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12.19 14:00 수정 : 2007.04.04 10:56

삼남매가 학교를 가려고 임시로 만든 다리 위를 뛰어가고 있다. 인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큰 사진을 보려면 클릭해 주세요.

<이순간>은 오늘의 이슈를 생생한 사진으로 독자여러분께 보여드리는 곳입니다. 지난 11월 종이신문에 새로 생긴 <이순간>은 한 장의 사진을 한 면에 꽉 채워 쓰는 방식과 여러 장의 사진으로 포토스토리를 꾸미기도 합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

지난여름 큰물을 맞았던 강원 인제군 북면 한계3리에 폭설과 함께 강추위가 몰아닥쳤다. 이 마을에 사는 고호석(44)씨의 삼남매 희운(한계초 3년, 왼쪽부터), 희성(4년), 아림(6년)이가 18일 아침 학교를 가려고 수해 때 떠내려간 우와교 옆에 모래부대를 쌓아 임시로 만든 다리 위를 뛰어가고 있다.(큰 사진) 아림, 희성, 희운 삼남매에게 밤새 내린 눈은 마냥 신나는 놀이 거리다.

매일 아침 7시면 고씨네 작은 집에서는 한바탕 전쟁이 치러진다. 삼남매의 어머니 정해순(33)씨는 마음이 바쁘지만 아이들은 이불에서 쉬 나오려 하지 않는다. “이불에서만 나오면 나머지는 아이들이 알아서 잘해요.” 옷 입히랴, 밥 먹이랴, 이불 개랴 분주하지만 정씨는 아이들 자랑을 늘어놓는다. 희성이가 세면장에서 잠시 실례를 한다. “아저씨 왜 찍는 거야. 부끄럽게. 사진 보여줘요.” 추운 날씨에 아이들이 바깥 화장실을 가는 것도 녹록지 않다.

삼남매는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는 집을 나선다. 밤새 언 눈으로 집 앞은 꽁꽁 얼어 있다. “발 조심해. 얼어서 미끄러진다.” 아버지는 아이들이 넘어지기라도 할까봐 당부 또 당부다. 개구쟁이 희성이는 뭐가 그리 신나는지 눈 위를 깡충깡충 뛰어댄다. 삼남매가 아침마다 달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차를 놓치면 이십릿길을 걸어 학교를 가야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떠나고 난 자리에는 어른들의 한숨이 스며든다. “수해가 나기 전에는 송이, 고추, 감자, 꿀을 내다 팔았는데, 지금은 피해 복구공사 현장에 나가서 하루 벌어 먹고삽니다.” 고씨는 생계를 꾸려나갈 길이 막막하다. “지금은 애들 보험 든 것 가지고 대출받아서 그럭저럭 해결하고 있는데, 이 빚 갚을 생각을 하면 걱정이 앞섭니다.” 물이 지나간 자리, 상처는 채 아물지 않았지만 삶은 이어지고 있다.

인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둘째 희성이가 세면장에서 오줌을 누고 있다. 인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3남매의 어머니 정해순씨가 아이들 밥상을 차려주고 이불을 개고 있다. 인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3남매가 학교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서고 있다.인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44번 국도에서 눈을 치우는 제설차 옆으로 희성이가 학교를 가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인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이순간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