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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1 09:46 수정 : 2007.06.21 15:45

‘근육병’ 아들과 아버지 국토종단

부산에서 서울까지 한여름의 아스팔트길을 걷는다. 발을 떼기도 힘든 고역의 길이다. 하지만 이들에겐 희망이자 연대의 길이다.

근육이 점점 힘을 잃어가는 ‘근이영양증’을 앓는 배재국(11·대전 옥계초교 3년)군이 아버지 배종훈(41)씨와 함께 경남 산청에서 함양으로 이어진 3번 국도를 걷고 있다. 재국군이 아버지에게 묻는다. “아빠, 오늘 저녁은 뭘 먹어요?” 배씨가 답한다. “삼겹살 좀 구울까?” 재국군이 환한 얼굴로 소리친다. “와! 신난다.”

이들 부자는 13일부터 근육병을 앓는 아이들의 실상을 알리는 천릿길 행진을 시작했다. 불볕더위가 아스팔트를 달궈 재국군이 탄 전동휠체어 바퀴가 바닥에 쩍쩍 눌어붙는다. 하지만 아버지가 드리운 양산 그늘 아래서 재국군은 즐겁게 재잘댄다.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과 각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이들의 소식을 듣고 지역별로 함께 동행하기도 한다.

배씨는 “지난해 재국이의 봄 체육대회 때 운동장 한 쪽에서 휠체어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아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친구들은 저렇게 뛰어다니는데 어린 아들의 마음이 얼마나 갑갑할까?” 하는 생각에 국토종단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더위에 이어 장마가 이들을 가로막겠지만, 이들의 의지와 부정을 갈라놓을 장애물은 없어 보인다. 이들은 다음 달 7일 서울시청 앞 도착을 목표로 지금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함양/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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