년 전부터 학생 수가 줄면서 4~5년 전부터 상가들이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돌이켰다. 지금 후문 쪽에서 영업하는 가게는 김씨의 중국집과 폐업을 앞둔 슈퍼마켓뿐이다. 명일 원룸 최씨는 “2010년쯤부터 방이 전혀 나가지 않았고, 3년 넘게 가스 검침을 한번도 하지 않은 집들이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9일 전북 남원 서남대학교 후문 율치마을에서 ‘명일 원룸’을 운영하고 있는 최용기(74)씨가 8년 공실로 남아있는 방을 보여주고 있다. 최씨는 서남대 후문 쪽에서 94년부터 11개의 원룸을 운영했다. 2010년부터는 방이 거의 공실로 남게 됐다. 남원/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9일 전북 남원 서남대학교 후문 쪽 율치마을 상가. 학교가 폐교되면서 상가들이 대부분 폐업했다. 남원/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9일 전북 남원 서남대학교 후문 율치마을 원룸 문에 가스 검침표가 붙어있다. 지난 2016년부터 27개월 동안 한번도 검침이 안됐다. 남원/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9일 전북 남원 서남대학교 후문 쪽 율치마을 원룸. 학교가 폐교되면서 대부분의 원룸들이 폐업했다. 남원/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남대는 1991년에 이학계열 5개 학과와 공학계열 5개 학과로 전북 남원의 농촌지역에서 개교했다. 1995년에는 의과대학이 생겼다. 성장기는 길지 않았다. 설립자 이홍하씨가 333억원의 교비를 횡령해 부실 사학으로 전락했고, 학생 수도 급락했다. 2015년 대학구조조정 평가에서는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았고, 지난해 12월 교육부로부터 ‘18학년도 학생 모집 정지와 동시에 대학 폐쇄 명령’을 받았다. 3년 동안 급여를 받지 못한 교직원들은 실직자가 됐고, 학생들은 다른 학교들로 편입학했다.

9일 폐교된 전북 남원 광치동 서남대학교 본관 입구에 교시와 학교 앰블럼이 놓여 있다. 남원/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IMAGE11%%]

[%%IMAGE12%%] 서남대 폐교는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입학정원 축소가 불가피하다. 비리 사학일수록 버티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학교가 문을 닫으면 대학을 품은 지역사회도 무너진다. 서남대 안팎의 풍경은 여러 지역사회의 미래를 일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남원/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IMAGE13%%]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이순간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