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2.02 09:31
수정 : 2016.12.02 09:35
산봉우리 봉화대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마을에서 마을로 소식을 전하던 시절이 있었다. 오늘날 사람들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은 시민들이 정보를 주고받으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강력한 무기다. 박준영 변호사(아래쪽 큰 태블릿 속 사진)는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형사사건 재심을 이끌어내고, 올해 삼례 3인조 강도치사 사건과 익산 약촌 오거리 사건 등의 변호를 맡아 힘없고 억울한 피해자들의 누명을 벗겨냈다. 그러나 옳은 일이되, 돈 되는 일은 아니었다. 사실상 파산 직전에 몰린 그가 박상규 기자와 함께 마지막 희망으로 소셜펀딩에 자신의 이야기를 올렸다. 어렵게 내민 손 무안하지 않게 덥석 잡아준 시민들이 그를 ‘파산 변호사’, ‘바보 변호사’ 대신 ‘시민 변호사’로 임명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석달 동안 진행된 스토리 펀딩 ‘하나도 거룩하지 않은 파산 변호사’에는 11월11일까지 1만7천여명이 참여해 총 5억6236만여원의 성금을 모았다. 박준영 변호사는 펀딩 참여자들에 대한 답례로 이달까지 수원, 전주, 부산에 이어 2일 광주, 17일 서울을 찾아 토크콘서트를 이어간다. 위 사진은 11월18일 전주 콘서트에서 이번 기획기사 취지에 동의해 기꺼이 얼굴을 공개해준 시민들의 ‘인증샷’을 한 장에 담은 컷이다. 아직 정정한 폴더폰과 깨지고 손때 묻은 각양각색의 스마트폰들은 저마다 권리만 주장하는 허울뿐인 민주주의가 아니라 참된 주인의식으로 공동체 구석구석을 살펴가는 이들의 인장 같다. 이들이 엮어가는 네트워크가 우리 사회 또 하나의 안전망일 터. 그리하여 다시 가슴에 새긴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전주/이정아 김명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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