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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12 11:38 수정 : 2017.05.12 12:05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는 민심

김복동(오른쪽) 길원옥 할머니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길 할머니의 손글씨체로 ‘우리 함께 다시 시작’하자는 글귀가 쓰인 나비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비극적인 근현대사의 피해자를 넘어서서 할머니들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 진실을 알리고, 세상에 참된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투쟁하는 평화운동가로 거듭나고 있다.

촛불 혁명은 장미대선으로 이어져 국민은 새 대통령을 선출했다. 우리는 그와 함께 역사의 새 장을 열어 이제 첫걸음을 내딛지만, 이 세상 모든 처음에 쏟아지는 축복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가 새로이 시작해야 하는 현실은 처참하다.

양극화와 경기침체로 국가 경제는 곤경에 빠져, 이제 청년들은 다시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갈 판이다. 그나마 취업에 성공해 노동자가 된다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아 노동자의 권리라는 파업은 언감생심, ‘박근혜 퇴진’을 외치다 구속돼 1년이 넘도록 옥고를 치르고 있는 저 노조 위원장의 처지를 보라. 문화계도 형편은 다르지 않다. 지난달 16일 서울 혜화동에서 11년간 소극장 연극의 메카로 자리매김해온 ‘게릴라극장’은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다. 이 극장을 운영해온 연희단거리패와 이윤택 예술감독은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를 통해 블랙리스트에 의한 지원배제가 확인된 대표적 문화예술계 단체와 인사다.

자연으로 눈을 돌려보아도 지난 10년 사이, 4대강의 강줄기를 막아선 거대한 보들은 생명의 근원인 물을 죽게 만들어 푸른 강물을 초록색으로 바꾸는 흑마술을 부렸다. 국가 안보를 위함이라며 부패한 정권 끝자락 떠안은 사드는 어느 쪽으로도 물러설 수 없도록 꽉 막힌 독 안에 한반도를 가뒀고, 최악의 외교 참사로 일컬어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까지 무엇 하나 바로잡기에 만만해보이는 곳이 없다.

고대 그리스극에서는 사건 진행 과정이 도저히 해결될 수 없을 정도로 꼬여 파국 직전에 이르렀을 때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무대에 등장시켰다. ‘기계 장치의 신’이라는 뜻에 걸맞게 그 초월적 존재는 무대의 꼭대기에서 기계 장치를 타고 내려와 맥락과 관계 없이 뜬금없는 기적을 베풀어 상황을 정리했다. 우리도 그런 존재가 간절할만큼 절박한 상황이지만 우리는 살고 있는 지금 이곳은 고대 그리스가 아니요, 우리가 뽑은 대통령도 초인이 아니다.

하여 우리가 기억해야할 2017년 5월의 영점을 사진으로 톺아보았다. 모든 절망이 튀어나온 뒤에도 판도라의 상자 맨 밑바닥에 남아있었다는 희망을 부여 잡고 다시 시작해야할 지금, 여기.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함께 걸어갈 출발선이다. 글·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오프 대학로의 중심” 또는 “소극장 연극의 메카”로 불렸던 이윤택 예술감독의 ‘게릴라 극장’(대표 김소희)이 끝내 블랙리스트를 넘지 못하고 폐관했다. 문 닫은 이튿날인 지난달 16일 오전 연극쟁이들이 무시로 드나들었을 이곳에는 먼지 쌓인 홍보물과 벽보만 남았고, 구석 버려진 예술가의 빈 의자에는 볕이 들지 않았다. 거리패뿐 아니라 다른 극단·작가·연출가에게 문호를 개방해 모두 216편의 작품이 이 무대를 통해 세상과 교감했고, 돈이 없는 극단에게는 대관료 대신 수익의 절반만 받고 극장을 빌려주기도 했지만 이 예술감독 등이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여파 등으로 각종 지원금이 끊기고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문을 닫고 말았다. 연희단거리패는 명륜동에 새 공간 `30스튜디오'를 꾸며 난공불락의 아지트를 만들겠다 강조했다.

고용노동부가 구직자들에게 해외 취업 기회를 주고자 마련한 ‘2017 글로벌 취업상담회’가 11일 오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려 현장을 찾은 한 청년 구직자가 취업 정보를 살펴보다 어깨를 펴고 있다.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며 1년 먼저 촛불을 들었다는 이유로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구속됐다.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그에게 법원은 1심에서 징역 5년,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노동자에게 법과 권력은 늘 준엄했다. 위원장의 부재는 지금 우리 노동 현장의 상징 같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위원장실 빈 책상 위에 그가 입던 조끼와 머리띠가 주인을 기다리듯 가지런히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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