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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10 09:28 수정 : 2019.03.11 10:22

[토요판] 조기원의 100세 시대 일본
③ 다마뉴타운 카페 ‘후쿠시테이’

70년대 만들어진 다마뉴타운
젊은이들 도심으로 떠나면서
점차 고령화돼 ‘올드타운’으로

노인비율 33.5% 나가야마단지
교류장소로 문 연 ‘후쿠시테이’
카페, 식당, 행사 장소로 활용돼

고령자들 만날 기회 필요성 커져
“최근 고독사 심심치 않게 들려…
서로 돕는 도시 공동체 만들어야”

일본의 대표적 신도시인 다마뉴타운 나가야마단지 안에 있는 카페 ‘후쿠시테이’에서 고령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단카이 세대(1947~1949년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가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죠.”

지난달 22일 일본 다마뉴타운(다마신도시)에 있는 카페, 후쿠시테이(福祉亭)에서 만난 데라다 미에코(71) 후쿠시테이 이사장은 고령자들이 머물 수 있는 장소 만들기를 강조했다. ‘후쿠시테이’는 비영리법인(NPO) 이름이면서 이 법인이 운영하는 카페 이름이기도 하다. 다마뉴타운은 도쿄 도심에서 서쪽 40㎞ 정도에 위치한 일본의 대표적 신도시로, 일본의 다른 신도시들처럼 고령화 현상을 겪고 있다. 후쿠시테이는 고령화하는 일본 신도시의 지역사회 교류 모델로 유명한 곳이다. 일본 언론이 신도시 고령화 현상을 다룰 때 단골로 등장하는 곳이고 최근에는 프랑스와 대만, 미국 같은 해외의 언론들도 찾아온다.

겉모습만 보면 특별한 부분이 없다. 편안한 재즈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고령자들은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거나 바둑을 두고 있었다. 도쿄의 한적한 주거지 어느 곳이나 있을 법한 한가로운 분위기의 카페로 보였다. 실제로 비영리법인 후쿠시테이의 주요한 사업은 카페 후쿠시테이에서 차와 음식을 판매하는 일이다. 그러나 후쿠시테이가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특별하다.

퇴직한 베이비붐 세대를 위해

다마뉴타운은 도쿄도 서남부인 이나기시, 다마시, 하치오지시, 마치다시에 걸쳐 있다. 다마시에 있는 나가야마단지는 다마뉴타운 중 1971년 최초로 입주가 시작된 곳으로, ‘올드타운’(늙은 도시)이 된 뉴타운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나가야마단지의 고령인구(65살 이상) 비율은 33.6%로 도쿄도 평균인 22.6%(2018년 10월 기준)를 훌쩍 넘긴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인근 가게들도 문을 닫고 있다. 후쿠시테이가 있는 나가야마단지 상가도 3분의 1 정도가 셔터가 닫힌 모습이었다. 뉴타운을 관리하는 유아르(UR·독립행정법인 도시재생기구)가 붙인 임차인 구함 공고가 빈 상가 셔터에 붙어 있었다. 데라다 이사장은 “예전에는 이곳에 식당도 있고 카페도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며 “처음부터 식당 사업을 위주로 생각한 것은 아닌데 어느새 마을의 식당처럼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후쿠시테이는 2002년 문을 열었다. 원래 후쿠시테이가 있던 자리에는 서점이 있었지만 인구 감소 영향으로 문을 닫았다. 후쿠시테이가 이 점포를 유아르에서 임차해 주방과 좌석을 새로 만들어 카페로 개조했다. 다마시에서 나온 보조금으로 기본적인 시설을 갖췄다. 지금도 시에서 한해 60만엔(약 600만원) 정도 보조금이 나와 임대료로 사용한다. 후쿠시테이는 하루 40~50명 정도가 이용한다. 이용자의 90%는 고령자다. 서비스하는 이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다. 연령대는 고령자에서 지역재생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까지 다양하다. 이날도 다마시 게이센여학원대 대학생 2명이 자원봉사자로 참가했다. 한달에 40~50명 정도가 자신이 가능한 시간에 와서 자원봉사를 한다. 후쿠시테이에서는 ‘라쿠고’(만담), 생활상담회 등을 정기적으로 연다. <이키이키(생기가 있다는 뜻)신문>이라는 이름의 소식지도 한달에 한차례씩 낸다. 소식지에는 후쿠시테이 한달 일정을 적은 일정표가 실린다. 이용자들이 가장 유심히 보는 코너가 이 일정표다. 데라다는 “단카이 세대가 60살 정년을 맞기 시작한 시기가 2007년이었다. 단카이 세대의 정년퇴직에 대비해서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잘 적응하고 교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후쿠시테이를 만들었다”며 “후쿠시테이를 처음 만들었을 때는 지금은 정착한 ‘커뮤니티 카페’라는 말도 없었지만, 그런 목적을 주요한 테마로 잡았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카페’는 일본에서 2000년대부터 비영리법인들이 많이 만들기 시작한 카페다. 차나 식사류도 팔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교류 장소를 제공한다는 데 주목적을 두고 각종 교류 행사를 활발히 여는 특징이 있다.

일본 대표적 신도시인 다마뉴타운의 나가야마단지 모습.
일본 정부는 고도 경제성장 시기였던 1965년 도쿄로 몰려오는 사람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심에서 1시간20분가량 떨어진 농촌 지역에 다마뉴타운을 조성할 계획을 수립했다. 사업은 2006년 종료됐다. 면적이 2884만㎡에 이르고, 인구 4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신도시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 인구는 약 22만4000명이다.) 일본에서도 이전에 없었던 규모의 시도였기 때문에 ‘꿈의 도시’ ‘실험 도시’로 불렸다. 데라다는 “1976년 입주를 했을 때 가구마다 욕조가 딸려 있었는데, 당시에는 가정에 욕조를 갖추고 있는 집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다마뉴타운은 세련되고 문화적인 곳이라는 평가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입주 초기에는 어린아이를 둔 젊은 세대가 많았기 때문에 지역 공동육아 활동이 활발했다. 40여년이 지난 지금 그 아이들은 자라서 뉴타운을 떠나고 노부부 가구와 고령자 1인 가구가 증가했다.

고도 경제성장 시기 뉴타운은 일본인들이 ‘마이 홈’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뉴타운의 선호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일본 부동산 거품이 1990년대에 꺼지면서 뉴타운 집값이 하락한데다, 젊은층은 좀 비좁더라도 도심의 집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요즘 일본의 젊은층 사이에서는 도심인 도쿄 미나토구나 도심과 가까운 도쿄 고토구 연안부 등의 ‘타워맨션’(고급 주상복합아파트) 거주가 성공의 증거로 통한다.

후쿠시테이 전 이사장인 모토야마 다카시(83)는 다마뉴타운을 개발한 일본주택공단(유아르의 전신)의 직원이었다. 그는 “다마뉴타운 개발 당시에는 도쿄 인구 증가 때문에 뉴타운을 만들어야 했다. 5년 앞을 목표로 일했지 20~30년 뒤를 내다보지는 못했다”며 “주거지와 근무지가 가까운 것이 이상적인데 뉴타운은 잠만 자는 곳이 됐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는 초보자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후쿠시테이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이키이키신문> 편집을 담당하고 있다.

올드타운 되면서 더 중요

데라다와 모토야마는 다마뉴타운이 언론에서 ‘올드타운’으로 묘사되는 데 대해서 “저항감은 없다”고 했다. 데라다는 “너무나 명백하게 올드타운이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항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뉴타운이 올드타운화하면서 지역사회 안 교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데라다는 “최근 단지 주민들의 고독사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며 “후쿠시테이 자원봉사자 1명도 갑자기 연락이 끊겼는데 고독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숨진 지 3개월 만에 발견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고령자 지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후쿠시테이 옆 상가에는 고령자 의료 및 생활 지원 상담을 하는 기관인 ‘지역포괄센터’가 2016년 새로 문을 열었다. 다마시가 의료법인에 위탁해 운영하는 기관이다.

이날 후쿠시테이에서 차를 마시던 기무라 기미코(75)는 “주변에서 고독사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며 “구급차 소리가 들리면 덜컥 겁이 난다”고 말했다. 기무라는 “하루에 세끼 식사 차리는 일도 부담이다”라며 “이곳에서 식사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요일마다 체조와 노래 교실 같은 행사가 있어서 참여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기무라는 이날 동갑내기 친구인 후지무라 히로오와 수다를 떨고 있었다. 둘은 일본 중남부 야마나시현 출신으로 우연히 다마뉴타운에서 재회했다. 최근에는 후쿠시테이에서 만나 자주 대화를 나눈다고 했다.

데라다는 “우리는 공동체를 재생하고 싶다. 곤란한 일이 있으면 도와주고 즐거운 일이 있으면 같이 기뻐하는, 옛날 지방에 있던 그런 지역사회 말이다. 시골의 지역 공동체와 같을 수는 없지만 도시에 적합한 지연(地緣)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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