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01 10:36
수정 : 2017.09.01 12:40
공장식 산란농장 vs 방사형 산란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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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김제 공장식 산란계 농장
A4용지 한장도 안 되는 면적
친환경 약재도 써 보지만
산란기 1년반 동안 ‘병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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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김제의 한 공장식 산란계 농장 케이지 안에서 닭이 물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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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식 축산을 하는 이 농장은 닭 5만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닭은 달걀을 낳을 수 있는 1년 반 정도의 생애를 A4용지 하나도 안 되는 면적의 철제 케이지에서 산다. 분뇨는 케이지 밑으로 떨어지고 롤러가 한쪽으로 모은다. 생산된 달걀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집하장으로 모인다. 달걀은 크기에 따라 전자동으로 분류되고 농장의 코드가 찍혀 상자에 담긴다. 살충제 달걀 파동 뒤 한판에 5000~6000원 선에서 거래되던 달걀은 4000원 선까지 떨어졌지만 사는 사람이 없다. 살충제 달걀 사건이 발생하고 난 뒤, 달걀 소비가 줄어들면서 지난 25일 기준으로 달걀 20만여개가 재고로 쌓였다.
진드기, 전염병 등은 닭의 활동량이 줄어드는 겨울철에 많이 발생한다. 농장에서는 살충제를 뿌리지 않고 해충을 퇴치하기 위해 친환경 약재도 사용하지만 별다른 효과를 얻지는 못했다. 체온이 39도에 이르는 닭을 좁은 공간에 밀집 사육하기 때문에 해충과 전염병에 취약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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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으로 공급되는 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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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으로 분류되는 달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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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닭은 A4용지 한장보다 작은 곳에서 평생을 보낸다. 배설물은 아래로 떨어지고 생산된 달걀은 경사면을 따라 컨베이어벨트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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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
황토에 왕겨·석회 섞인 바닥
진드기·전염병 걱정 없어
어두운 터널 설치 ‘순산’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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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랑 동물복지 농장에서는 수탉 한마리당 암탉 15마리의 비율로 사육된다. 흰색 수탉과 갈색 암탉이 홰에 올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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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을 풀어놓고 키우는 전북 익산의 참사랑농장에는 닭이 5000마리 있다. 황토에 왕겨, 석회 등 8가지 물질을 섞어 깔아놓은 바닥에서 닭을 키운다. 높은 곳에 올라가는 본성을 지닌 닭을 위해 홰를 설치했다. 축사 가장자리를 따라 터널을 설치해 닭이 제 습성대로 어두운 곳에서 달걀을 낳도록 했다. 분뇨는 따로 치우지 않는다. 바닥의 물질과 섞여 자연스럽게 발효된다. 생산된 달걀은 축사를 돌면서 손으로 직접 수거하고 분류한다. 달걀은 인근 급식센터에 한판당 9천원에 공급된다. 일반인에게는 택배로 반판(15개)에 6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살충제 달걀 사건이 일어난 뒤, 평소보다 택배 주문 물량이 3배 늘었다. 생산된 달걀을 모두 그날 출하하고 있다. 참사랑농장은 진드기나 전염병을 걱정하지 않는다. 병든 닭을 위한 관리사만 있을 뿐이다. 닭이 사육되는 90주 동안 황토와 왕겨를 추가로 공급해서 닭이 스스로 모래목욕을 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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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들이 축사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다. 축사 안에서 자연스럽게 교미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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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바닥에는 황토와 왕겨, 석회 등 8가지 성분을 섞어 깔아둔다. 바닥에 떨어진 배설물은 자연스럽게 발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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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안 가장자리에 설치된 어두운 터널에 갓 낳은 달걀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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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달걀 사건이 터지면서 공장식 축산에 대한 문제점이 여기저기서 지적되고 있다. 동물복지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도 점점 높아진다. 동물복지 농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공장식 농장보다 더 넓은 땅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참사랑 동물복지 농장 유소윤 대표는 “정부와 농장, 소비자 모두가 먹거리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동물도 사람처럼 정신병을 앓는다. 동물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산 김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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