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2.29 17:16
수정 : 2016.12.29 21:46
서울 종로구 창신동 651-30번지. 봉제공장들이 빼곡히 들어선 좁은 골목길, 여기 저기 달려나오는 오토바이를 피해 걷다보면 막다른 골목길 한 구석에 자리잡은 `한울삶'이 나타난다. 이곳은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의 사랑방이다. 문을 열면 벽마다 엄혹한 시절 고문에 굴하지 않고, 또 분신과 투신으로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기꺼이 삶을 바친 105분 열사들의 영정이 이어진다. 세월의 흔적이 이 집과 사진 위에 뿌옇게 쌓였어도 그 속 열사의 얼굴은 서럽게도 청춘의 그 때에 멈춰 있다. 2017년은 87년 민주항쟁 30돌이 되는 해다. 새해를 앞두고 그 앞에 머리 숙여 서른 개의 초를 켠다. 지금 우리가 광장을 촛불로 밝히며 이 땅의 주인이 국민임을 외칠 수 있는 건, 민주화의 초석으로 기꺼이 그 한 몸 던진 이들의 숭고한 희생 덕분일 터. 그 때로부터 지금까지 어렵게 지켜온 민주주의의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2017년 촛불은 다시 광장을 밝힐 것이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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