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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19 09:57 수정 : 2007.04.04 11:00

사냥을 나선 삵이 발소리를 죽이며 먹잇감에 다가서고 있다. 눈빛이 매섭다. 파주/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작은 맹수’ 할금할금 살금살금

<이순간>은 오늘의 이슈를 생생한 사진으로 독자여러분께 보여드리는 곳입니다. 지난 11월 종이신문에 새로 생긴 <이순간>은 한 장의 사진을 한 면에 꽉 채워 쓰는 방식과 여러 장의 사진으로 포토스토리를 꾸미기도 합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

갈대숲이 드넓게 펼쳐진 경기 파주시 곡릉천 하구습지. 무리를 지어 갈대숲을 분주히 오가는 붉은머리오목눈이와 멧새의 지저귐 사이로 먹잇감을 포착한 삵이 몸을 낮추어 소리 없이 발을 내딛고 있다. 몇 차례 풀숲 사이로 몸을 날리던 삵은 별 소득을 올리지 못하자 근처 갈대숲 사이로 유유히 사라졌다.

지난 해 12월 중순, 지역 주민의 제보를 받고 잠복취재를 시작했지만 내리 허탕을 쳤다. 올 1월 초 오랜 기다림 끝에 맞닥뜨린 삵은 논두렁에 앉아 따뜻한 겨울 햇살을 한가히 즐기고 있었다. 잠자리를 막 빠져나왔는지 긴 하품을 하고는 긴 혀를 뻗어 윤기가 흐르는 황갈색 털을 가지런히 손질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삵(일명 살쾡이)은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가 사라진 우리 나라 생태계에서 고양이과 동물 중 유일하게 먹이 사슬의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야생 맹수다. 고양이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분류학적으로 속이 다르고, 오랜 기간 동안 완전히 다른 진화과정을 거쳤다. 얼굴 앞쪽에 세로 줄무늬가 황갈색 몸통엔 검은 점무늬가 있고, 호랑이나 표범 등에 나타나는 귀 뒷면의 흰색에 가까운 누런 반점이 선명하다. 꼬리는 두터우며 끝이 말리지 않는다.

한국전쟁 이전에 삵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발견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6·70년대 전국적으로 벌어진 ‘쥐잡기 운동’으로 주 먹이인 설치류가 줄어들고 쥐약에 2차 중독이 돼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파주 지역 민통선과 곡릉천 일대에서 자연 환경 조사를 하고 있는 DMZ 생태연구소 김승호 소장은 “포식자 삵이 서식하고 있을 정도로 곡릉천 하구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라며 이 지역의 습지를 보호하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잠자리를 빠져나온 삵이 햇볕을 즐기던 중 하품을 하고 있다.파주/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왼 앞발을 핧아 세면도구를 만들고 있다.파주/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침을 묻힌 오늘 앞발로 얼굴을 닦고 있다.파주/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혀를 이리저리 뻗어 몸통의 털을 손질하고 있다.파주/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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