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26 14:33
수정 : 2019.09.2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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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용무를 마친 고양이는 갑자기 활기차게 또는 무엇에 쫓긴 듯 내달리곤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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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조홍섭의 멍냥이 사이언스
신경 자극해 ‘배설 하이’ 등 가설 분분, 대표적 고양이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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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용무를 마친 고양이는 갑자기 활기차게 또는 무엇에 쫓긴 듯 내달리곤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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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들어간 고양이는 마치 의식을 치르듯 조심스럽게 집중하며 일을 본다. 모래를 파 배설한 뒤 냄새를 맡고 모래를 끌어와 묻는 과정을 마친 다음, 돌연 화장실 밖으로 돌진한다.
왜 많은 고양이가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지를 놓고 많은 추정이 나오지만 딱 부러진 이론은 없다.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일 본 뒤 날아갈 것 같은 기분에서’이다. 고양이가 실제로 그렇게 느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근심을 풀고 나와 홀가분하고 가뿐해진 행동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이 주장의 근거는 사람이다. 사람은 대변을 보고 난 뒤 긴장이 풀리고 머리가 가벼워진 느낌을 받는다. 배설물이 지나면서 직장을 부풀리면 뇌간에서 직장으로 이어지는 미주신경을 자극한다. 그 결과 심장박동과 혈압이 떨어지고, 뇌 혈류가 감소해 일종의 ‘배설 하이’ 현상이 일어난다. 그러나 같은 포유류이지만 고양이가 이런 자극과 신경반응을 일으킨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배설물을 묻는 행동의 연장선으로 보기도 한다. 야생에서 땅속에 배설물을 감추는 것은 서열이 낮은 고양이의 숙명이자 포식자를 피하는 현명한 행동이다. 배설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면 포식자가 꼬이거나 힘센 고양이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 또 배설물 근처에 병균이나 기생충이 있을지도 모르니 빨리 일을 보고 달아나는 게 상책이기도 하다.
화장실에서 뛰어나오는 고양이 표정에서 ‘나 잘했지?’라는, 약간 뻐기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어린 고양이 배설물은 어미가 핥아 깨끗이 치우지만, 이제 스스로 처리할 만큼 자랐음을 과시하는 행동이란 주장이다. 어릴 때 배변 훈련을 받았다면, 화장실을 잘 이용했음을 달리기로 주의를 끌어 자랑할 만도 하다.
우리 눈에만 그럴 뿐, 고양이의 신비로운 행동이 아닐 수도 있다. 배설 과정이 고통스러웠거나 긴 털에 잘못 묻었거나 해서 황급히 뛰어나올 수도 있다. 변비나 설사일 수도 있고, 요도·직장·결장 감염 등 수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할 상황일 수도 있다.
고양이는 깔끔하고 가지런한 동작 하나하나가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왜 그런 행동을 할까 궁금해지면서 더욱 빠져든다. ‘일 보고 달리기’는 그런 대표적인 고양이 미스터리다.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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